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엔터 윤준필 기자]
①에서 계속
영화 '건축학개론'의 납뜩이부터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 생활'의 이익준까지 조정석은 탄탄한 연기력 위에 특유의 능청을 담은 캐릭터들로 대중의 사랑을 받았다. 보는 사람들의 미소를 부르는 유쾌한 캐릭터들을 여러 차례 연기했음에도, 조정석은 자신이 혼자 한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시사회 직후 '조정석 원맨쇼'라는 극찬을 들었는데, 감사한 말이에요. 하지만 전 혼자서는 절대 재미있게 못 해요. 같이 나오는 동료들과의 합이 극대화됐을 때 코미디는 만들어지는 것이거든요. 그 원맨쇼도 다 동료, 선후배 배우들의 도움을 받았기 때문에 나온 얘기일 거예요."
조정석은 이번 작품에서 함께 연기했던 배우들의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자신의 동생으로, 이름을 빌려주고, 여장을 도와주는 한정미 역의 한선화부터 한정미로 재취업한 한정우의 입사 동기 파일럿 윤슬기 역의 이주명, 파일럿 후배 신승호 등 동료 배우들과 호흡을 맞추는 재미가 있었다고 털어놨다.
"한선화는 '술꾼도시여자들'을 재미있게 봤는데, 실제로 만나 호흡을 맞춰보니 더할 나위 없이 좋더라고요. 에너지가 워낙 좋아서 왜 이제야 만났을까 아쉬울 정도로 좋았어요. 하하. 주명이는 '슬기로운 의사 생활' 때 정경호의 전 여자친구로 잠깐 나온 적이 있어요. 그때부터 눈여겨봤던 배우였는데, 이번에 같이 연기해보니 역시 다르더라고요. 승호도 새로운 옷을 입은 느낌이었어요. 참 잘하는 친구들이에요."
2004년 뮤지컬 '호두까기 인형'으로 데뷔한 조정석은 올해 데뷔 20년 차를 맞이했다. 조정석하면 웃음이 나는 캐릭터들을 가장 먼저 떠올리지만, 영화 '뺑반'에서처럼 악인을 연기하기도 했고, tvN '세작, 매혹된 자들'에서처럼 내유외강의 임금을 연기하기도 했다. 하나의 틀에 갇히지 않고, 얌체 공처럼 다양한 장르와 역할을 오가는 것이 조정석의 매력이다. 그는 앞으로도 "어디로 튈지 모르는 선택을 꾸준히 할 것"이라고 밝혔다.
20년 차 조정석의 도전은 현재 진행형이다. 올해 초 '세작, 매혹된 자들'을 통해 오랜만에 사극에 도전했고, 8년 만의 '헤드윅' 공연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오는 31일 '파일럿' 개봉 2주 후에는 영화 '행복의 나라'로 관객들과 한 번 더 만날 예정이다. 여기에 넷플릭스 음악 예능 '신인가수 조정석'을 통해 신인 가수 데뷔를 준비 중이다.
조정석은 '파일럿'에서 한정우의 엄마가 아들에게 한 "쪽팔리게 살지 말자"라는 말을 언급하며, 새로운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후회하지 않게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성공이 있으면 실패도 있거든요. 성공이든 실패든 그 안에서 배울 것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후회하지 말자고 하는 건, 어떤 결과가 나오든 결과가 나올 때까지 최선을 다하는 것을 의미해요. 그렇게 못하면 후회가 남더라고요."
전작 '엑시트'가 천만 영화에 가까운 성적을 거뒀던 터라 '파일럿'에도 기대감이 쏠리고 있다. 영화의 손익분기점은 약 220만 명으로, 개봉 전이지만 영화계 안팎에선 무난하게 손익분기점 돌파를 예상한다. 조정석은 흥행에 대한 부담감을 느끼고 있다면서도, 솔직하게 바라는 흥행 목표치를 설정했다.
"400만 관객은 달성했으면 좋겠어요. 하하. 흥행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는 위치에 있다고 생각하고, 부담은 늘 느끼고 있어요. 잘 이겨내 보려고요. '파일럿'은 웃음뿐만 아니라 가족의 소중함, 잊고 지내는 중요한 가치들에 대한 메시지가 따뜻하게 담겨있어요. 많은 관객이 '파일럿'을 오롯이 즐기셨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