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엔터 김예슬 기자]

▲김민석(사진=윤예진 기자 yoooon@)

배우 김민석에겐 최근 ‘흥행 요정’이라는 별칭이 따라붙곤 한다.

지난해 큰 성공을 거둔 KBS2 ‘태양의 후예’를 시작으로 SBS ‘닥터스’, ‘피고인’ 등 다수의 히트작에 연이어 출연한 그는 이제 안방극장에서 익숙한 배우가 됐다. 그동안 극에서 감칠맛을 더하던 인물이었다면, 최근 종영한 ‘피고인’에서는 반전을 선사하며 사건의 키를 쥐고 안방극장을 뒤흔들었다. 요컨대, 극에서 그가 맡는 역할의 비중이 점차 확장되기 시작한 것이다.

이렇듯 그는 가수를 꿈꾸던 소년에서 배우로 성장해 유의미한 족적들을 남기고 있다. 시청률 요정이라는 수식어에 대해서는 “우연의 일치고 운일 뿐”이라며 손 사래를 치지만 우연도 이렇게 일치되면 그건 실력인 거고, 운이 이렇게 이어졌다는 건 자신에게 온 기회를 놓치지 않는 영민함을 갖췄다는 방증이 된다. ‘피고인’으로 또 다른 전환점을 맞은 그는 앞으로 어떤 길로 나아갈까.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는 배우’라는 흔한 말은 그의 궤적을 따라, 점점 더 김민석에게 꼭 맞아가고 있다.

Q. ‘피고인’도 끝났고 포상휴가도 끝났네요(웃음). 휴가는 잘 다녀왔나요?
김민석: 그냥 오키나와 휴양지로 떠나서 휴식을 잘 취하고 왔어요. 선배님들과도 이야기를 많이 나눴고, 그냥 드라마를 정리하는 기분이 들었죠.

Q. 요즘 ‘시청률의 요정’이라는 말이 계속 나오고 있어요.
김민석: 어휴. 사실 정말 우연의 일치고 운일 뿐이에요. 계속 그런 말들이 나오는 게 굉장히 부담돼요. 사실 제가 부담감을 가질 일은 아닌데 이상하게 부담이 되더라고요. 무서워갖고 이래서 드라마를 하겠냐는 말도 하죠(웃음). 그냥, 정말 좋은 작품과 하고 싶은 작품에 참여하게 되는 게 대운(大運)같아요.

Q. 근래에는 청년 이미지와 상반된, 안타까운 캐릭터를 맡았던 것 같아요. 작품의 선택 기준이 있을까요.
김민석: 기준은 따로 없지만, 제가 캐릭터를 봤을 때 마음이 아프거나 이해를 잘 하게 되는 부분들이 맞으면 하게 돼요. 하지만 뭔가를 노리거나 한 적은 여태까지 한 번도 없고요. 제가 그럴 만한 인물도 아닐뿐더러, 하고 싶은 대로 다 하면 안 되죠. 저는 그냥 항상 운이 좋았던 거예요. 저와 비슷한 부분이 있는 캐릭터를 지금까지 잘 만난 거죠.

Q. ‘피고인’ 속 이성규 캐릭터와는 어떤 부분이 비슷했어요?
김민석: 제가 사실 내면이 그렇게 밝고 유쾌한 사람은 아니에요. 그런 부분들을 이번 드라마에서 보여줄 수 있게 돼 다행이었던 것 같아요. 제가 마냥 밝고 그런 사람이 아니라 속에 짜증도 많고 화도 잘 내는 ‘기분파’거든요. 내면에 우울한 기운이 있는데 이번 작품에선 그런 기운을 가진 캐릭터를 아주 잘 만났죠.

▲김민석(사진=윤예진 기자 yoooon@)

Q. ‘피고인’에서 빼놓을 수 없는 건 엔딩 장면 같아요. 특히 극 중 성규의 반전 엔딩은 큰 화제가 됐죠.
김민석: 현장에서 대본을 봤을 때도 “와, 대박이다!”라고 이야기했었어요. 사실 찍을 땐 크게 화제가 될 거라곤 생각 못 했었어요. 지성 선배님과 감독님이 많이 도와주셨고요. 일종의 협의점과 타협점을 찾고 있었다고나 할까요. 엔딩 장면인 만큼 시청자들이 궁금할 여지를 남겨야 하는데 저는 털어놔버리고 싶었고요, 극 중 박정우와 맞닥뜨리면서 섬뜩한 연기도 해야 하는데 저는 또 내면 고백도 해야 했고요.

