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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직후] ‘원라인’ 선수는 맞으나, 고수는 아니다

[비즈엔터 정시우 기자]

(사진=NEW 제공)
(사진=NEW 제공)

공개날짜: 3월 20일 오후 2시
공개장소: 롯데시네마 건대입구
배급/제작: NEW/ (주)미인픽쳐스, (주)곽픽쳐스
감독: 양경모
개봉: 3월 29일

줄거리: 때는 2005년. 가난이 너무 싫은 대학생 민재(임시완)는 작업 대출계의 고수 석구(진구)를 만난다. 사슴 눈을 지닌 반반한 외모 덕에 사람의 마음을 쉽게 사는 민재. 얼마 지나지 않아 작업 대출계의 신성으로 거듭난다. 그런 민재가, 박실장(박병은)은 못마땅하다. 석구와 오랫동안 호흡을 맞춰온 박실장은 야망을 위해 석구를 배신하고 금융계를 평정해 나가기 시작한다.

첫느낌: 비범한 사기꾼이 되기 위한 필요조건? 상대를 쥐락펴락 하는 특유의 매력이 아닐까. ‘원라인’은 그걸 잘 한다. 그러니까, 캐릭터와 배우들이 좋다. ‘미생’에서 냉혹한 현실 속에서도 ‘페어플레이 정신’을 잃지 않았던 건실한 청년 장그래를 연기한 임시완이, 시치미 뚝 떼고 상대를 감언이설로 녹이는 사기꾼 민재로 능글맞게 변신했다.

작업 대출계의 고수로 분한 진구는 강약 조절이 잘 된 경우다. 출연 분량이 그리 많지는 않으나, 등장하는 장면 장면마다 존재감을 드러낸다. 범죄 사기단 원라인 팀원들은 물론, 그들과 삼각 꼭짓점을 이루는 형사 역의 안세하와 또 다른 작전 세력인 악역 박병은의 연기도 인상적이다. 조폭 출신으로 사기 유망주 기태 역의 박종환은 특별 언급. 강렬한 외모와 대비되는 어리버리한 말투로 강력한 코미디적 면모를 선보인다. 여러 캐릭터가 등장하는 영화에는 튀는 수혜자가 있는 법인데, ‘원라인’에는 대다수가 수혜자다. 캐릭터들이 좋았다는 의미이고, 그걸 배우와 연출이 잘 살려냈다는 의미다.

‘원라인’은 의외로 묵직하다. 한 탕 놀고 빠지는 단순한 오락영화가 아니다. 돈에 죽고 돈에 사는 인간의 욕망과 서민들 등쳐먹는 한국 자본주의의 민낯을 꽤 깊숙이 파고들었다. 이젠 추억으로 남은 싸이월드와 유물이 된 폴더형 휴대폰 등 2005년도를 떠올리게 하는 소품들도 적재적소에 배치, 시대의 공기를 길어 올리는데 한 몫 한다.

이 영화의 단점이라면 지구력과 사건 수습 아이디어다. ‘원라인’은 초중반이 상당히 좋다. 캐릭터를 유들유들하게 소개할 줄 알고, 빠르게 치고 나가는 전술로 흥미로운 첫인상을 남긴다. 그러나 중반을 지나면서 슬슬 리듬이 늘어지기 시작하는데, 단순 구성상의 문제는 아닌 듯하다. 사건을 봉합해 나가는 과정에서의 독특한 아이디어가 부재하기 때문이다. 초반 촘촘했던 캐릭터들 간의 관계(편집 과정에서 여러 장면이 빠진 것으로 보인다)도 느슨하게 벌어지면서 쫀쫀했던 긴장감을 잃는다.

무엇보다 하이스트 무비가 갖춰야 할 클라이맥스에서의 강렬한 한 방이 아쉽다. 차곡차곡 쌓아둔 이야기를 폭발시키는 한 방 말이다. 그로인해 ‘도둑들’이나 ‘오션스 일레븐’ 시리즈가 후반에 지녔던 쾌감이 ‘원라인’에선 희미하다. 조금 더 치밀하게, 허를 찌르는 사기를 쳤어야 했다.

장점도 단점도 극명한 ‘원라인’은 결국 무난한 결과물이다. 돈을 노리고 빠르게 제작된 졸작 기획영화들에 비하면 분명 선수이나, ‘진짜 선수’인 고수 영화들 앞에서는 아쉬운 게 사실이다.

정시우 기자 siwoorain@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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