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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音:사이드] CJ문화재단 김명호 과장 “인디 뮤지션과 공생, 치열하게 고민 중”

[비즈엔터 이은호 기자]

▲CJ문화재단 김명호 국장(사진=윤예진 기자 yoooon@)
▲CJ문화재단 김명호 국장(사진=윤예진 기자 yoooon@)

스타가 밥을 잘 먹기 위해서는 정갈하게 차린 밥상이 필요하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밥상을 차렸던 사람들이 있기에 빛나는 작품, 빛나는 스타가 탄생할 수 있었다.

비즈엔터는 밥상을 차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매주 화요일 ‘현장人사이드’에서 전한다. ‘현장人사이드’에는 3개의 서브 테마가 있다. 음악은 ‘音:사이드’, 방송은 ‘프로듀:썰’, 영화는 ‘Film:人’으로 각각 소개한다. 각 분야 최고의 전문가에게 듣는 엔터ㆍ문화 이야기.

인디펜던트 뮤지션, 속칭 인디. 날이 갈수록 의미와 범위가 모호해지고 있지만, 인디의 핵심은 독립성과 자발성에 있다. 회사와 계약 관계없이 스스로 음악을 시작하고 이어가는 것. 낭만적으로 보이지만 실상은 치열하다. 투자와 지원의 방법이 묘연하고 활동 또한 쉽지 않다. 시장의 규모는 작디작은데, 그 안에서 매일 새로운 경쟁자가 쏟아져 나온다. 배고픔은 쉽게 면해지지 않는다. 그래서 많은 수의 인디 뮤지션들이 생업과 음악을 겸한다.

CJ 문화재단은 지난 2010년부터 유망한 신인 뮤지션들을 선정 및 지원하는 ‘튠업’ 사업을 진행 중이다. 음반 발매 및 기획 공연 등을 통해 뮤지션들의 기반 마련에 힘을 보탠다. 최근에는 CJ아지트 광흥창점을 재개관, 지원의 폭을 인디 뮤지션 전반으로 넓혔다. 튠업 뮤지션들을 위한 공연장으로 활용되던 이 곳은 이제 스튜디오와 커뮤니티 라운지를 겸하게 됐다. 뮤지션들의 창작 환경을 지원해 지속 가능한 생태계를 만들겠다는 포부. CJ 문화재단의 음악 지원 사업 실무를 맡고 있는 김명호 과장을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Q. CJ 문화재단 사업을 담당하게 된지는 얼마나 됐나.
김명호 과장(이하 김명호):
1년이 채 안 된다. 앞서 3년 가까이 CJ 나눔 재단에서 일을 했다. 문화재단에 온 건 지난해 여름쯤이고 그 때부터 튠업 사업을 맡게 됐다.

Q. 원래 음악에 관심이 많았나.
김명호:
맞다. 문화재단에 오면서 튠업을 맡은 까닭도 그것이다. 사실 밴드 음악 보다 어쿠스틱한 음악을 좋아하는 편이었는데, 튠업을 하다 보니 밴드를 자주 만나고 있다. 장르적인 특성상 사람들의 관심을 잘 못 받고 있어서 뮤지션들이 많이 힘들다. 꼭 필요한 일이면서 동시에 즐거운 일이다.

Q. 일을 하면서 만난 밴드 중 기억에 남는 팀이 있다면?
김명호:
아시안 체어샷. 거의 여기에 산다.(웃음) 미국 투어도 갔었고 자력으로 영국이랑 스페인에서 공연을 한 적도 있다. 국내에서는 KBS2 ‘탑밴드’ 우승, 한국 대중음악상 수상 경력도 있지만, 워낙 하드한 장르를 하고 있다 보니 사람들의 관심에서 살짝 벗어나 있다. 어서 빨리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지고 음악성을 인정받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 이건 종종 아시안 체어샷과 농담 삼아서 하는 얘긴데, 내가 전화를 걸었을 때 이들이 ‘바쁘니까 3일 뒤에 연락주세요’라고 말하는 날이 오길 바란다.