Q. 그래서 찾은 협의점은 어떤 방향이었나요.
김민석: ‘섬뜩한 방향으로 가자’는 게 지성 선배님과 감독님의 공통된 의견이었어요. 그래서 그런 느낌으로 가되, 저는 ‘속으로는 그런 부분을 떠올리지 말자’라는 생각을 갖고 그 장면을 찍었죠. 그랬더니 제 눈빛이 참 슬프게 나온 거예요. 제 자신에게 그런 부분이 표현될 수 있다는 게 신기했어요. 비현실적인 상황이어서 상상에 맡기고 찍었거든요. 정말, 지성 선배님이 아니었다면 그만큼 나오지도 않았을 거예요. 노래 부르는 부분도 감독님이 ‘좀 더 아이가 부르는 느낌이 어떨까’라고 제안해주셔서 그렇게 한 거거든요. 하고나서도 아리송한 느낌은 있었지만 이 정도의 파장이 될 줄은 정말 몰랐죠.

Q. 정말 파장이 컸어요. 실시간 검색어도 김민석으로 도배됐고.
김민석: 상상 못 했던 반응들이었어요. 휴대폰에 연락이 불처럼 쏟아지더라고요. 뒷내용 좀 알려달라는 말이 많았는데 그럴 수도 없는 부분이고. 결국은 휴대폰을 아예 꺼버렸어요.

Q. 큰 인기를 얻었지만 배우 개인으로서는 아쉬울 부분도 있는 것 같아요. 마지막 회에서 감방 동기들이 사회에 나가 다 함께 모이는데 성규만 없었죠. 죽음으로 엔딩을 맞은 게 아쉽진 않았나요?
김민석: 죽음은 원래부터 예정됐던 거였어요. 연장되면서 저의 출연분이 한 회 더 늘어났을 뿐이었고요. 솔직히, 드라마에 끝까지 참여하지 못해 아쉬운 부분은 있지만, 그런 게 시청자 분들께 죽음에 대해 허무하다고 느낄 수 있는 여지를 만들어준 것 같아요. 저희 드라마는 아시다시피 끝나기 5분 전에 무슨 사건들이 터지잖아요. 그게 저였던 것뿐이고, 보시는 분들이 저를 그만큼 아껴주셔서 더 안타까워해주신 것 같아요. 마지막에 감방 식구들이 저에 대한 언급 없이 끝난 건 서운하지만, 이미 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던 거라고 생각해요.

Q. 그럼, ‘피고인’에서 가장 만족했던 장면은 어떤 거였어요?
김민석: 음… 사실 찍으면서 너무 우울했어요. 대본 보면 계속 허름한 방, 여관, 빌라, 누굴 보고 도망친다, 숨는다만 있으니 우울했죠. 그러던 중에 하연(신린아 분)이가 절 보고 “히~” 하고 웃는 장면이 있는데 그게 그나마 가장 행복했던 장면이었어요. 쫓기는 와중에도 아이의 미소를 보고 웃을 수 있구나 싶어서 더 좋았죠. 하지만 그 장면을 제외하고는, 특히 감방 장면은 곤욕이었어요. 도둑질하고 말 안 하는 아이처럼 저도 아닌 척하면서 4회까지를 찍는데 참 고통스럽더라고요. 지성 형과 투샷을 찍을 때면 서로 얼굴을 봐야하는 데도 잘 못 쳐다보겠는 거예요. 저도 모르게 시선을 빼기도 하고… 그렇게 계속 이성규처럼 살았던 것 같아요.

