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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드플레이②] 대통령이 탄핵된 4월, ‘비바 라 비다’를 듣다

[비즈엔터 이은호 기자]

▲밴드 콜드플레이의 프런트맨 크리스 마틴(사진=현대카드)
▲밴드 콜드플레이의 프런트맨 크리스 마틴(사진=현대카드)

“한 때 난 세상을 다스렸지. 내가 말을 할 때마다 바다가 들썩였다네. 하지만 이제 난 아침에 홀로 거리를 쓸어. 한 때 내가 지배했던 거리를.” (‘비바 라 비다’ 가사 중)

영국 밴드 콜드플레이가 지난 2008년 발표한 싱글 ‘비바 라 비다(Viva La Vida)’는 몰락한 왕의 말로를 그린 노래다. 팀의 프런트맨 크리스마틴은 프리다 칼로가 말년에 그린 동명의 작품에서 영감을 얻어 만든 곡이라고 설명했지만 노래에 대한 추측은 다양하다. 혹자는 ‘성 베드로’, ‘소금 기둥’ 등의 가사를 근거로 들며 예수의 최후를 그린 노래라고 주장하고, 혹자는 음반 커버가 프랑스 화가 들라크루아의 ‘민중을 이끄는 자유의 여신’이라는 점을 들어 프랑스 혁명을 다룬 노래라고 말한다. 한 때 세상을 호령했지만 작은 섬에 유배돼 생을 마감한 전쟁 영웅 나폴레옹에 대한 노래라는 주장도 있다.

무정부상태인 2017년 4월의 대한민국에서 ‘비바 라 비다’는 필연적으로 몰락한 대통령을 떠올리게 만든다. 실제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된 지난 3월 10일 국내 음원사이트의 급상승 차트에 이 노래가 이름을 올렸고, 다음날 열린 흡사 축제와도 같았던 20차 촛불 집회에서도 ‘비바 라 비다’가 울려 퍼졌다.

▲밴드 콜드플레이(사진=현대카드)
▲밴드 콜드플레이(사진=현대카드)

지난 15일 열린 콜드플레이의 첫 내한공연에서, 관객들은 밴드의 이름을 연호하는 대신 ‘비바 라 비다’의 후렴을 불렀다. 공연이 시작하기 전 밴드의 등장을 기다릴 때나, 공연이 끝난 후 앙코르를 요청할 때에도 잠실벌 일대에는 “워어워어오” 하는 합창이 힘 있게 울려 퍼졌다. 대형 스타디움을 가득 메운 5만명의 목소리는 그동안 들었던 무수한 ‘떼창’ 가운데서도 단연 가장 경이롭게 느껴졌다.

고백하자면, 본 공연에서 들었던 ‘비바 라 비다’는 기대했던 것만큼의 감흥을 주지 못했다. 직전 곡 ‘픽스 유(Fix you)’에서 이미 너무 많은 에너지를 소모한 탓인지, 크리스 마틴은 ‘비바 라 비다’의 많은 부분을 음역을 낮춰 부르거나 박자를 당겨 불렀다. 관객들의 ‘떼창’과 크리스 마틴의 노래가 엇갈리는 지점이 다수 생겨나면서 기대했던 것만큼의 에너지는 뭉치지 못했다. 다만 ‘비바 라 비다’를 따라 부르는 내내, 지난 5개월 간 광화문 일대를 밝혔던 촛불들과 지난 3월 전국을 뒤덮었던 환희가 스쳐가 가슴이 뭉클해지긴 했다.

▲밴드 콜드플레이의 프런트맨 크리스 마틴(사진=현대카드)
▲밴드 콜드플레이의 프런트맨 크리스 마틴(사진=현대카드)

주목할 만한 선곡은 하나 더 있다. ‘옐로우(Yellow)’다. 세월호 참사 3주기를 하루 앞두고 듣는 ‘옐로우’는, 그리고 공연장을 가득 메운 노란 불빛은 어쩔 수 없이 그날부터 이어진 비극을 떠올리게 만들었다. 주최사 현대카드의 정태영 부회장은 지난해 12월, 콜드플레이의 추가 공연 성사 소식을 전하면서 SNS에 이렇게 남겼다. “(공연 기간을)하루 연장하다보니 4월 16일이 되고 말아 마음에 걸리는데, 남의 공연에 부탁은 못하겠지만 무슨 날인지 알리려고는 한다. ‘옐로우’라는 곡이 자꾸 눈에 들어온다.”

사실 ‘옐로우’나 ‘비바 라 비다’ 모두 콜드플레이가 이번 투어에서 고정적으로 연주해오던 곡이다. 밴드의 대표곡이니, 그럴 수밖에. 하지만 특별한 의도를 갖고 부른 곡이 아니라고 해서, 노래가 2017년 4월의 한국 관객들에게 준 의미를 억지로 퇴색시킬 필요는 없을 것이다. 세월호 3주기를 하루 앞둔 날, 참사에 불성실했던 대통령을 끌어내린 대한민국에서, ‘비바 라 비다’와 ‘옐로우’를 들었다. 우주의 기운이 힘을 보태준 듯한, 묘한 감동이었다.

이은호 기자 wild37@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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