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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Z시선] 유세윤 ‘병신’ 발언이 불편한 나, 비정상인가요?

[비즈엔터 이은호 기자]

▲유세윤(사진=윤예진 기자 yoooon@)
▲유세윤(사진=윤예진 기자 yoooon@)

모든 언어에는 맥락이 있다. 언어가 발화되던 상황과 당시의 분위기는 물론이고 발화자의 성격 또한 맥락에 포함된다. 단편적인 단어를 통해 현상을 진단하고 시비를 판단하는 것은 그래서 위험하다. 궁금하다. 유세윤의 ‘병신’ 발언은 맥락을 이해하면 무해한 농담이 될까? 현장에서 모든 맥락을 지켜봤던 내가, 그의 ‘병신’ 발언이 불편하게 느껴진다면 이것은 비정상일까?

방송인 유세윤이 또 한 번 도마 위에 올랐다. 지난 8일 개최된 ‘SM타운 라이브 월드 VI 인 서울(이하 SM타운 콘서트)’에 게스트로 출연해 ‘병신’이라는 단어를 입에 올린 것이 문제가 됐다. 그는 관객들에게 두 팔을 벌려줄 것을 요구하면서 “반만 뻗으면 병신같다”고 말했다. 현장엔 장애인 관객들이 자리하고 있었다. 웃는 관객들도 있었다.

고백한다. 나도 웃었다. 현장은 더웠고 공연은 길었다. 지루함이 슬슬 몰려들 참이었다. 때마침 던져진 유세윤의 거침없는 발언이 한 순간 웃음을 가져다 줬음을 부인할 수는 없다. 상대를 가리지 않고 ‘막말’을 해대는 것은 오랜 시간 유세윤이 보여 왔던 개그의 방식이기도 하다. 유세윤은 그저 ‘웃기려고’ 병신을 입에 올렸을 게다. 악의를 갖고 있다거나 장애인을 비하할 의도는 분명 없었을 것이라 믿는다.

▲신동, UV(사진=고아라 기자 iknow@)
▲신동, UV(사진=고아라 기자 iknow@)

그러나 이것이 ‘병신’이라는 단어에 면죄부를 가져다주는 것은 아니다. 어떤 농담이든, 듣는 상대가 불쾌함을 느낀다면 즉각 사과해야 한다. 유세윤이 ‘병신’을 언급한 현장은 공식석상이었고 심지어 ‘남의 잔치’였다. 현장에는 4만 5000명의 관객들이 있었다. 그리고 그들 중 누군가는 불편함을 느꼈다. 유세윤의 사과는 마땅한 절차다. (그의 전적으로 보아 실현 가능성이 희박하긴 하지만) 언행의 개선 또한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발화자인 유세윤의 의도는 그렇지 않았겠지만, ‘병신’은 태생적으로 장애인을 얕잡기 위해 만들어진 단어다. 혹자는 병신을 농담처럼 사용한다지만, 그것은 지극히 제한적이고 사적인 대화에서나 가능한 일이며, 말하는 사람과 듣는 사람 모두 그것을 농담으로 인정하는 데에 동의해야 한다. 모든 요건이 충족되더라도 단어가 갖는 부적절한 의미와 의도 때문에 ‘병신’은 건전한 농담이 될 수 없다.

그래서 유세윤의 ‘병신’ 발언은 명백히 잘못됐다. 잘못된 발언에 웃은 나도, 명백히 잘못했다. ‘병신’이 약자를 비하하기 위해 만들어진 단어인 한, 어떤 ‘맥락’도 그것을 문제없는 발언으로 만들어 줄 수 없다. 필요한 것은 반성이지 ‘웃겼으니 됐다’ 내지는 ‘현장 분위기는 유쾌했다’, 심지어 ‘이게 유세윤의 개그 스타일’이라는 식의 빈약한 면죄부가 아니다.

묻는다. 문제 삼아야할 것은 유세윤의 의도를 꿰뚫어보지 못하고 ‘병신’이라는 단어를 ‘장애인 비하’로 받아들인 이들인가. 아니면 단어가 가진 부적절한 의미와 의도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농담으로 사용하고자 했던 유세윤의 언행인가. 문제 삼지 않으면, ‘병신’은 정말 문제없는 단어가 되나.

이은호 기자 wild37@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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