▲CJ문화재단 김명호 과장(사진=윤예진 기자 yoooon@)
▲CJ문화재단 김명호 과장(사진=윤예진 기자 yoooon@)

Q. 밴드 음악은 CD로 듣는 것과 현장에서 듣는 것이 정말 다르지 않나.
김명호:
완전 다르다. 공연장 환경에 따라서도 다르고 어떤 느낌을 의도했느냐에 따라 다르다. 나는 소위 말하는 ‘막귀’인데, 클럽에서 듣는 것과 공연장에서 듣는 것이 다르고, 음향 세팅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또 다르게 들린다.

Q. 그래서 어떤 뮤지션들은 모든 공연에 전담 엔지니어를 두기도 하더라. 혹시 CJ아지트의 음향 장비는 누가 관리하고 있나.
김명호:
지금까지는 주니어 음향 감독이 맡았는데 올해에는 박병준 감독님께서 많이 도와주셨다. CJ아지트 내부 스튜디오 감독 및 관리도 박 감독님이 해주신다. 재개관 공연의 음향도 관리해주셨다.

Q. 박병준 감독은 CJ 전속 엔지니어로 일하는 건가. 스튜디오 운영 방식이 궁금하다.
김명호:
그동안은 스튜디오 방음 공사 단계에서부터 감리를 봐주셨다. 사실 아직 스튜디오의 구체적인 운영 방식에 대해서는 고민 중이다. 콘진원의 통계자료나 실제 뮤지션들의 얘기를 들어본 결과, 과반 이상의 뮤지션들이 경제적으로 가장 부담이 되는 것으로 스튜디오 사용 비용을 뽑더라. 물론 요즘에는 홈레코딩도 가능하지만, 좋은 장비로 좋은 소리를 뽑고자 하는 욕구를 충족시켜주기 위해 만들었다.

문제는 돈을 받고 대관을 하느냐 혹은 무료로 개방하느냐다. 돈을 받으면 사용 시간의 문제, 금액적인 문제 등으로 인해 실질적으로 도움이 안 될 것 같다. 반면 ‘누구나 와서 무료로 쓰세요’라고 개방하면 생태계에 있는 다른 영세 스튜디오에 피해가 갈 것이다.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이 뭔지를 치열하게 고민 중이다. 어쨌든 스튜디오는 하반기 중으로 일반 뮤지션들을 상대로 오픈할 예정이고, 그 사이 3개월 정도는 튠업 뮤지션들과 작업을 하면서 시스템을 안정화시키려고 한다.

Q. 영세 스튜디오 얘기를 듣다 보니까 현대카드가 이태원에 바이닐 판매점을 오픈한 사례가 떠오른다. 영세 상인들은 ‘대기업에게 시장을 뺏겼다’고 반발했는데, 오히려 현대카드 측에서는 바이닐에 대한 관심을 환기시키고 궁극적으로는 시장을 확장시킬 목적을 갖고 있다고 설명하더라.
김명호:
마찬가지인 것 같다. 일을 하다 보면, 선의를 갖고 한 일이 선의로 돌아오지 않는 경우가 종종 생긴다. 깊이 생각해야 할 문제다. 음악계의 어려움도 공감하면서 진정성 있게 사업을 추진한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도록. 우리나라에는 거의 없는 모델이라서, 운영 방안에 대해서는 사실 고민이 크다.

▲재개관한 CJ아지트 광흥창점(사진=CJ 문화재단)
▲재개관한 CJ아지트 광흥창점(사진=CJ 문화재단)

Q. CJ아지트 광흥창점의 리뉴얼 필요성은 언제부터 느꼈나.
김명호:
내가 CJ 문화재단에 오기 전부터 리뉴얼에 대한 계획은 세워져 있었다. 여기가 2009년에 처음 개관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시설이 노후화되고 안전상의 문제도 생기더라. 그래서 수리가 결정됐고 이 과정에서 전반적인 리모델링에 대한 논의가 나왔다. 여기가 약간 후미져 있지 않나. 리모델링하기 전에는 음… 좀… 외관이 타이어뱅크 같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웃음) 여기가 음악에 관한 공간임을 알려야겠다는 생각으로 외관을 꾸몄다. 2층은 원래 사무실이었는데, 지금은 뮤지션들을 위한 공간으로 꾸몄다.

