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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Z콘] EDM 문외환의 ‘월디페’ 입성기

[비즈엔터 이은호 기자]

▲'서울 월드 디제이 페스티벌' 공연 현장(사진=PRM)
▲'서울 월드 디제이 페스티벌' 공연 현장(사진=PRM)

부끄러운 고백이지만 기자는 EDM의 E도 모르는 문외한이다. 개그맨 박명수가 줄곧 외치던 “까까까까”가 EDM의 전부가 아니라는 사실은 알지만, 정작 EDM 시장에서 “까까까까” 말고 무슨 음악이 유행하는지는 무지했다. 클럽 깨나 다닌다는 친구에게 자문을 구했더니, 이런 답이 돌아왔다. “그냥 흔들어 젖혀.”

지난 13일 서울 잠실 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월드 디제이 페스티벌’에 다녀왔다. 나름대로 분위기를 맞춰보겠다며 갖고 있는 옷 중에 가장 야한 옷을 골라놨는데, 아뿔싸. 낮부터 내린 비 덕분에 기온이 뚝 떨어졌다. 원대한 꿈을 접고 일회용 우비를 몸에 둘렀다. 마침내 도착한 종합운동장 역에는 야구 경기를 관람하러 온 관객들과 페스티벌 관객들, 우비를 파는 노점상이 섞여 대혼란이 일었다.

메인 무대인 월드 스테이지에서는 DJ 바리오닉스(BARYONYX)의 공연이 한창이었다. 무대로 향하는 발걸음, 갑자기 발목 근처가 축축해졌다. 옆에서 달려가던 관객들이 물웅덩이를 밟아 빗물이 튄 탓이다. 신발을 적시지 않으려고 얼마나 조심조심 걸었는데! 투덜대도 소용없었다. 여기에서는 얌전히 걷는 쪽이 오히려 비정상에 가까웠으니까.

▲'서울 월드 디제이 페스티벌' 공연 현장(사진=PRM)
▲'서울 월드 디제이 페스티벌' 공연 현장(사진=PRM)

관객들은 그야말로 제멋대로였다. 요샛말로 하면 ‘마이 웨이’가 대단했다고 할까. 다들 제 흥에 맞춰 춤을 췄다. 기분이 좋으면 마구 소리를 지르기도 했다. 정형화된 움직임 같은 것은 없었다. 낮부터 맥주에 잔뜩 취해 있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공연장 뒤편에 삼삼오오 모여 앉아 공연을 즐기는 사람도 있었다. 온 몸이 비에 젖고도 즐겁다는 듯 환호성을 내지르는 관객이 특히 인상적이었다.

월드스테이지로 들어가는 길목엔 무인스테이지가, 서문주차장에는 드림스테이지가 마련됐다. F&B 코너 근처에는 헤드폰으로 음악을 들으며 춤을 추는 사일런트 디스코 섹션이 준비됐다. “놀까 말까 할 땐 놀아라” “넌 춤 출 때가 제일 예뻐”와 같은 플래카드가 곳곳에 나부끼며 관객들의 흥을 돋웠다.

마냥 낯설 것만 같았던 EDM이지만 중간 중간 유명 곡을 리믹스해준 DJ들의 배려 덕분에 금세 마음이 열렸다. 드림스테이지에 선 DJ 듀오 어드밴스드(ADVANCED)는 애드 시런의 ‘쉐이프 오브 유(Shape of you)’, 위즈칼리파 ‘시 유 어게인(See you again)’, 창모 ‘마에스트로’와 같은 노래를 재생했다. 비슷한 시각 무인스테이지에서는 체인스모커스와 콜드플레이가 협업한 ‘저스트 라이크 디스(Just Like This)’가 흘러나왔다. 분위기를 즉시 달구는 데에는 그만한 선곡이 없었다.

▲'서울 월드 디제이 페스티벌' 공연 현장(사진=PRM)
▲'서울 월드 디제이 페스티벌' 공연 현장(사진=PRM)

첫날 공연의 헤드라이너는 캐나다 출신의 일렉트로닉 듀오 제드스 데드(Zedsdead)가 맡았다. 앞서 공연한 마데온(Madeon)이 과묵한 움직임만으로 관객들을 열광시킨 것과 비교하면 제드스 데드는 퍽 수다(?)스러웠다. 기분이 어떠냐는 질문을 시작으로 소리를 질러라, 박수를 쳐라 등 각종 주문을 쏟아냈고 관객들은 즐겁게 응답했다. 공연 초반부터 빠른 BPM의 노래로 분위기를 달궜고 ‘블레임(Blame)’, ‘스타더스트(Stardust)’와 같은 유명곡이 재생될 때마다 객석은 떠들썩해졌다.

이날 현장에 모인 관객 수는 약 3만 5000명. 그동안 대중예술인들의 전통적인 활동지였던 매스 미디어에서 그 모습을 찾아볼 수 없었던 음악임을 감안한다면 상당한 숫자다. 이는 또한 문화 시장의 새로운 흐름을 보여주는 숫자다. 이제 소비자들은 매스 미디어가 제공하는 콘텐츠에 만족하지 않는다. 대신 자신이 원하는 음악을 직접 찾고 이것을 적극적으로 소비한다. 여전히 기자는 EDM의 E자도 제대로 모르지만 이것만은 알 것 같다. ‘월드 디제이 페스티벌’에 음악 시장의 새로운 미래가 있다.

이은호 기자 wild37@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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