[비즈엔터 윤준필 기자]
"그 영화는 무슨 영화야?"
시사회로 곧 개봉할 영화를 미리 접한 뒤 주변 사람들에게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이다. 구구절절 영화를 설명할 때도 있지만, 보통 주연 배우와 영화의 장르로 대답하게 된다. 그런데 '소울메이트'(감독 민용근)는 '김다미와 전소니가 출연하는 우정에 관한 영화'라고 말하기 아쉽다. 영화가 주는 진한 감동, 세밀한 감각을 표현하기에 여섯 어절은 너무 모자르기 때문이다.
오는 15일 개봉하는 '소울메이트'의 이야기는 1998년 여름, 제주에서 시작된다. 안미소(김다미)는 고하은(전소니)이 다니는 초등학교로 전학 오는데, 두 사람은 첫 만남부터 운명적인 이끌림으로 서로를 알아본다.
청소년기를 함께 보내는 두 친구는 다른 구석이 많지만, 서로를 이해하고 마음이 통한다. 영화 제목처럼 분명 두 사람은 '소울메이트'다.
잔잔한 이야기인 것 같지만, 영화는 성인이 된 미소의 이야기를 전반부에 배치해 관객들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30대가 된 미소가 하은의 행방을 묻는 질문에 우리는 가까운 사이가 아니라고 부정하기 때문이다.
관객들은 '소울메이트' 미소와 하은의 사이가 왜 틀어졌는지 관심을 갖고 지켜보면서 두 사람의 이야기에 몰입하게 된다. 영화는 푸른 제주의 청량한 배경으로, 터지기 직전의 꽃망울을 보는 듯한 싱그러운 10대 소녀들의 우정을 보여준다.
그런데 미소와 하은의 관계는 하은의 첫사랑 함진우(변우석)가 등장하면서 묘하게 변화한다. 세 사람은 특별한 시간을 함께 보내면서 우정을 쌓는 것처럼 보이지만, 미소와 진우 사이 묘한 기류가 흐르기 시작한다. 하은은 고등학교 졸업 직전 제주를 급하기 떠나는 미소의 목에서 진우의 목걸이를 발견하고 둘의 오해는 깊어진다.
그렇다고 흔한 삼각관계 드라마는 아니다. 미소와 하은의 관계는 분명 진우로 인해 흔들리고 엇갈리기 시작하지만, 아슬아슬한 줄타기처럼 관계를 유지한다. 그러다 10대 시절엔 미처 몰랐던 결핍으로 인한 감정의 밑바닥을 드러내고, 그때와는 또 다른 '날 감정'으로 서로를 마주한다.
친했던 친구가 점차 멀어지는 과정 속 미묘한 감정들은 극 중 그림, 대사, 배우들의 표정으로 느낄 수 있다. 감각적인 연출 덕분에 미소와 하은의 이야기는 치정극이 되지 않는다. 두 주인공은 포장 없는 감정의 교류 속에서 성숙해지고, 한뼘 더 성장한다.
김다미와 전소니는 미소와 하은에 동화돼 극을 이끌어간다. 김다미는 불안정한 현실에서도 자유로움을 추구하며, 따뜻한 마음씨를 가진 미소를 완벽하게 표현했고, 전소니는 미소와 진우 사이에서 사랑과 질투, 혼란과 그리움을 모두 느끼면서 흔들리는 하은의 감정을 세세하게 그렸다.
'소울메이트'는 다양한 해석, 다양한 이야깃거리가 나올 수 있는 영화다. 관객들이 때로는 미소에, 때로는 하은에 몰입하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누군가는 두 사람의 관계가 다른 형태의 사랑이라고 생각하고, 누군가는 조금 특별한 우정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특히 관객들이 각자의 소울메이트를 떠올리게 한다는 점에서 '소울메이트'에는 특별한 힘이 있다. 미소와 하은이 서로에게 그랬던 것처럼, 내 감정을 크게 흔드는 소중한 어떤 이를 그려보게 한다.
미소처럼 추상화로 그릴 수도 있고, 하은처럼 극사실주의 연필화로 그릴 수도 있다. 하지만 그림의 형태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 '그리다보면, 그 사람이 내 마음이 보인다'는 것이 더 중요하다.
'소울메이트'는 내 마음을 볼 수 있게 하는 영화다.
오는 15일 개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