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엔터 홍선화 기자]
2일 방송되는 EBS1 '건축탐구 집'에서는 가족 모두가 만족한 집을 지은 가족의 건축 이야기를 전한다.
◆‘전원생활이 싫은 아내’&‘20년 건축로망 까다로운 남편’을 만족시킨 집
경기도 여주의 한 마을, 박공지붕의 전원주택들 사이에 심플하고 소박해서 눈에 띄는 주택이 있다. 60대 부부 우양 씨와 김은진 씨가 지은 이 집은 없는 게 많아서 유명한 집이다. 주방에 후드가 없고, 화장실에는 환기팬이 없다. 마당에서 집 안으로 들어가는 단차는 물론 화장실과 방 입구에 문턱도 없고 집안 전체에 몰딩도, 전선도 보이지 않는다.
‘집은 무조건 예뻐야 한다’는 남편 우양 씨의 취향대로 눈에 거슬리는 것들을 모두 감추고 없앴기 때문이다. 우양 씨는 은퇴 후 전원에 내 집을 짓겠다는 열망을 품고 20년 넘게 봄·가을에 열리는 건축박람회를 찾아다니며 건축 관련 정보를 모았다. 광고에 난 땅을 직접 찾아다니다 보니 ‘어디 하면 바로 위치를 떠올릴 정도로 발품도 팔았다.
눈 높고 까다로운 우양 씨의 조건에 맞춰서 설계를 시작한 건축사는 막내딸 우지효 씨. 가족끼리 건축하면 안 된다는 철칙을 깨고 설계를 맡은 지효 씨는 회의는 업무시간에만, 모든 연락은 메일과 메신저를 통해, 존댓말로 주고 받으며 철저한 비즈니스 관계를 유지했다. 열회수환기장치, 구조용 열교차단재, 고기밀, 고단열자재 등 아버지가 건축박람회를 다니며 모은 정보와 신기술을 집약하면서도 건강하고 예쁜 집을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한 끝에 아버지의 버킷리스트를 이뤄냈다.
열회수환기장치 덕분에 팬과 후드가 없어도 일 년 내내 깨끗한 공기가 유지되고, 지붕의 태양광 패널로 관리비를 대폭 줄이고, 블라인드와 외부 단열재 등을 숨긴 덕분에 투박해 보이는 패시브 주택의 단점을 숨겼다. 단차와 문턱 없는 마당을 통해 집안 어디든 출입이 가능하고 청소하기도 편해, 건축을 반대했던 아내의 마음에도 쏙 들었다.
충남 계룡시, 민족정기가 어린 명산으로 불리는 계룡산 자락에는 독특한 외형의 유럽식 벽돌집이 있다. 35년의 교단생활을 마무리하고 정년퇴임을 한 김관중 씨와 그의 아내 신은경 씨의 집은 절반은 붉은색 고벽돌로, 절반은 C블록으로 지은 집이다. 전면부의 거대한 유리창 위에 점토를 구워 만든 밝은색의 C블록을 쌓아 벌집 같은 독특한 외경을 만들어 내고 ‘시스루’의 멋을 살려 햇빛과 조명을 투과해 다양한 무늬를 만들어낸다.
집 내부는 긴 복도를 중심으로 남편과 아내의 공간을 나누었다. 현관 오른편에는 별명이 ‘또 자’일 정도로 잠이 많고 스포츠 중계를 즐기는 남편을 위한 거실이 있다. 왼쪽에는 요리와 다도, 뜨개질을 좋아하는 아내를 위한 주방, 이와 연결된 테라스가 마련돼 있다. 이렇게 부부의 특성에 최적화된 집이 탄생한 것은 건축가 신민철 씨 덕분.
설계할 때 가장 먼저 고려한 것은 프로야구를 좋아하는 매형과 요리와 다도를 좋아하는 누나의 서로 다른 성격과 취향, 라이프스타일이었다. 은퇴하고 함께 있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힘들어지는 노년기의 부부를 위해 남편과 아내의 공간을 분리했다. 각자의 공간에서 하고 싶은 일을 하지만 소리는 들리도록 공간을 개방해 소통감은 살렸다.
분리된 공간으로 모두 만족하며 여유로운 생활을 즐길 수 있게 된 부부의 집. 누나를 생각하는 동생의 마음이 담긴 집. 누구보다 가족을 잘 알기에 지어질 수 있었던 따듯한 집을 만나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