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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Z맞짱②] 이효리의 가창력, ‘블랙’의 미완

[비즈엔터 이은호 기자]

▲가수 이효리(사진=키위미디어그룹)
▲가수 이효리(사진=키위미디어그룹)

가수 이효리는 지난 9일 방송된 SBS ‘인기가요’를 끝으로 신곡 ‘블랙(Black)’ 활동을 마쳤다. 음반을 발매한지 단 일주일 만이다. 팬들에게는 다소 아쉬울 수 있는 결정이겠지만 이효리는 “아이유 같이 인기 있는 친구도 음악 방송 활동을 2주 동안만 한다는데, 내가 (활동을) 길게 끄는 것이 구차해 보일 것 같았다”고 말했다.

농담에 가까운 설명이었지만 현명한 결단이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이효리가 지난 4일 공개한 ‘블랙’은 발매한 지 만 하루가 지나지 않아 음원 차트 순위가 대폭 떨어졌다. 일부 음원사이트에서는 실시간 차트 순위권 바깥으로 밀려나기도 했다. “‘빵 터지지는 않아도 깊이 좋아하는 분들이 생기겠구나’ 생각했다”던 음반이지만, 수 년 만에 출연한 음악 방송 무대에서 ‘무관’의 기록으로 돌아서는 발걸음이 마냥 즐거울 리 만무하다.

트로피의 개수나 차트 순위가 음반의 의미를 설명하는 척도가 될 수 없음은 물론 명징하다. 하지만 적어도 대중의 이해와 공감을 얻는 데에는 실패했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는 있다. 아닌 게 아니라 ‘블랙’이 처음 공개되던 기자간담회에서도 음반의 대중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불거진 바 있다. 음반 전반에 흐르는 마이너한 분위기나 앞서 남긴 히트곡들과의 괴리, 대중의 기대와 이효리의 욕심 사이의 상충 등은 걱정에 불을 지폈다.

▲음악방송 무대에 오르는 이효리(사진=이효리 SNS)
▲음악방송 무대에 오르는 이효리(사진=이효리 SNS)

이효리는 “과도기적 음반”이라는 말로 ‘블랙’을 설명했다. ‘텐 미닛(10 Minute)’, ‘유 고 걸(U-Go-Girl)’로 대표되는 섹시한 콘셉트의 댄스곡에서 자신이 원하는 음악으로 넘어가는 과정에 있는 음반이라는 게다. “누군가는 ‘이효리가 이렇게 어두운 노래를?’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블랙’은 너무 대중적이지도 너무 마니악하지도 않은 색깔의 음반”이라고 그는 여겼다.

하지만 ‘블랙’이 대중성 획득에 실패한 가장 큰 원인은 음반의 분위기가 아닌 그의 소화력이다. 가령 동명의 타이틀곡 ‘블랙’이 취하고 있는 트립합은 이미 다수의 아이돌 그룹을 통해 대중적인 색깔로 탄생한 바 있다. 짧게 반복되는 후렴구 멜로디는 중독성을 획득하기 위한 장치로 보이기도 한다. 이효리의 말마따나 너무 대중적이지도 너무 마니악하지도 않은 색깔의 이 노래가 호응을 잃은 데에는 노래의 맛을 살리지 못한 혐의가 크다. 다이내믹이 떨어지는 멜로디는 동일한 톤으로 진행되는 보컬을 만나 지루해졌고 가사가 가지고 있는 쫀득함은 강약 없이 흐르는 발음 탓에 맛을 잃었다.

“엄청난 가창력을 가진 사람이 아니라서 피했던 장르이지만 담담하게 마음을 표현해보고 싶었다”는 단서를 붙인 발라드곡 ‘비야 내려’나 피아노 연주에만 의지해 부른 ‘다이아몬드’에서는 가창의 한계가 더욱 극명하게 드러난다. 발라드는 그 어느 음악보다 가창력이 중요한 장르이며 “담담하게 마음을 표현”하는 일은 사실 담담하게 부르면서도 설득력을 줄 수 있는 고도의 노련함을 요구한다. 당장 ‘다이아몬드’를 함께 부른 이적의 가창과 비교해보시라. 담담함이 감동으로 연결하는 것은 숙련된 보컬리스트에게도 어려운 일이다. 그러니까 단출한 구성의 발라드를 고른 것은 선곡 실수였다.

‘블랙’은 분명 의미 있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음반이다. 하지만 음악의 가치는 메시지만으로 격상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자신의 서사를 담은 메시지라면 더욱 훌륭한 매개체를 거쳤어야 했다.

이은호 기자 wild37@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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