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엔터 김예슬 기자]
스타가 밥을 잘 먹기 위해서는 정갈하게 차린 밥상이 필요하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밥상을 차렸던 사람들이 있기에 빛나는 작품, 빛나는 스타가 탄생할 수 있었다.비즈엔터는 밥상을 차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매주 화요일 ‘현장人사이드’에서 전한다. ‘현장人사이드’에는 3개의 서브 테마가 있다. 음악은 ‘音:사이드’, 방송은 ‘프로듀:썰’, 영화는 ‘Film:人’으로 각각 소개한다. 각 분야 최고의 전문가에게 듣는 엔터 · 문화 이야기.
붐과 함께 ‘붐붐파워’를 이끌고 있는 방송작가 전진실은 치열한 방송 세계에서 베테랑 중의 베테랑으로 통한다. TV방송작가만 15년, 라디오작가만 10년을 해온 전진실 작가는 ‘사랑의 스튜디오’, ‘생방송 TV 가요 20’, ‘인기가요’, ‘섹션TV연예통신’, ‘아름다운 TV얼굴’ 등 다수의 TV 프로그램은 물론, 케이윌·김희철·붐·이국주 등과 오랜기간 ‘영스트리트’로 호흡해왔다. 현재는 붐과 ‘드라이빙 클럽’에 이어 ‘붐붐파워’까지 함께 하며 찰떡호흡을 과시 중이다.
그래서 물었다. 방송작가가 되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할까. 방송작가의 일상과 일의 장·단점, 프로그램을 위한 노력, 그 비하인드 스토리까지… 25년차 전진실 작가는 방송작가 지망생에게 든든한 선배로서 아주 확실하고도 명확한 조언을 건넸다. “일단, 생각만 하지 말고 뭐라도 써보세요.” (인터뷰①에서 이어집니다)
Q. ‘붐붐파워’는 워낙 다른 프로그램과 다르다보니 라디오 작가로서 업무 반경에 차이가 있을 것 같아요.
전진실 작가(이하 전진실): 비슷한 부분도 있지만 다른 부분이 더 많은 것 같아요. 기본적으로는 오프닝, 클로징 멘트를 쓰고 브릿지 멘트(이음말)를 쓰죠. 청취자로부터 받은 사연을 다듬고, 코너를 만들거나 초대석을 꾸미고 주간코너와 연애상담, 퀴즈 등 기본적인 라디오 프로그램의 구성요소를 저희도 다 하기는 해요. 게스트 없이 붐 혼자 할 뿐이죠(웃음). 저희는 어떻게 효율적으로 짧은 시간 내에 코너를 풀어낼지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는 편이에요. 특히, 붐에게 특화되는 코너를 써야 하니 그 부분에 대한 고민을 조금 더 하고 있죠. 즉흥적으로 이뤄지는 것도 많아요.
Q. 앞서 즉흥적인 코너에 대한 언급을 많이 한 것 같아요. 대본보다는 생방송에 가중치가 있는 편일까요.
전진실: 그렇죠. 대본도 있지만 생방송이 진행되는 2시간동안 모든 에너지를 쏟아 붓고 있어요. 일반적인 라디오 방송은 노래가 나오거나 하면 좀 쉬거나 하지만 저희는 노래가 나가더라도 열심히 하고 눈알이 빠지도록 모니터를 보고 그렇거든요(웃음). 다른 팀은 대본이 70, 생방송이 30이라면 저희는 대본이 30, 생방송이 70 정도 돼요. 대본이 있더라도 어떤 변수가 생기느냐에 따라 달라지니까 생방송에 더 많이 투자를 하죠. 일반적인 라디오는 대본대로 흘러가고 돌발 상황이 없지만 저희는 그렇지 않잖아요. 작가와 PD, 붐 모두가 생방송이 진행되는 동안 치열하게 커뮤니케이션을 하죠. 대본 작성보다는 생방송에 더 에너지를 쏟곤 해요.
Q. 변수가 많은 생방송, 힘들진 않나요?
전진실: 제가 TV만 15년, 라디오는 10년을 했어요. 그런데 TV를 할 때도 ‘인기가요’나 ‘섹션TV 연예통신’ 등의 생방송을 많이 했어요. 지금 ‘붐붐파워’를 이렇게 치열하게 하는 것도 생방송의 메커니즘을 잘 알아서 가능한 것 같아요. 모든 라디오가 생방송으로 진행되지만 대본대로 이뤄져서 돌발성이 없는데 ‘붐붐파워’는 그렇지 않으니까요. 붐과 제작진 서로간의 믿음이 있어서 할 수 있는 거죠.