Q. 연기적인 상황임에도 마음이 불편했던 거네요.
김민석: 네. 정말 가시방석에 앉은 기분이고 그랬어요.

▲큰 화제가 된 ‘피고인’ 반전 엔딩(사진=SBS 월화드라마 '피고인' 지성 김민석 캡처)

Q. 연기할 때 깊게 빠지는 편인가봐요.
김민석: 이번 작품이 유독 더 그랬어요. ‘닥터스’는 애드리브도 날리면서 시청자 분들께 재미도 드리는 분위기 메이커 역할이어서 종영하고도 배우들과 재밌게 대화를 나누고 그랬거든요. 하지만 이 작품은 조금 달랐어요. 지성 형에게도 많이 감동받았고요. 평소에 회의도 많이 했지만, 쉬는 날에도 저를 위해 소주도 사주시면서 좋았던 부분과 본인 생각들을 말씀해주셨거든요. 그래서 지성 형과의 브로맨스가 더 잘 드러난 것 같아요.

Q. 지성 씨도 그렇지만, 하연 역의 신린아 양이 김민석 씨 이야기를 많이 하는 것 같던데.
김민석: 사실 제가 극 중 인물들에게 감정을 과하게 쏟아내진 않는데, 뭔가 이상해요. 린아가 저를 잘 따른 것도 있지만, 참 애처롭기도 하고. 제 첫 여배우라 더 애착도 가고(웃음). 린아랑 오키나와 해변가에서 같이 손잡고 걸어가는데 “삼촌은 내가 중·고등학생이 되면 나 잊을 거잖아요”라고 하는 거에요. 그때도 정말 기분이 이상하더라고요.

Q. 오히려 린아 양이 잊을 수도 있을텐데(웃음).
김민석: 그쵸? 그래서 제가 그렇게 말하니까 스티커 사진이 있어서 자기는 안 잊을 거래요. 일본에서 같이 스티커 사진을 찍었거든요.

Q. 원래 아이를 좋아하는 편인가요?
김민석: 그렇진 않아요. 친구네 애기도 안아본 적이 없는걸요. 제가 외동이기도 하고 형제 없이 자란 터라 그런 감정을 크게 못 느꼈었는데, 이번 드라마를 하면서 빨리 결혼해서 예쁜 딸을 낳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Q. ‘피고인’에서는 지성 씨와 엄기준 씨를 빼놓을 수가 없죠. 선배들의 연기를 옆에서 지켜봐보니 어땠나요?
김민석: 제가 이 일을 하고 있지만, 배우란 참 신기하고 이상하고 희한한 직업이라고 생각했어요. 지성 선배님은 정말 자상하고 순수한데도 극 중 가족에 대한 울분과 한을 토해낼 땐 정말 달랐어요. 소름이 많이 돋았죠. 지성 선배님은 따님도 있다 보니 자식 가진 부모 심정을 더 잘 보여주신 것 같아요. 이래서 어른들이 ‘피고인’ 보시는 구나 생각했거든요. 정말 이 작품하면서 다시 한 번 배우의 힘을 느꼈어요.

Q. 서정연 씨와의 재회도 돋보였던 것 같아요. 얼마 전에 ‘태양의 후예’ 1주년을 맞기도 했고.
김민석: ‘태양의 후예’ 식구들에겐 소속감과 동지애 같은 게 있어요. 그래서 같이 붙는 장면이 아니더라도 마음으로 의지되는 면이 있었죠. 촬영장에서 만나면 너무 반가워서 안고 그랬어요.

▲김민석(사진=윤예진 기자 yoooon@)

Q. ‘태양의 후예’를 통해 본격적으로 김민석을 알렸다면, ‘피고인’이 여러모로 남다른 의미일 것 같아요. 감초 역할을 넘어 극의 핵심을 안고 있는 인물이었죠.
김민석: 의도한 건 아니지만 역할이 그렇게 됐던 것 같아요. 사실 이렇게 호평을 받으면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칭찬이 좋긴 하지만 너무 부끄럽고 쑥스럽고 어색해요.

Q. ‘피고인’이 앞으로 김민석이라는 배우에게 다른 방향을 제시한 부분이 있을까요?
김민석: 사실, 아직까지는 ‘피고인’을 잊고 새 작품을 맞을 준비가 덜 된 것 같아요. ‘피고인’을 찍으면서 정신적인 스트레스와 우울한 기운이 너무 심해졌어요. 매일 우울한 음악도 달고 살고 스트레스도 받다 보니 살도 3-4kg 정도가 확 빠졌고요. 그래서 오키나와에 갔을 때도 참 슬펐어요. 진짜 마지막인 거잖아요. 제가 역할에 과하게 애정을 쏟았던 터라 헤어나기에는 다른 작품보다 좀 더 시간이 걸릴 것 같아요. 신중한 듯 안 신중하게, 소처럼 일 해야 하는데 아직까지는 잘 모르겠네요(웃음).

