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엔터 홍선화 기자]
19일 방송되는 EBS1 '건축탐구 집'에서는 기적 같은 나만의 특별한 집을 찾아간다.
◆반지하와 23번 이사 끝, 오래 정착하고 싶은 집
푸르른 바다 뷰와 이착륙하는 비행기 뷰를 언제나 누릴 수 있는 인천광역시 중구 영종도. 멀리서도 눈에 띄는 하얀 집 한 채가 있다. 지붕은 한입 베어 문 사과 같고 1층 데크 공간은 노란 동굴 같다. 골조가 올라갈 때부터 동네 주민들의 호기심 어린 시선을 한눈에 받았다는 집. 독특한 디자인으로 집을 지은 김성호, 서미란 부부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동굴 같기도 하고 노란 치즈 조각 같기도 한 1층 데크 공간 반대편에 현대 조각작품 같은 캐노피가 인상적인 현관이 있다. 다채로운 볼거리가 있는 후면부와 달리 정갈한 느낌의 전면부. 당황스러울 정도로 차도와 딱 붙어있는 현관을 들어서면 내부엔 어떤 공간이 펼쳐질까?
도로와 인접해 있어서 완충공간이 있을 것 같지만 현관문을 열자마자 맞아주는 건 예상외로 주방이다. 일자로 긴~싱크대가 압도적인 광경을 선사하는 주방엔 또 하나의 압도적인 풍경이 있는데 바로 긴 싱크대를 따라 길게 설치한 폴딩도어와 상부장 위에 길고 커다랗게 낸 고창이다. 덕분에 비교적 좁은 편인 주방은 채광과 환기만큼은 걱정 없다.
동굴 모양의 데크도 해의 각도를 철저하게 계산해 하루 종일 해가 들도록 설계했다는데, 이토록 채광에 신경을 쓰는 이유는 곰팡이로 고생했던 반지하 신혼 시절의 기억 때문이란다.
치매 시어머니까지 모시고 시작한 신혼 생활, 어려운 형편에 무려 23번의 이사를 하며 고생한 아내를 위해 남편 성호 씨는 ‘낮에는 불을 켜지 않아도 되는 집’을 지어주겠단 약속을 30년 만에 지켰다. 그 시절, 연습장에 색연필로 집을 그려주며 했던 약속이 현실로 이루어진 것이 꿈만 같고 기적 같다는 부부. 다시는 이사 안 다녀도 되고 낮에는 불 켤 일 없이 환한 김성호, 서미란 부부의 햇빛 쏟아지는 집을 탐구해 본다.
◆부수고 무너져도 괜찮은, 찐환경 곡선 집
강원특별자치도 원주시. 고만고만한 시골집들이 정겹게 들어서 있는 마을에 웅장한 위용을 자랑하는 중목구조의 건물 한 채가 눈에 띈다. 체육관이나 마을 회관으로 착각하는 사람들도 많다는 이 수상한 집의 정체는 지난해 귀촌한 서른아홉 동갑내기 권준, 노현정 부부가 지은 집이다.
신소재 공학을 전공하고 반도체 연구원으로 일하던 남편 준 씨는 직장 생활 스트레스로 당뇨 전단계까지 가는 등 건강에 적신호가 왔다. 이에 건축가인 아내 현정 씨는 남편의 건강을 위해 과감히 시골에 집을 짓고 귀촌하는 걸 결정했단다.
건축가 초년생 시절, 고층 건물 해체 감리 현장에서 수많은 폐기물을 보고 충격을 받았던 경험으로, 현정 씨는 환경을 위해 ‘자연으로 돌아갈 수 있는 집’을 지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고 국산 목재를 활용한 중목 구조의 집을 설계했다. 단열재 등 현실과 타협할 수밖에 없는 쓰라림도 있었지만 최대한 친환경 자재를 골라 집을 지었다.
건강을 위해 마당에서 직접 농작물을 재배할 계획을 세우고 지은 집이라, 그 점이 집 설계에도 적극 반영되었다. 수확한 농작물을 다듬고 말릴 수 있는 공간을 만든 것은 물론, 결정적으로 이 집이 ‘수상한 곡선집’이 된 것도 다 마당의 농작물들 때문이란다. 하루가 다르게 커가는 작물들을 매일 오고 가며 관찰하고 경험할 수 있도록 집 안팎의 동선을 일부러 길게 만드느라 둥글게 곡선 구조로 설계한 것이다.
9kW 태양열, 한지로 마감한 벽과 문, 생활용수 재활용, 자연의 재료로 직접 만든 수공예 생활용품 등, 집으로 시작해 일상까지 온통 찐환경이 되었다는 젊은 부부의 ‘버려도 좋은 집’을 탐구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