Q. 라디오 작가의 일상은 어떻게 흘러가나요.
전진실: 보통 작가가 3명 정도 되는 경우가 많아요. 각자에게 주어진 역할에 따라 일이 진행되죠. 개인적으로 저는 회의와 대본 쓰는 걸 좋아해요. 작가는 모든 회의에서 ‘까이는’ 게 기본인데, 그걸 두려워하지 않고 끊임없이 아이디어를 내요. 대본 쓰는 게 정말 재밌고요. 제 성격의 가장 큰 장점이자 단점이 싫증을 많이 낸다는 건데, 작가 일은 매일 다르고 해서 싫증날 틈이 없어요. 성과도 바로바로 나오고 소통도 바로 이뤄지니까 저 같은 성격에 딱 맞아요.
Q. 방송작가 일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있었다면…
전진실: 어렸을 때부터 꿈이 작가였어요. 기본적으로 글 쓰는 직업을 하고 싶어서 대학생 때 카피라이터와 방송작가 중에 어떤 걸 할지 고민했죠. 그런데 너무 열심히 놀아서 학점이 안 좋았는데, 방송작가는 성적을 보거나 하는 게 없는 거예요. 그래서 작가 일을 꿈꾸게 됐죠(웃음). 결혼하고 직업을 가져도 내가 시간을 관리할 수 있는 일을 하면 좋겠다는 생각도 있었고요. 그러던 차에 KBS에서 ‘청춘스케치’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대학생PD로 선발됐어요. PD와 작가, 리포터 등 모든 일을 했죠. 이후에 제 진로를 고민하는데 마침 SBS에서 예능작가 공채시험이 있어서 응시를 했어요. 붙으면 계속 이 일을 하고 아니면 말아야지 했는데 뽑혔더라고요. 그 후로 계속 작가를 하고 있는데, 어떤 프로를 맡아도 재밌어요.
Q. 작가로서 ‘롱런’하는 게 쉽지만은 않은 일이에요. 비결이 있다면.
전진실: 오래 살아남는 친구들을 보면 평범하지가 않아요. 남들과 다른 2%가 있는 거죠. 글을 잘 쓰는 작가, 현장에서 진행을 잘 하는 작가, 회의를 잘 하는 작가 등 여러 분류가 있어요. 글 자체를 정말 잘 풀어내는 사람, 파이팅이 넘쳐서 현장 나가서 돌발사태에 잘 대처하는 사람,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내도 글을 잘 못 쓰는 사람 등 여러 가지죠. 특히 라디오작가는, 글을 잘 쓰거나 음악을 잘 아는 등 뭔가 하나에 특화된 사람이어야 살아남아요. 그 정도의 노력도 없다면 사실 제가 뭘 했다고 할 수가 없는 거잖아요. 결국은 남다른 노력을 하는 사람이 살아남는 거죠.
Q. 남다른 노력은 이를테면 어떤 걸까요?
전진실: 글쎄요. 일단 작가는 프리랜서잖아요. 출퇴근 없이 계속 일을 하는 거예요. 그런데 회사 일처럼 누가 시키는 일만 하겠다고 생각한다면 이 일을 못하는 거죠. 방송작가는 페이와 자신의 능력으로만 평가 받는 거니까요. 그래서 정말 끊임없이 계속, ‘내가 뭘 만들어 낼 수 있을까’를 생각해야 돼요. 냉정한 세계지만, 잘하면 인정받는 게 방송작가죠. 작가는 학력도 안 보잖아요. 그야말로 현장에서 얼마나 잘하는 지를 보는 거예요. 정말 방송을 사랑하고 잘해보고 싶다면 덤빌 수 있는 분야예요.
Q. 하지만 방송작가는 진입장벽이 있는 직업 중 하나예요. 방송작가를 꿈꾸지만, 어떻게 해야 될지를 몰라서 포기하는 경우도 종종 있곤 하죠.
전진실: 맞아요. 그래서 아카데미를 가는 경우도 있긴 해요. 어떤 친구는 자기가 방송작가를 정말 하고 싶어서 모든 PD들에게 기획안을 보냈대요. 그래서 방송작가에 입문한 사람도 있을 정도예요. 길이 어떻게 열릴지 모르니까 정말로 뜻이 있다면 뭐든 두드려봐야 해요. 일단 들어오면 철저하게 능력으로만 인정을 받으니까요.