Q. 우울한 음악으로는 어떤 걸 들었어요?
김민석: 이소라 선배님의 음악을 많이 들었어요. 김윤아 선배님의 ‘키리에’도 자주 듣고, 이소라 선배님의 트랙 전곡을 다 듣기도 하고요.

Q. 음악으로 감정에 더 몰입하는 편인가 봐요.
김민석: 원래는 음악에 의지하거나 하진 않았는데 지성 형이 분위기에 따라 헤드셋으로 음악을 골라 들으시더라고요. 그걸 보니 뭔지는 모르겠지만 뭔가를 알 것 같은 느낌이 들었어요. 지성 형에게 말은 안 했지만 따로 차에서 몰래 들었죠(웃음). 도움이 됐던 것 같아요. 집에서도 일부러 음악을 더 듣곤 했어요.

Q. 평상시에도 감정을 이어간 거네요.
김민석: 아무래도 그런 편이었죠. ‘피고인’을 찍으면서 즐겁게 술 먹고 돌아다니는 게 보여진다면 극에 이입하는 시청자 분들의 몰입을 해칠 것 같았어요. 방해되기 싫어서 예능도 피하고, SNS에도 ‘피고인’과 관련된 것만 올렸어요. 물론 너무 스트레스를 많이 받을 땐 나가서 놀기도 했지만 거의 집에 있는 편이었어요.

Q. 그런 점에서는 ‘정글의 법칙’ 방송 타이밍이 조금 아쉬웠겠어요.
김민석: 그런 건 있었죠. 제가 ‘피고인’에서는 유괴범이고 잡히면 죽는, 긴박한 부분을 소화 중인데 ‘정글의 법칙’ 재방송에서는 막 도마뱀을 뜯고 있더라고요?(웃음) 시청자 분들이 그냥 다르게 봐주시겠거니 했어요.

▲김민석(사진=윤예진 기자 yoooon@)

Q. ‘피고인’에 많이 몰입했던 만큼 새 작품은 다른 걸 하고 싶을 것 같기도 해요.
김민석: 원래의 김민석다운, 대중이 아는 저의 밝은 모습이 나오면 좋겠어요. 밝은 장르를 다시 하고 싶은 생각도 들고요.

Q. 로맨틱 코미디에 대한 욕심은 없나요?
김민석: 에이, 로코는 훤칠하고 키 큰 분들이 하는 거죠. 그렇지만 기회가 온다면 하고 싶어요. 하지만 기대하면 실망하기 때문에 말은 아끼려고요(웃음). 제가 남자 배우로서 피지컬 부분이 부족하다는 걸 스스로도 정말 잘 알고 있어요. 배우는 트라우마 덩어리, 결핍 덩어리라 생각하거든요. 저는 그런 부분이 부족한 대신 잔재능이 많은 것 같아요.

Q. 구체적으로 어떤 잔재능?
김민석: 제가 살아남기 위해 스스로 발굴한 저만의 재능이 있죠. 회를 뜬다거나, 요리를 한다거나 하는 부분이요. 그래서 제가 좀 더 열심히 하는 것 같아요. 제가 부족한 걸 정말 잘 알거든요.

Q. 김민석이라는 배우는 뒤늦게 주목 받은 케이스인 편이에요. 벌써 데뷔 6년차로 알고 있는데, 요즘은 어떤가요.
김민석: 얻는 게 있으면 잃는 게 생긴다는 걸 뼈저리게 느끼고 있어요. 전 원래 자유로운 사람이어서 어디서도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하진 않는데, ‘태양의 후예’ 이후에 그런 부분 때문에 오해를 많이 샀거든요. 그러다보니 조금 외로워졌어요. 친구가 많아서 다행이다 싶었죠.

