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엔터 윤준필 기자]※ 이 기사에는 영화 '베테랑2'의 스포일러가 일부 포함돼 있습니다.
"영화를 다 본 다음에 '쟤는 왜 그런 거래?'하고 관객들이 궁금해하셨으면 좋겠어요."
영화 '베테랑2'(제공/배급: CJ ENM)에서 화제의 중심에 선 배우 정해인의 말이다. 정해인은 '베테랑2'의 악당 박선우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관객들은 그동안 선한 이미지의 역할을 주로 했던 정해인의 악역 변신에 놀라움을 표현하면서도, 그가 연기한 박선우에 대해 여러 의견을 쏟아내며 갑론을박을 펼치고 있다.
'베테랑2'에 대한 관객들의 평가는 다양하게 갈릴지라도, 정해인의 연기는 모두가 인정하고 있다. 정해인은 '베테랑2'를 통해 한 단계 성장했다.
'베테랑2'의 박선우(정해인)는 정의를 명분으로 연쇄살인을 저지르는 범죄자다. 그런데 그는 경찰이라는 직업을 가지고 있고, 또 온라인 속 대중들을 그를 정의의 사도 '해치'라 부른다. 여기에 소시오패스 적 성향이 강한 인물로, 정해인은 박선우를 소화하기가 쉽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빌런은 처음이라 모든 게 죄송하더라고요. 못 되게 말하고, 때리는 장면을 연기하면 미안한 마음이 생기더라고요. 촬영이 끝나면 달려가서 '죄송합니다'라고 사과했어요. 참 찝찝하더라고요. 그런데 그런 내면의 갈등과 죄책감이 오히려 캐릭터에 깊이를 더해주는 원동력이 됐어요."
'베테랑2'는 2015년 1341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 '베테랑'의 후속작이다. '함께하고 싶은 작품이 있다'라는 류승완 감독의 전화를 받고, 한달음에 달려간 자리에서 '베테랑2'라는 제목을 들었을 때 정해인은 기쁨과 부담, 압박감을 느꼈다고 한다.
"감독님과 첫 만남에서 3시간 정도 작품에 관해 이야기했어요. 그리고 그 자리에서 출연을 결심했어요. 부담이 없진 않았지만, 다시 오지 않을 기회잖아요. 큰 도전이자 성장의 기회가 될 것이라고 믿었어요."
정해인은 박선우를 연기하기 위해 오랜 시간을 고민했다. 시나리오에는 박선우의 과거와 배경에 대한 설명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정해인은 인물에다 설득력을 부여하기 위해, 스스로 박선우의 유년 시절을 상상하면서 캐릭터를 조형해 나갔다.
"박선우는 나르시시스트 적이면서 소시오패스 성향이 있는 인물이에요. 대본에 드러나지 않은 부분들을 상상하며 캐릭터를 만들어갔죠. 그런데 감독님은 그런 것 없어도 되니 상황에만 집중해서 표현해달라고 하셨어요. 그 말을 듣고 더 단순하고 명료하게 연기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박선우의 눈빛 연기만큼은 쉽지 않았다. 모자와 얼굴을 가린 채 오로지 눈빛으로만 박선우의 복잡한 감정을 표현해야 했기 때문이다.
"워낙 카메라가 가까이 있어서 안구가 조금만 다르게 움직여도 전혀 다른 감정으로 보일 수 있어 연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평소 제 얼굴이 어떻게 나오는지 확인하려고 거울을 보면서 눈의 움직임, 얼굴 근육을 많이 관찰하고 연습했어요."
공교롭게도 '베테랑2'가 개봉한 지금, tvN에서는 정해인 주연의 로맨스 코미디 '엄마 친구 아들'이 방송 중이다. '엄마 친구 아들'에서 정해인은 오류 난 인생을 재부팅 하려는 배석류(정소민)의 살아있는 흑역사, 그의 소꿉친구이자 외모, 성격, 능력까지 모든 것이 완벽한 최승효를 연기하고 있다.
"비슷한 시기에 달달함과 매운맛을 왔다 갔다 해서 관객들이 혼란스러워하는 건 아닐까 걱정이 됐어요.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좋은 일이라고 생각해요. 다채로운 정해인을 동시기에 보여드릴 수 있게 된 거잖아요. 제 팬들은 배우 정해인을 즐길 기회라고 생각해 좋아하실 것 같고, 팬이 아니신 분들은 '베테랑2'를 통해 정해인의 다른 작품이 궁금해지셨으면 좋겠어요."
②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