Q. TV방송작가와 다르게 라디오작가만이 가진 고충은 어떤 게 있을까요?
전진실: 매일 써야한다는 거예요. 매일 일정량의 원고를 써야한다는 게 생각보다 쉽지가 않아요. 그게 곧 성실도와 직결되죠. 그것보다도 더 기본적인 자질은 체력이고요.
Q. 그렇다면, 이 직업은 다른 사람들에게도 권할 만한 일인가요.
전진실: 저는 방송작가라는 직업을 모든 이들에게 권하는 편이에요. 개인적인 만족도가 크거든요. 하면서도 즐겁고, 지금도 만족도가 높아요. 저는 방송작가 일을 정말 많이 권장해요. 자기가 일한 만큼 벌 수 있고 완급 조절이 가능해요. 많이 하는 친구들은 하루에 프로그램을 2개씩 하기도 하거든요. 하지만 프리랜서인 만큼 직업의 안정성은 적어요. 그래서 남자 방송작가는 적은 편이죠.
Q. 라디오 작가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전진실: 라디오는 자리가 잘 안 나는 편이에요. 그런 말도 있잖아요. 라디오 작가는 죽어야만 자리가 나는 곳이라고요(웃음). 저 같은 경우는 TV에서 라디오로 자연스럽게 넘어온 편인데, 무조건 라디오 작가로 일을 시작하겠다고 하면 자리가 잘 나지 않을 거예요. 마음을 열고 팟캐스트부터 시작해보는 것도 한 방법이죠. 그 분야도 작가가 꼭 필요하니까요. 무엇보다도 라디오의 경우는, 라디오를 많이 들어본 친구들이 잘 쓸 수밖에 없어요. 많이 들어보는 것도 중요해요.
Q. 방송작가를 꿈꾸는 사람에게 조언하고 싶은 게 있다면.
전진실: 그건 정말 명확해요. 많이 보고 많이 듣는 게 중요해요. 라디오나 TV만큼 좋은 교과서가 없어요. 잘된 프로그램이든 그렇지 않은 프로그램이든 다 배울 점이 있어요. 작게는 4~5명, 많게는 100여 명의 스태프가 공들여 만든 거잖아요. 배울 게 있을 수밖에 없죠. 그리고 사람에 대한 관심이 많아야 해요. 세상에 대한, 사람에 대한 관심은 필수고 트렌드를 알아야 해요. 너무 앞서가면 아무도 공감을 못 하니까 반 발짝 정도만 앞서가면 돼요.
그리고 박학다식해야 해요. 어떤 주제가 나와도 20~30분 정도는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해요. 가령 ‘탤런트 ○○이 뭘 하고 있니?’, ‘그 드라마 뭐였지?’, ‘요새는 애들이 무슨 옷을 입니?’와 같은 질문에 막힘없이 이야기가 통해야 하죠. 결국은 세상에 대한 관심을 늘 놓지 않아야 한다는 거예요. 기본적인 글발은 필수고, 가장 중요한 건 역시 시간 안에 쓰는 능력이고요.
Q. 다양한 역량에 필력과 성실성이 필수네요.
전진실: 그럼요. 그리고 작가 지망생이라면 생각만 하지 말고 일단 써봐야 해요. TV를 보다보면 대본 쓰기가 쉽다는 생각이 들 수 있지만, 한 번 써보면 내게 어떤 문제가 있는지를 바로 알 수 있어요. 잘 못 쓰겠다 싶으면 필사를 해보는 것도 추천해요. 대본은 약속이에요. 본인이 생각한 프로그램으로 발현될 수 있게 글을 쓰는 게 중요하죠. 드라마도 마찬가지예요. 드라마를 보면서 그 장면을 대본으로 써보면 내가 어떤 부분을 놓치고 갔는지를 알 수 있어요. 라디오 또한 듣는 것과 쓰는 것은 다르거든요. 말과 다른 문체와, DJ가 가진 말투를 알 수 있죠. 말이 길었지만 결론은 이거예요. 많이 듣고, 많이 보고, 많이 써보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