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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시우의 칸시네마] ‘곡성’의 힘? “뇌로 이해하는 영화 아냐…필링이 중요”

[비즈엔터 정시우 기자]

▲칸국제영화제에서 300만 돌파를 자축하는 '곡성'팀(사진=이십세기폭스 코리아 제공)
▲칸국제영화제에서 300만 돌파를 자축하는 '곡성'팀(사진=이십세기폭스 코리아 제공)

영화 ‘곡성’은 나홍진의 야심이 곳곳에서 감지되는 영화다. 영화는 ‘추격자’ 류의 스릴러를 기대한 관객의 기대를 배반한다. 하지만 그 배반을 반길만한 다양한 느낌의 장르가 뒤섞여 생경하면서도 오묘한 매력을 발산하다. 굿과 엑소시즘이 충돌하고, 동양식 귀신과 서양의 악마가 이미지적으로 대립하며, 스릴러와 오컬트적 면모가 뒤섞여있다. 이런 류의 한국영화를 본 적이 있던가. 한국에서 많은 해석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곡성’이 프랑스 칸에 입성했다. 18일(현지시각) 프랑스 칸 팔레 드 페스티벌에서는 나홍진 감독과 배우 곽도원, 천우희, 쿠니무라 준이 참석한 가운데 제69회 칸국제영화제 비경쟁 부문에 초청된 ‘곡성’ 기자회견이 열렸다.

#. 나홍진 “이완의 시간 드리고 싶었다”

영화 ‘추격자’ ‘황해’에 이어 3번째로 칸을 찾은 나홍진 감독은 이날 “관객을 조종하는 것을 좋아하는 것 같다”는 사회자의 발언에 “악의적인 의도는 없었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이어 “영화가 이야기하는 걸 어떤 스타일로 풀어나갈 것인가 고민하다보니 그런 곤란한 상황을 영화에 자주 등장시켜 온 것 같다. 너무 자연스러운 선택이었다”며 “‘곡성’의 경우 심리적 혼돈의 극대화해서 영화의 클라이막스를 표현해 보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영화 곳곳에 유머 코드를 넣은 것과 관련해서는 “전작들에서는 강한 이미지, 묘사들을 통해 앞으로 나가갈 힘을 얻었다. 이번에는 다루고 있는 이야기의 베이스 자체가 무시무시한 것일 거라고 짐작 했다”며 “전작들이 강함을 주고 관성을 얻었던 시간이 있었다면 이번에는 이완할 수 있는 시간을 드리면서 다른 긴장감을 만들어 보고 싶었다”고 밝혔다.

나홍진 감독은 이어 "어떻게 받아들어질 것인지에 대해서는 온전히 나를 믿어야 했다"고 덧붙여 눈길을 모았다.

▲칸국제영화제에서 300만 돌파를 자축하는 '곡성'팀(사진=이십세기폭스 코리아 제공)
▲칸국제영화제에서 300만 돌파를 자축하는 '곡성'팀(사진=이십세기폭스 코리아 제공)

# 곽도원 “사명감이 생깁니다”

‘곡성’을 통해 첫 주연을 맡은 곽도원은 이날 “나홍진 감독의 작품을 좋아하긴 했지만 전작 모두가 칸에 초청된지 몰랐다”며 “심지어 ‘황해’에는 출연까지 했는데도 불구하고 칸에 초청된 줄 몰랐다”고 운을 뗐다.

이어 곽도원은 “해외영화제가 관심이 없었다. 그런데 이곳에 오니까, 이제야 세계 3대 영화제 칸에 왔다는 것이 실감난다”면서 “고기도 먹어 본 놈이 먹는다고, 가본 적이 없어서 얼마나 중요하고 영광스런 자리인지 잘 몰랐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칸 현지 반응에 대해 곽도원은 “‘아가씨’에서 가장 중요했던 부분은 이 영화에서 우리가 중요시 생각하게 여긴 웃음 포인트가 외국 분들에게도 먹힐까였다. 코미디 색깔에 대한 노파심이 있었다”고 말한 후 “부성애의 경우 만국 공통이 아닐까 싶다. 외국 분들이 봤을 때 작품을 이해하는데 있어서 중요 포인트라 생각한다”고 전했다.

또한 곽도원은 “외국 나가보면 애국심이 생긴다고, 여기 와서 보니 우리 영화가 대한민국을 대표해서 온 것 같은 사명감이 생긴다. 우리 영화를 보면서 행복한 시간이 됐으면 좋겠다. '곡성'이 이야기하는 주제로 같이 고민할 수 있길 바란다. 정말 간절해진다”고 덧붙였다.

# 천우희 “우리 영화, 좋아해 줄거란 확신 있었다”

천우희는 “처음 칸 초청을 받았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일단 굉장히 기뻤다. 영화를 만드는 중에도, 마친 후에도 감독님과 '곡성'이라는 작품에 대해 믿음과 자부심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칸에 출품을 한다고 했을 때 왠지 모르게 못 갈 것 같다는 생각은 안 했다. 물론 '꼭 가고 말겠어'라는 마음은 아니었지만 우리의 영화를 좋아해 줄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고 만족스러움을 전했다

천우희는 “각 현장마다 감독님의 성향이라든지 영화를 만들어나가는 스타일이 다 다르다. 나홍진 감독님과의 교감은 열려 있었다. 여러 가지 모험과 시도를 많이 해봤다. 내가 맡은 캐릭터가 조금은 초월적이고 의미가 있는 역할이었기 때문에 정확한 표현과 단어로 이야기를 나누기 쉽지 않았다. 연기로 표현해서 감독님과 의사소통을 했고, 감독님은 내 연기를 보고 필요한 부분을 덧붙여나갔다. 아까 체력적인 부분, 힘든 것들이 많았을 거라고 물으셨는데 몸으로 부딪혔다. 일단 해보고 만들어 갔다”며 치열했던 과정을 설명했다

# 쿠니무라 준 “10명의 관객에서 10개의 해석이”

'곡성'에서 의문의 외지인 역할을 맡아 인상적인 연기를 펼친 일본배우 쿠니무라 준은 “‘곡성’은 10명의 관객에게 10개의 다른 해석이 나올 수 있는 영화”라며 “뇌로 이해하는 영화가 아니라 그야말로 필링을 느낄 수 있는 영화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촬영 당시를 떠올리며 쿠니무라 준은 “육체적 노동이라 해도 다름없을 역할이었다. 나홍진 감독은 재능있는 감독이지만 배우로서는 극단적으로 힘든 감독이다. 배우가 지닌 에너지보다 더 많은 것을 요구해서 힘들었다”고 웃으며 토로했다.

이어 “힘들었지만 그 여정의 마지막 끝에는 굉장히 아름답고 좋은 영화가 완성될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일하는 것이 피곤하고 힘들기는 해도 심리적으로는 건강했고 아무 문제가 없었다”고 회상했다.

이에 나홍진 감독은 "이 자리에서 모든 배우에게 사죄의 말을 전하고 싶다"라며 "쿠니무라 준이 촬영 마지막 날 나를 엄청 혼냈다. 통역하시는 분이 겁에 질린 얼굴이더라. 쿠니무라 준이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거냐고 물어도 통역해주지 않았다. 이 자리에 안 계신 배우들에게도 정말 수고 많았고 죄송하고 감사하다고 전하고 싶다"고 말해 폭소를 자아냈다.

정시우 기자 siwoorain@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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