Q. 어떤 오해?
김민석: 제가 솔직한 편이에요. 싫으면 싫다고 하고, 싫은 건 죽어도 안 하려 해요. 저는 원래 그런 사람인데도 ‘태양의 후예’로 얻은 인기 때문에 그렇게 비춰지는 부분이 있었던 것 같아요. 참으면 병이 될 것 같고, 안 참자니 그것도 병이 될 것 같고. 중간을 맞추기가 참 힘들더라고요.

▲김민석(사진=윤예진 기자 yoooon@)

Q. 연예인이라는 직업이 그런 부분에서 참 어렵죠.
김민석: 맞아요. 하지만 관심을 얻는 만큼 꼭 업고 가야 하는 부분이기도 하죠. 그래서 그런 걸 무엇으로 풀어야 할지도 많이 생각해요. 어찌됐건 정신이 건강해야 일도 계속 하는 거니까요.

Q. 마음고생을 했다는 게 느껴지네요.
김민석: 제가 ‘태양의 후예’ 이후 인터뷰를 했을 때 논란이 정말 많았어요. 제 첫 인터뷰였는데, 다른 시간대에 똑같은 질문을 받으면 “그 질문 계속 받았는데 안 하면 안 돼요?”라고 해서 오해를 사기도 했어요. 인터뷰 기피증도 생기고, SNS에 뭐만 올리면 다 기사화가 되고… 그래서 요즘은 개인적인 건 올리지 않으려고 절제 중이에요.

Q. 연예인에 맞게 변화된 부분일까요?
김민석: 아뇨. 제 자신이 변한 건 아니에요. 솔직히 말하면 아직도 똑같아요. 싫으면 싫다, 좋으면 좋다고 솔직하게 말해요. 하지만 제게 유쾌·발랄한 면만 있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계시잖아요. 사실 짜증도 많고, 화도 많고, 친구들과 욕도 하고, 우울한 것도 다 똑같은데 작품에서 밝은 부분이 극대화돼서 다뤄진 편이라 그런 편견 아닌 편견이 있죠. 그런 걸 ‘피고인’ 하면서 털어냈어요. 제가 가진 부분을 하나씩 꺼내서 보여주고… 그런 게 연기할 때 참 좋았던 것 같아요.

Q. 그럼 이번엔 김민석 본인의 것들을 많이 보여줬다고 생각하나요?
김민석: 적당히 보여준 것 같아요. 제가 계산한 연기가 아닌데도 연기 톤이 저렇게 희한하게 나올 수 있구나 했거든요. 저도 놀랐어요. 제게 없는 모습을 많이 봤으니까요.

▲김민석(사진=윤예진 기자 yoooon@)

Q. 많은 걸 쏟아부었던 만큼 지쳤을 것 같아요. 당분간은 휴식을 취할 계획인가요?
김민석: 모르겠어요. 고민 중이긴 한데 당장 뭘 할 것 같지는 않아요.

Q. 일단, ‘피고인’에서 헤어나야 뭐든 하겠네요(웃음).
김민석: 그러게요. 우선은 저를 위한 여행을 가고 싶어요. 부산 같은 곳이요. 저는 외국이랑은 잘 안 맞아서 두드러기가 잘 나더라고요. 그냥 집이 좋아요.

Q. 부산 가면 제일 하고 싶은 건 뭔가요.
김민석: 제가 살았던 곳을 편안하게, 그냥 돌아다니고 싶어요. 아직까지는 모자 쓰고 비교적 자유롭게 다니는 편이긴 해요. 사진 찍어달라거나 사인 요청 받으면 감사하고요. 하지만 사람이 많은 곳을 일부러 찾아서 저를 보여지게 하면 관심을 받으려고 그러는 것처럼 보일까봐 염려가 돼서 최대한 조용한 곳을 돌아다니고 있어요.

Q. 배우 김민석이 앞으로 가진 목표도 궁금해요.
김민석: 저는 어차피 30대건 40대건 연기를 계속 해야 하는 사람이에요. 그런 만큼 당장 앞만 보고 연기하지 않고 길게 보면서 연기 하고 싶어요. 항상 어디서 필요한 사람이면 좋겠고요. 또 잘 하는 사람이고 싶고. 무엇이든 진심으로 하는 사람이고 싶어요. 큰 욕심 안 부리고, 지금 하는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