Q. 몇 년 전, CJ아지트 광흥창점에서 KBS1 ‘이한철의 올댓뮤직’ 녹화를 관람한 적이 있다. 방송과 컬래버레이션을 해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김명호:
컬래버레이션 계획, 있다. 우리는 선후배 뮤지션의 컬래버레이션, 선배 뮤지션들이 후배들을 끌어줄 수 있는 형태의 컬래버레이션을 만들고 싶다. 그렇다고 해서 엄청난 개런티를 주고 기성 뮤지션들을 모셔 오는 걸 바라지는 않고, 뜻이 맞는 분들을 찾고 있다.

Q. 스튜디오 외부를 뮤지션들을 위한 커뮤니티 공간으로 꾸민 것 역시 인상적이다. 아까도 적지 않은 뮤지션들이 오가면서 CJ문화재단 직원들과 담소를 나누더라.
김명호:
단순히 녹음을 지원해주거나 공연장을 빌려주는 것에 멈추지 않고, 이들을 관객들에게 소개해주고 이들에게 쇼케이스를 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주고 싶다. 뮤지션들이 CJ아지트에 와서 뭔가 새로운 걸 자꾸 시도하는 거다. 비용 때문에 하지 못했던 것들을 여기서 해보고, 시장에서 계속 이어갈 수 있도록 하는 공간이 되길 바란다.

▲밴드 아이엠낫이 CJ아지트 광흥창점 재개관식에서 축하 공연을 펼치고 있다(사진=윤예진 기자 yoooon@)
▲밴드 아이엠낫이 CJ아지트 광흥창점 재개관식에서 축하 공연을 펼치고 있다(사진=윤예진 기자 yoooon@)

Q. 문화재단의 또 다른 핵심 사업은 CJ 튠업 아티스트 선발 및 지원이다. 선정 과정은 어떻게 되나.
김명호:
해마다 약간씩 바뀐다. 기본적으로 몇 백 단위의 팀들이 지원을 하면 온라인으로 먼저 심사를 한다. 선정된 팀들은 실연을 하면서 쇼케이스를 한다. 주로 1집 음반을 내지 않은 신인 뮤지션들을 이런 방식으로 뽑는다. 지난해부터 기성 뮤지션들을도 튠업을 통해 지원하고 있다. 음악성은 충분히 검증됐다고 판단해서, 앞으로 활동을 어떻게 이어나갈 것이고 튠업과 무엇을 하고 싶은지를 본다. 지난해에는 PT를 해서 뽑았다. 술탄오브더디스코(이하 술탄)와 전국비둘기연합이 그렇게 뽑힌 팀이다.

Q. 뮤지션들이 PT를 한다고?
김명호:
처음에는 모두가 의심했다. 그런데 너무 잘한다. 사실 인디 뮤지션들은 자기 음악에 대한 고집이 세서 절대 타협하지 않을 거라는 선입견이 있었다. 하지만 다들 고민이 정말 많다. ‘어떻게 하면 처음 오는 관객들이 거부감 없이 우리를 받아들일까’에서부터, 퍼포먼스 혹은 홍보하는 방법이나 로비에서 이뤄지는 팬서비스까지 정말 많은 고민을 한다. 술탄은 자신이 지향하는 방향이 뚜렷했다. 전국비둘기연합은 소속사 없이 활동하는 2인조 그룹인데, PT 발표하는 걸 보고 깜~짝 놀랐다. 수많은 아이디어가 있더라. 튠업과 같이 해수욕장 투어를 다니면서 공연을 하고 싶다든지, 자신의 팬들과 그들의 가족들을 모시고 디너쇼를 하고 싶다든지. 놀라웠다.

Q. 사실 재개관식에서 공연한 아이엠낫이나 방금 언급한 술탄이 튠업 뮤지션으로 지정된 것이 의외였다. 인디신 안에서 어느 정도의 인지도를 갖고 있는 팀들인데 굳이 지원이 필요할까 싶었다.
김명호:
적극적으로 찾아듣는 사람들이 아니면 생소할 수 있는 팀이다. 술탄의 경우 글로벌 시장에 대한 비전이 컸다. 동시에 우리는 글로벌 진출을 원하는 팀을 어떻게 지원해줄 수 있을까 고민 하고 있었고. 서로 잘 맞았던 것 같다. 공모를 할 때마다 똑같은 기준이 들어갈 수는 없다. 그래서 심사를 하기 전에 방향성에 대한 회의를 한다. 기존 뮤지션들과 어떤 시너지를 낼 수 있을까. 새로 뽑히는 팀이 우리가 시도하려는 사업과 어떤 모델로써 일을 할 수 있을까 등을 고민한다.

