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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재즈페스티벌①] 뜻밖의 서울 혼네 페스티벌

[비즈엔터 이은호 기자]

▲'서울재즈페스티벌' 혼네 공연 현장(사진=프라이빗커브)
▲'서울재즈페스티벌' 혼네 공연 현장(사진=프라이빗커브)

불안했다. 지난 22일 밤 밴드 자미로콰이의 보컬이자 리더 제이케이가 허리 부상으로 인해 일본 공연을 취소하게 됐다고 알렸을 때, 아마 ‘2017 제 11회 서울 재즈 페스티벌(이하 서재페)’ 일요일 공연을 예매해둔 관객의 절반 이상은 불안감에 시달렸을 것이다. 취소된 일본 공연은 ‘서재페’ 4일 전에 열릴 예정이었다. 자미로콰이의 내한을 낙관할 수 있는 관객이 몇이나 됐을까. 아마 0에 가까웠을 것이다.

슬픈 예감은 늘 빗나가는 법이 없다. ‘서재페’ 측은 다음날 오전 자미로콰이의 출연 취소 소식을 전해왔다. 자미로콰이의 공백은 영국 출신 DJ 듀오 혼네가 메우기로 했다. 그러니까 혼네는 27일과 28일 양일 모두 무대에 오르게 된 셈이다. 그래서 혹자는 올해 ‘서울 재즈 페스티벌’을 ‘서울 혼네 페스티벌’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가시 돋친 농담이었지만 진짜 그랬다.

흔히 혼네의 음악은 새벽 시간에 어울린다고들 한다. 오죽하면 대표곡 ‘웜 온 어 콜드 나잇(Warm on a cold night)’의 첫 소절이 새벽 3시를 알리는 라디오 DJ의 멘트로 시작할까. 새벽에 음악을 들을 수 있는 장소, 많지 않다. 침대 위나 책상 스탠드 아래 정도? 지난 27일 ‘서재페’ 무대가 색달랐던 것은 이 같은 배경 때문이다. 너른 평원 위에서 쏟아지는 햇빛 맞으며 혼네의 음악을 감상하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 특별한 경험이 됐다.

▲'서울재즈페스티벌' 혼네 공연 현장(사진=프라이빗커브)
▲'서울재즈페스티벌' 혼네 공연 현장(사진=프라이빗커브)

첫곡 ‘코스털 러브(Coastal Love)’로 공연을 시작한 혼네는 ‘틸 더 이브닝(Til The Evening)’, ‘탑투토우(Top To Toe)’, ‘더 나이트(The Night)’, ‘굿 투게더(Good Together)’, ‘아이 캔 기브 유 해븐(I Can Give You Heaven)’, ‘잇 에인트 롱 러빙 유(It Ain't Wrong Loving You)’ 등 음반 수록곡을 골고루 들려줬다.

두 사람은 지난해 단독 공연 차 한국을 찾은 경험이 있다. 당초 두 차례로 예정돼 있던 공연은 관객들의 열정적인 성원에 힘입어 하루 분 공연을 추가했더랬다. 그러고 보니 혼네의 내한은 늘 예상치 못한 추가 일정으로 이어졌다. 이것도 인연이면 인연인 걸까.

아무튼 혼네는 꽤 적극적으로 한국 관객들을 향한 애정 공세를 펼쳤다. “만나쏘 반카워요” “싸랑해요” 등 비교적 고급 수준의 한국어 어휘로 인사를 건넸고, “서울만을 위한 선곡을 준비했다. 그동안 연주한 적 없는 노래다. 라이브로 들려주는 건 지금이 처음”이라면서 ‘FHKD’를 연주하기도 했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여러분은 저희가 세상에서 제일 좋아하는 관객들이에요. 하하. 이 노래는 레이디(Ladies), 우먼(Women), 걸(Girls)을 위한 노래에요. 낭만적인 곡이죠. 남성분들 미안해요. 어쨌든 만약 당신이 여기에 특별한 누군가와 함께 와 있다면 그 사람이 (자신이 특별한 사람이라는 걸) 알게 하세요. 키스나 포옹도 좋아요.”

‘우먼’이 낮게 깔렸다. 카메라는 자주 객석을 비춰줬다. 부끄러워 얼굴을 돌려 버리는 관객, 손을 흔들며 격하게 반가움을 표시하는 관객, 춤을 추는 관객 등 반응은 제각각이었다. 하지만 모두 사랑스러웠다. 일몰 아래에서 듣는 혼네의 음악과 그 달콤한 감성 덕분에 마음은 금방 너그러워졌다.

▲'서울재즈페스티벌' 혼네 공연 현장(사진=프라이빗커브)
▲'서울재즈페스티벌' 혼네 공연 현장(사진=프라이빗커브)

마지막곡으로는 모두가 예상한대로 ‘웜 온 어 콜드 나이트’가 선곡됐다. 혼네는 아예 객석 쪽으로 마이크를 돌려 합창을 요구했다. 노래 중반에는 객석으로 잠시 내려오기도 했다. 한국 관객 공략법을 혼네는 이미 마스터한 것 같았다. 노래는 로맨틱했고 마음은 여유로웠다. 팔다리를 마음대로 움직여 춤을 추고 기분이 내킬 때는 노래 한 소절을 따라 부르기도 했다.

혼네의 음악은 재즈로 분류되지 않는다. 록처럼 관객들의 즉각적인 반응을 불러오는 종류의 것도 아니다. 그렇다고 해서 혼네가 여느 헤드라이너처럼 전설적인 역사를 가지고 있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하지만 혼네의 음악은 ‘서재페’의 분위기와 퍽 잘 어울렸다. ‘서울 재즈 페스티벌’이 ‘서울 혼네 페스티벌’이 된 것은 뜻밖이었지만, 단어가 띄고 있던 조소의 기미는 공연이 끝난 뒤 말끔하게 사라졌다. 한껏 말랑말랑해져서, 작은 밤바람에도 간지러워지던 마음만 남았다.

이은호 기자 wild37@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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