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엔터 윤준필 기자]
"제가 상상했던 코미디와 장면들이 영화에 잘 담겼더라고요. 만족하고, 기대하고 있습니다."
이름값 하는 배우 조정석이 극장으로 돌아온다. 942만 관객을 동원했던 영화 '엑시트'(2019) 이후 5년 만이다. 그는 자신이 가장 잘할 수 있는 코미디 영화 '파일럿'(제공/배급: 롯데엔터테인먼트)을 타고, 관객들의 마음속으로 날아갈 준비를 마쳤다.
조정석은 영화 '파일럿'에서 주인공 한정우를 연기했다. 전 국민이 아는 스타 파일럿인 한정우는 성희롱 사건에 휘말리며 하루아침에 실직자가 된다. 그는 여러 항공사의 문을 두드려보지만, 어느 한 군데의 회사도 그를 받아주지 않고, 재취업이 절실했던 그는 결국 여장을 하고 '한정미'라는 가짜 신분으로 항공사에 지원한다. 영화는 그 과정과 이후의 이야기를 유쾌하게 그렸다.
'파일럿' 예고편이 공개됐을 때 가장 먼저 화제가 됐던 것은 그의 여장이었다. 조정석은 한정우와 한정미, 두 사람을 연기하기 위해 파격 변신을 꾀했다.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비즈엔터를 만난 조정석은 영화의 중요한 설정인 여장한 자신의 모습을 관객들이 거부감없이 볼 방법을 연구했다고 털어놨다.
"한정우가 한정미를 연기하는 것을 제가 표현하는 거잖아요. 한정우의 입장에 이입하고, 그 마음을 진정성 있게 표현하면 관객들도 자연스럽게 한정우의 상황에 몰입할 거라는 믿음이 있었어요. 그래서 목소리도 과장하지 않고, 자연스러운 제 목소리를 사용했죠. 물론 제 목소리에서 가장 높은 음역을 사용해야 했습니다."
조정석은 뮤지컬 '헤드윅'에서 여장을 했기 때문에, 여장하는 것 자체에 부담은 전혀 없었다고 했다. 하지만 남자가 여자를 연기한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조정석은 키토 식단으로 체중을 7kg이나 감량했고, 한정미에게 어울리는 스타일을 찾고자 백여 벌이 넘는 의상을 입어봤다. 가발도 다양하게 써보면서 한정미 스타일을 찾아갔다.
"의상, 분장 테스트만 하루에 5~6시간씩 2~3일을 한 것 같아요. 촬영 초반에는 준비 시간이 오래 걸렸는데 한정미 스타일이 결정되고 나선 여장도 금방 하더라고요. 그런데 속옷은 좀 불편하더라고요. 치마 입고, 힐을 신고 뛰는 장면이나 다리를 벌리지 못하는 것들도 힘들었습니다. 하하."
영화를 보면, 조정석 말고 과연 어떤 배우가 한정우를 연기할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조정석도 시나리오를 처음 읽을 때부터 한정우를 연기하는 자신의 모습이 자연스럽게 상상이 됐다고 전했다.
"영화는 재미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 재미는 공감에서 오고요. '파일럿'은 처음 시나리오를 읽을 때부터 이야기가 재미있었어요. 설정 자체가 웃기잖아요. 제가 한정우에게 완전히 대입되더라고요. 저 역시 조정석이란 배우를 알아가는 중이지만, 그런데도 저한테 잘 어울릴 것 같았어요. 제가 잘해서 많은 관객에게 영화의 설정을 공감하게 할 수만 있다면 코믹한 상황들이 잘 펼쳐질 수 있을 것 같았어요."
②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