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엔터 홍선화 기자]
10일 방송되는 EBS1 '건축탐구 집'에서는 길고 험했던 땅과의 싸움 끝에 완성된 집으로 찾아간다.
◆싼 땅에 제대로 발등 찍힌 부부의 임야에 집짓기
경기도 광주시에 사는 길기남 이자연 부부. 평소 집을 보러 다니는 것이 취미인 부부가 임야 땅을 덜컥 사버린 이유는 저렴한 땅값과 아름다운 경치에 첫눈에 반해버렸기 때문이다. 그저 집을 짓고 싶었을 뿐인데. 돌을 파내고, 수로를 깔고, 지하수에 전기 작업까지 할 일이 태산이었다고 한다. 게다가 임야에는 집을 지을 수 없어 건축 허가를 받기까지 들인 시간만 약 2년. 갈 길이 구만 리 같았던 준비 과정을 지나 임야 위에 멋들어지게 지어진 새하얀 집에는 어떤 공간들이 숨어 있을까?
디자이너답게 본인이 살 집을 직접 디자인하고 싶었다는 남편 길기남 씨. 남편은 무엇보다 집이라는 공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집을 설계했다고 한다. 이러한 목적은 다양한 공간에서 실현되었다고 하는데. 계단 아래 삼각형 공간은 사진 스튜디오가 되고, 프레임리스 도어를 설치한 방은 홈 오피스가 되어 언제든 남편이 일하는 공간으로 변신한다. 뿐만 아니라, 아내 이자연 씨의 로망이었다는 주방의 폴딩 도어를 활짝 열면 집안에 있어도 카페에 온 것 같은 느낌을 준다고 한다. 그렇게 이 집은 부부 각각의 로망을 적절히 섞어놓은 ‘하이브리드’ 집으로 탄생했다.
아무것도 없던 땅에 점점 공간이 생기고, 집이 올라가고, 완성되는 과정을 지켜보며 사람의 인생 같다고 느꼈다는 남편 길기남 씨. 집 지을 땅부터 골라냈기 때문일까, 부부는 이 집이 더 특별하게 느껴진다고 한다. 실제로도 작은 포인트들로 집의 특별함을 살렸다고 하는데. 현관에 들어서자마자 양옆으로 둥글게 말린 라운드 벽은 개방적인 인상을 주고, 작업실의 유리 폴딩 도어와 두 곳에서 문을 낸 화장실 역시 이 집의 개방감에 한몫한다. 탁 트인 경치처럼 집 안에서도 탁 트인 느낌을 받을 수 있는 것은 이 집만의 아이덴티티가 된다.
첫눈에 반한 땅을 단김에 사버렸다가 집을 짓기도 전에 지쳐버릴 뻔했다는 건축주 부부. 집 지을 땅의 조건부터 갖추느라 온갖 장애물을 넘은 부부가 들려주는 ‘이런 땅은 사지 마세요!’ 지하수는 땅 파면 나오는 줄 알았다는 아내 이자연 씨. 돌 깨기부터 전봇대 구매까지, 산전수전 다 겪어본 후에야 토지 매매 시 유의할 점들이 보인다는데. 멋진 집 뒤에 숨은 다사다난했던 이야기를 들으러 찾아간다.
경기도 화성시에 사는 정우석 박혜연 부부. 처가에서 물려주신 땅을 얻고 로또 당첨된 기분이었다는 남편 정우석 씨. 그러나 수지맞은 줄만 알았던 공짜 땅 위에 집짓기가 생각만큼 수월하게 진행되지는 않았다는데. 역시 세상에 공짜는 없는 걸까? 본인 땅이어도 마음대로 집을 지을 수 없는 ‘그린벨트’ 때문에 부부는 꼬박 1년이 넘는 시간 동안 씨름했다고 한다. 힘들게 건축 허가를 받았으나 산 뒤에 산이라고, 넘어야 할 산이 또 생겼다.
앞과 뒤의 높이가 다른 땅의 모양 때문에 비가 오면 토사가 쓸려 내려가 고생이었다고 한다. 집을 짓고 나서 밭이 통째로 떠내려가 복구 공사를 떠안기도 했다는 건축주 부부. 비탈진 땅에 집을 지어야 하는 상황에 부부는 집을 높게 띄우기보다 땅을 따라 자연스럽게 집을 앉히기로 정했다고 한다. 그 이유는 자연의 일부처럼 보이는 집을 원했기 때문이라는데. 이 때문에 이 집의 특징인 붉은 벽돌도 고구마를 키웠던 동네의 빨간 흙을 본떠 고른 것이라고 한다. 더불어, 비탈 위에 자연스럽게 집을 얹기 위해서 선택한 스킵플로어 구조는 집에 들어서자마자 공간감을 더하는 럭셔리 포인트가 된다.
자연스러움을 살려 럭셔리한 주택으로 완성한 건축주 부부의 붉은 벽돌집. 이 집의 특징은 프라이버시와 개방감을 동시에 가진 거라고 하는데. 식탁에서 보이는 약 70cm의 낮은 담장은 앉았을 때 프라이버시를 지켜주고, 일어서면 시야를 틔워 개방감을 주는 적당한 높이라고 한다. 그리고 안방의 발코니는 앞은 벽으로 막아 프라이버시를 보호하고, 천장은 뚫어 햇빛이 충분히 들어올 수 있도록 설계했기 때문에 안방만의 안전하고 밝은 분위기를 자아낸다. 이 집의 특별한 아이디어는 이뿐만이 아니라고 한다. 바깥에서 들어오자마자 반려견의 발을 씻기거나 흙을 털 수 있는 머드룸을 신발장에 만들어 번거로움을 덜고, 반려견 전용 낮은 창문과 담 사이 틈을 만들어 구경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섬세한 디테일을 신경 쓴 집은 이 가족에게 안성맞춤으로 자리 잡았다고 한다.
비록 지금은 누구나 배 아프다는 공짜 땅 위에 그럴싸한 전원주택을 지어 살고 있지만, 그 과정은 다시 겪고 싶지 않을 만큼 아찔했다는 아내 박혜연 씨. 그린벨트를 풀기 위한 행정 싸움이 끝났더니 이번엔 비탈진 땅과의 싸움이라니. 중간에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어 포기하려고도 했다는데. 공짜인 줄 알았더니 공칠 뻔했던 건축주 부부의 고생길 위에 지어진 집으로 찾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