▲CJ문화재단 김명호 과장(사진=윤예진 기자 yoooon@)
▲CJ문화재단 김명호 과장(사진=윤예진 기자 yoooon@)

Q. 술탄 얘기를 하면서 글로벌 사업 얘기가 나왔다. 그동안 CJ문화재단이 글로벌 사업을 추진한 사례가 있었나.
김명호:
우리가 주도해서 한 건 크게 없었다. 해외에서 공연을 하고 싶다는 팀에게 지원을 해준 경험은 있었지만 주도적으로 진행한 프로젝트는 많지 않다. 지금은 중국, 영국 등에 진출해 있는 한국 문화원을 토대로, 업계 사람들과 네트워크를 만들고 해당 국가에 진출해나갈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영국 내 한국 문화원은 네트워크가 정말 탄탄하더라.

Q. 사실 매해 적지 않은 뮤지션들이 해외 뮤직마켓을 통해 쇼케이스 공연을 하고 있지만 현지에서 음반을 낸다던지 투어를 하는 식의 본격적인 활동을 하는 팀은 많지 않다. 지속적인 활동의 필요조건은 무엇일까 늘 궁금했다.
김명호:
‘뮤콘’이나 ‘잔다리 페스타’를 통해 소개를 받고 해외에 나가는 팀들이 몇몇 있는 것으로 한다. 그런데 음악 시장이 우리나라에서만 죽은 게 아니지 않나. 해외에서도 확신이 없으니 ‘너희가 알아서 오면 현지 세팅은 우리가 해줄게’ 식이다. 리스크를 안고 시도를 해볼 수 있는 팀이 많이 있긴 힘든 구조 같다.

Q. 해외에 진출하면 비용 부담이 훨씬 커질 텐데.
김명호:
글쎄. 지금은 어느 부분에서 얼마큼의 비용이 들지, 어느 수준에서 누구와 네트워크를 맺어야 하는지를 단계적으로 생각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뮤지션과) 같이 부담을 하지는 않았다. 우리가 데려가서 계란으로 바위 치듯 하고 있다.

▲CJ문화재단 김명호 과장(사진=윤예진 기자 yoooon@)
▲CJ문화재단 김명호 과장(사진=윤예진 기자 yoooon@)

Q. 돈이 벌리기는 하나. 개인적으로 인디 뮤지션들을 지속적으로 지원해주기 위해선 투자한 만큼 리워드가 돌아와야 한다고 보는 편인데.
김명호:
기본적으로 문화재단은 문화의 다양성에 초점을 두고 사업을 진행한다. 수익과 상관없이 다양한 예술의 발전, 좋은 퀄리티를 가졌지만 소외된 영역에 있는 콘텐츠를 끌고 나가는 것이 문화재단이 할 일이다. 수익은 아직까지 특별하게 없지만 그 조차도 다시 환원하려고 노력한다. 다행히 기업 재단이다 보니, CJ의 다른 계열사들로부터 후원을 많이 받고 있다. 우리는 기부 받은 걸 잘 활용하는 데에 중점을 둔다.

Q. CJ문화재단은 ‘문화의 다양성’이라는 거국적인 목표로 사업을 진행한다. 김명호 개인은 어떤 사명감으로 일을 하나.
김명호:
인디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나만 아는 밴드’ 혹은 ‘나만 아는 음악’라는 말이 유행하지 않았나. 그런데 나는 좋은 음악은 혼자만 알 것이 아니라 널리 알렸으면 좋겠다. 그래야 뮤지션들에게도 수익이 생기고 계속해서 음악을 해나갈 수 있는 동력이 생긴다. 지금 음악 시장은 ‘베스킨 라빈스에 들어갔는데 아이스크림이 세 가지 밖에 없는 상황’ 같다. 유행하는 노래가 나쁘다는 게 아니라 다양성이 확보되지 않았다는 의미다. 좀 더 다양한 장르의 음악이 두루 사랑받으면서 내 기분에 따라 상황에 따라 골라 들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결국 음악을 통해 위로 받고 공감대를 형성하는 거니까.

이은호 기자 wild37@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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