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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PPL④] 과하거나 넘치거나..TV 속 PPL의 현주소

[비즈엔터 김예슬 기자]

▲과도한 PPL로 논란이 된 KBS2 드라마 '태양의 후예', SBS 드라마 '닥터스'(사진=KBS2 '태양의 후예', SBS '닥터스' 캡처)
▲과도한 PPL로 논란이 된 KBS2 드라마 '태양의 후예', SBS 드라마 '닥터스'(사진=KBS2 '태양의 후예', SBS '닥터스' 캡처)

최근 드라마 시장에서 빼놓을 수 없는 화두가 있다. 잘 해도 본전, 못 하면 삽시간에 드라마를 조롱의 대상으로 전락시키는 'PPL'(Product PLacement, 간접광고)이다.

PPL은 대표적인 광고마케팅 전략이다. 극 중에 제품들을 배치해 소비자들의 무의식에 제품 이미지를 각인시키는 것이다.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 천송이 역의 전지현이 걸친 의상 및 소품들은 실제로도 완판이 됐다고 하니, PPL의 파급효과는 가히 무궁무진하다.

하지만 PPL의 효과가 강력한 만큼 이에 따른 문제가 발생했다. 극의 흐름을 방해할 정도로 제품이 과도하게 부각되기 시작한 것이다. 이런 일들이 점차 잦아지며 불편함을 느끼게 하는 사례도 늘어났다.

일례로, 드라마 ‘닥터스’에서는 매 회마다 극에서의 PPL이 도마 위에 올랐다. 박신혜 이성경 등이 모델로 있는 뷰티제품은 눈에 띄게 분량을 차지했고 한 샌드위치 업체는 극중 인물들이 매번 찾는 간식이 됐다.

올해 최고의 화제작 ‘태양의 후예’도 잦은 PPL로 뭇매를 맞았다. 출연진들이 시도 때도 없이 홍삼을 챙겨먹는 건 물론 김지원 송혜교를 위해 송중기 진구가 머나먼 땅 우르크에서 한 브랜드의 중탕기를 활용해 삼계탕을 끓여주기까지 했다. 송혜교가 모델로 있는 뷰티브랜드도 여럿 등장했다. 때문에 ‘태양의 후예’는 ‘PPL의 후예’라는 오명과 함께 방통위로부터 권고 조치를 받았다.

드라마뿐만 아니라 예능도 PPL에게서 자유롭지 못하다. MBC ‘무한도전’ 무한상사 특집은 홍삼과 사무실 의자, 화장품, 음료 등 다양한 부분에서 PPL이 들어갔다. KBS2 ‘슈퍼맨이 돌아왔다’에서는 육아용품 PPL이 넘쳐나고 있으며 Mnet ‘슈퍼스타K’는 한 탄산음료 브랜드를 지속적으로 노출한다. tvN ‘삼시세끼’에서도 출연진들은 매번 같은 탄산수를 마시곤 한다.

▲PPL을 선보이고 있는 예능 프로그램 '삼시세끼', '무한도전' 무한상사 특집편, '슈퍼맨이 돌아왔다'(사진=tvN '삼시세끼', MBC '무한도전', KBS2 '슈퍼맨이 돌아왔다' 캡처)
▲PPL을 선보이고 있는 예능 프로그램 '삼시세끼', '무한도전' 무한상사 특집편, '슈퍼맨이 돌아왔다'(사진=tvN '삼시세끼', MBC '무한도전', KBS2 '슈퍼맨이 돌아왔다' 캡처)

자칫하면 논란을 불러오는 PPL, 왜 이리도 많아진 걸까. 그 답은 제작환경과 광고시장의 확대라는 두 가지 측면에 있다. 거액의 제작비를 요하는 프로그램이 많아지며 기업과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진 것이다. PPL을 통해 부족한 제작비를 충당하는 건 프로그램 제작의 필수 공식이 됐다.

광고시장의 확대도 PPL 증가의 주 원인이다. 광고의 영향력이 커짐에 따라 광고모델로 있는 연예인에게 지속적인 제품 노출까지 요구하게 됐다. 연예인 SNS에서는 제품 광고 포스트가 심심찮게 등장하고 있으며 해당 제품을 자신이 출연하는 작품에까지 들고 나온다. 기업이 자사 모델의 출연작을 공식 후원하며 이와 같은 변화가 가속화된 점도 있다.

PPL의 증가는 제작진에게 있어 호재이자 숙제다. 제작비 충당에 PPL만한 게 없는 건 사실이나 자연스럽게 제품을 드러내는 건 쉽지만은 않다. 제품이 너무 부각되면 시청자들은 곧바로 불편한 기색을 내비친다.

한 드라마 제작사 관계자는 “작품 한 편을 찍기 위해 드는 비용은 어마무시하다. PPL을 넣을 수밖에 없다”고 항변하며 “작가들도 PPL을 위한 장면을 쓰는 것에 난색을 표하곤 한다”고 토로했다. 예능프로그램 관계자는 “예능은 PPL을 넣기가 더욱 어렵다. 드라마처럼 이야기를 만들 수 없으니 소품으로 활용하는 게 최선이다”면서 “최대한 프로그램 성격에 맞게 PPL을 넣으려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많은 비판을 야기하곤 하는 PPL이지만 나쁜 사례만 있는 것은 아니다. 가장 모범적인 PPL로 꼽히는 작품은 드라마 ‘미생’이다. 사무실을 배경으로 한 만큼 A4용지와 커피믹스 등 현실적으로 많이 쓰이는 사무용품과 식음료가 극 중 소품으로 노출됐다. 직장인들이 주로 사용하는 제품들이 자연스럽게 배치되며 거부감을 줄이는 효과를 거뒀다.

PPL로 효과를 많이 보고 있는 건 뷰티 제품군이다. ‘태양의 후예’ 송혜교 립스틱은 전달 대비 매출이 5배 이상 폭증했다. ‘별에서 온 그대’ 전지현 틴트는 국내 백화점은 물론 사상 초유의 면세점 품절까지 기록했다.

드라마 인기에 편승해 매출 증대를 이룬 사례도 있다. ‘태양의 후예’ 송중기 자동차는 전년 동기 대비 판매량이 105.6% 증가했다. 드라마가 국내외에서 큰 인기를 끈만큼 해당 극에 삽입된 PPL도 좋은 성과를 거뒀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PPL은 이미 제작 환경에서 필수불가결한 선택이 됐다. 그런 만큼 좀 더 자연스럽게 배치하려는 노력이 요구되는 건 당연한 흐름이다. 최소한 극의 흐름을 방해하진 않아야 한다. 마구잡이식으로 제품을 배치하다 보면 콘텐츠의 질적 하락을 면치 못하게 된다. 현명한 PPL의 활용법에 대해 고민이 더욱 필요한 이유다.

김예슬 기자 yeye@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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