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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시우의 칸시네마] ‘옥자’ 봉준호, 문제적 남자

[비즈엔터 =칸(프랑스)정시우 기자]

▲칸 현지에서 열린 '옥자' 기자간담회
▲칸 현지에서 열린 '옥자' 기자간담회

올해 칸국제영화제를 뜨겁게 달군 문제작, 화제의 작품, 뜨거운 감자… 봉준호 감독의 ‘옥자’에 어울리는 수식어들이다. 팔이 안으로 굽어서 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칸 현지에서 감지되는 생생한 느낌이다.

‘옥자’를 둘러싼 이 비상한 관심의 요체는 무엇일까. 첫 번째는 인터넷 기반의 스트리밍 업체 넷플릭스가 제작한 영화 최초의 칸 경쟁 진출작이라는 점이다. 개막 전부터 초청 자격 잡음에 시달린 ‘옥자’는, 심사위원장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이 “극장에서 볼 수 없는 영화가 상을 수상하는 것은 모순이다”라고 밝히며 또 한 번 논란의 중심에 섰다. 이를 두고 ‘영화를 제7의 예술’이라 생각하는 유럽 영화인들의 시네마에 대한 애정이라는 의견과, 자신들의 이익을 지키려는 극장 산업주의 논리라는 의견이 팽팽하게 맞서는데, 이 모든 게 맞다. 전통적인 영화 배급방식과 새로운 배급방식 사이, 패러다임의 변화와 생태계 교란의 사이, 그 참예한 대립을 ‘옥자’가 본격적으로 촉발시킨 셈이다.

▲프랑스 칸 시내에 걸린 '옥자' 옥외 광고
▲프랑스 칸 시내에 걸린 '옥자' 옥외 광고

‘옥자’를 향한 칸의 관심을 단순히 넷플릭스 작품이라는 점에만 한정 지을 수는 없다. 아무리 넷플릭스 작품이라도 이를 채우는 요소가 매력적이지 않다면 관심은 끓어오를 수 없는 법. 하지만 ‘옥자’에는 이름 자체가 명함인 배우들이 있다. 틸다 스윈튼과 제이크 질렌할은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A급 배우이고, 릴리 콜린스는 현재 가장 핫한 할리우드 여배우다.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통해 연기파 배우로 거듭난 폴 다노는 또 어떠한가. 이런 배우들을 한데 모은 이가 동양에서 온 봉준호라는 점이 영화에 대한 호기심을 부추기는 모양새다.

봉준호 감독의 전작 중 ‘옥자’와 가장 맞닿아 있는 작품은 ‘괴물’(2006)이다. 인간의 이기주의로 탄생한 괴물처럼 옥자 역시 인간 중심의 사고와 자본주의가 빚은 변종이다. 영화는 옥자와 한 소녀의 우정을 통해 자본주의 사회 소비자의 위선과 동물 학대 등에 대한 날카로운 질문을 던진다. 특히 영화 후반, 홀로고스트를 연상시키는 살육현장은 촬영감독 다리우스 콘지가 매만진 다크한 질감 안에서 그로테스크하면서도 묵시론적인 묵직함을 안긴다. 디테일한 연출에 남다른 감각을 지닌 봉준호의 장기가 빛을 발하는 지점이기도 하다.

▲칸영화제 경쟁작 '옥자' 공식상영 현장
▲칸영화제 경쟁작 '옥자' 공식상영 현장

다만 이것이 영화 초중반까지 구축해 놓은 톤과 다소 충돌을 일으킨다는 인상이 있다. ‘괴물’과 마찬가지로 ‘옥자’ 역시 풍자를 차용하고 있는데, 그것이 할리우드 영화 특유의 ‘어드벤처 가족물’에 방점이 찍히면서 풍자의 날이 다소 무뎌진 느낌을 준다. 나사 하나 빠진 듯한 캐릭터들 역시 그 자체로는 상당히 흥미롭지만 그것이 영화가 품은 거대 메시지의 활력을 다소 잡아먹는 아쉬움을 남기기도 한다.

한마디로 ‘옥자’는 ‘플란다스의 개’ ‘괴물’ ‘설국열차’ 등에서 봐 온 봉준호 감독 특유의 인장들이 들어서 있기는 하지만, 이를 풀어가는 방식에서 다소 이질적인 느낌을 안기는 결과물이다. 그런 면에서 ‘옥자’를 둘러싼 갑론을박은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일지도 모른다. 누군가에겐 이러한 봉준호의 변화가 ‘새로운 진화’로, 누군가에겐 ‘외도’로 다가갈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어느 쪽이든 봉준호가 문제적 남자라는 사실은 확실해 보인다.

영화는 다음달 29일 넷플릭스를 통해 전세계에 동시 공개된다. 국내에서는 같은 날, 극장을 통해서도 개봉한다.

=칸(프랑스)정시우 기자 siwoorain@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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