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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들호’ 종영 ①] 조들호네 동네에서만 일어나는 일

[비즈엔터 이은호 기자]【KBS2 ‘동네변호사 조들호’(극본 이향희 김영찬, 연출 이정섭 이은진)의 조들호(박신양 분)는 그야말로 ‘기적의 사나이’다. 노숙자부터 영세상인, 유치원 교사 등 늘 약자의 편에 서서 그들의 억울함을 풀어준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나는 정의의 사도도 아니고 딸 수빈이가 아는 것처럼 슈퍼맨도 아니다. 하지만 억울한 사람들을 보면 그냥 넘어갈 수 없다. 우리 동네, 아니 이 땅에 억울한 사람이 있는 한 나는 이 일을 계속할 것이다.”

조들호의 사상과 행동은 일약 영웅적이지만, 그의 영웅적 면모를 부각시켜주는 ‘극적인’ 상황들도 곳곳에 존재한다. 오직 조들호네 동네에서만 가능한 일들을 지금 살펴보자.】

▲'동네변호사 조들호'(사진=KBS)
▲'동네변호사 조들호'(사진=KBS)

동네 상권에 집착하는 재벌 2세

대한민국을 움직이는 대기업 대화그룹. 여느 대기업이 그러하듯, 회장의 ‘망나니’ 아들 마이클 정(이재우 분)도 한 계열사의 어엿한 ‘대표님’이다. 그가 주무르는 것은 대화하우징. 대화하우징은 조들호와도 질긴 악연을 자랑하는데, ‘할매 감자탕’ 사건이 그 사례 중 하나다.

‘할매 감자탕’은 조들호의 추억이 담긴 곳이다. 그러나 30년 간 장사를 해온 건물에서 하루아침에 쫓겨날 위기에 처했다. 그리고 인정머리 없는 슈퍼 갑 건물주가 바로 대화하우징의 마이클 정이다.

마이클 정은 ‘할매 감자탕’은 물론, 일대 상점 주인을 모조리 내쫒았다. 표면의 이유는 쇼핑몰 건축이지만 실은 월세를 올려 받겠다는 속셈이다. 그런데 건물 규모를 보면, ‘대기업’의 스케일과는 다소 거리가 있어 보인다. 전국구 재벌 보다는 동네 재벌급에게 더욱 잘 어울려 보이는 상권. S사에서 골목 시장 상인들에게 월세 올려 받자고 ‘양아치’ 짓을 모습이랄까. 하긴, 대한민국 곳곳 대기업의 손길이 뻗치지 않은 곳 없으니 터무니없는 설정은 아닐 수도 있겠다.

▲'동네변호사 조들호'(사진=KBS)
▲'동네변호사 조들호'(사진=KBS)

두 얼굴의 유치원 원장, 참회 속도는 ‘LTE 급’

위선의 가면을 벗기는 것만큼 힘든 일이 또 있을까. 방긋유치원 원장 강자영(김정영 분)은 학부모 앞에선 천사, 그러나 돈 앞에선 악마 같은 인물이다. 선생님들을 하인처럼 부리는 것은 물론, 먹다 남은 음식으로 ‘쓰레기 죽’을 만드는 일도 서슴지 않았다. 남은 돈은 고스란히 강자영의 주머니로 들어갔다.

조들호에게도 강자영은 만만한 상대가 아니었다. 증인들을 사전에 매수해 자신에게 유리한 증언을 얻었으며, 유치원 문을 닫아 학부모들을 자기 편으로 돌렸다. 조들호와 황애라(황석정 분)의 위장 취업 사실을 들춰내며 그들을 압박하기도 했다.

조들호는 ‘속임수’로 응수했다. “무릎을 꿇겠다”며 강자영을 불러낸 뒤 그의 입에서 자백이 나오게 만든 것. 이 자리에는 조들호가 미리 부른 신지욱(류수영 분) 검사와 이하 직원들도 숨어있었다.

구치소의 차디찬 바닥이 사람을 겸허하게 만든 걸까? 강자영, 참회 속도가 LTE 급이다. 조들호를 궁지에 몰아넣던 꼼수와 악랄함은 다 어디로 간 건지. 삐뚤빼뚤 원생들의 손 편지에 반성의 눈물을 흘린다. 급기야 방긋유치원을 사회에 환원하고 ‘쓰레기 죽’을 고발한 배효진(송지인 분) 선생을 원장으로 임명하겠단다. 참회 두 번 하면 성불도 가능하겠다.

▲'동네변호사 조들호'(사진=KBS)
▲'동네변호사 조들호'(사진=KBS)
하늘이 도운 위장+잠입+도청

조들호와 사무실 직원들이 변론만큼 잘 하는 일이 또 있으니, 첫째 위장, 둘째 잠입, 셋째 도청이다.

황애라와 배대수(박원상 분)가 프랑스 사업가로 위장해 마이클 정의 정보를 캐낸 건 애교에 불과하다. 조들호와 그의 동료들은 정금모 회장의 꾀병 사실을 밝혀내기 위해 의사, 간호사, 환자 등으로 분해 병원에 침투하기까지 했다. 화재경보기를 울려 시선을 분산시킨 뒤, 정금모를 자극했다. 불안에 떨던 정금모는 결국 침대를 박차고 나왔고, 덕분에 꾀병 사실을 들켰다. 이 쯤 되니 궁금하다. 혹시 병원 고위 관계자들이 조들호와 한 패 아닐까? 그렇지 않고서야, 모두가 건물을 탈출할 시각까지 VVIP 환자를 홀로 방치할 리가!

이 외에도 황애라는 식당 직원으로 분해 국회의원들의 식사 자리에 도청 장치를 설치했고, 신 내림 받은 연기로 결정적 증인을 빼돌리기도 했다. 위장과 잠입, 도청으로 얻은 단서는 사건에 결정적인 영향을 주는데, 그 과정에는 일말의 어려움도 없다. 머리로 이해하지 말고, 가슴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아하! 하늘도 조들호의 편이구나’라고.

이은호 기자 wild37@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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