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바로가기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비즈엔터

[뮤직로그] 탄핵 뉴스를 보며 ‘다시 만난 세계’를 듣는다

[비즈엔터 이은호 기자]

▲걸그룹 소녀시대(사진=SM엔터테인먼트)
▲걸그룹 소녀시대(사진=SM엔터테인먼트)
헌법 재판소가 10일 박근혜 전 대통령의 파면을 선고했다. 8대 0 만장일치로 내린 결정이다. 시민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환호했다. 라디오에서는 아이유의 ‘좋은 날’, 콜드플레이의 ‘비바 라 비다(Viva La Vida)’가 흘러나왔고, 음원차트에서는 걸스데이의 ‘여자대통령’이 급상승 차트 1위를 차지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인용 뉴스를 보며 소녀시대의 ‘다시 만난 세계’를 듣는다. 지난 2007년 발매돼 이후 10년 동안 후배 걸그룹들에 의해 끊임없이 다시 불려온 노래다. J팝에 뿌리를 둔 소녀풍의 멜로디와 에너제틱한 퍼포먼스. 밝고 건강한 소녀의 이미지를 획득하기에 이만한 노래가 없다.

지난해 7월 이화여자대학교 학생들은 미래라이프 단과대 신설 반대 농성 현장에서 ‘다시 만난 세계’를 합창했다. 왜 이 노래여야 했는지는 알 수 없다. 누군가 휴대전화로 ‘다시 만난 세계’를 재생했고, 누가 먼저라고 할 것도 없이 모두들 노래를 따라 불렀다. 굳게 팔짱을 끼고 서로를 붙든 학생들 앞에는 전투경찰들이 서 있었다. 당시 농성 중이던 100여 명의 학생들을 진압하기 위해 투입된 경찰의 수는 무려 1600 여 명에 달한다.

(사진=배우 유아인 SNS)
(사진=배우 유아인 SNS)

그리고 시위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당시 이화여자대학교에 재학 중이던 정유라에 대한 학교 측의 학점 특혜가 까발려졌다. ‘비선실세’ 최순실의 존재가 밝혀졌고, 박근혜 전 대통령을 파면으로 이끈 국정농단의 실마리 또한 드러났다. 이화여자대학교 학생들이 캠퍼스 앞에 “이곳이 바로 미래의 근현대사 첫 페이지”라는 현수막을 내건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인용 뉴스를 보며, 한 번 더 ‘다시 만난 세계’를 듣는다. ‘좋은 날’을 신청한 청취자의 재치가 귀엽게 느껴지고 ‘여자대통령’이 실시간 차트에 등장하는 현상은 재미있게 보이지만, ‘다시 만난 세계’를 부르던 이화여자대학교 학생들의 마음은 헤아릴 수 없이 뭉클하다.

앞으로도 많은 걸그룹들이 소녀의 매력을 어필하기 위해 ‘다시 만난 세계’를 부를 것이다. 하지만 ‘다시 만난 세계’가 소녀들의 전유물에 머무르는 일은 없을 것이다. 2016년의 청년들은 ‘다시 만난 세계’를 부르며 연대하고 투쟁했다. ‘다시 만난 세계’는 철저한 전략을 바탕으로 기획된 상품이다. 하지만 한 세대가 ‘다시 만난 세계’를 듣고 부르며 감수성을 쌓는 동안, 노래는 그들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언어로 발전했다. 새로운 민중가요의 탄생이다.

이은호 기자 wild37@etoday.co.kr
저작권자 © 비즈엔터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 보도자료 및 기사제보 press@bizenter.co.kr

실시간 관심기사

댓글

많이 본 기사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