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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우 칼럼] 여행작가가 알려주는 '효리네 민박' 만큼 좋은 민박 고르는 '꿀팁'

[이시우 여행작가]

('효리네민박' 인스타그램)
('효리네민박' 인스타그램)

여행작가로 일하면 취재를 위해 전국을 돌아다닐 일이 많습니다. 몇 주씩 지방에 머물기도 하죠. 그때마다 숙소가 고민입니다. 종일 취재하고 하룻밤 편히 머물 방 한 칸이 간절하기 때문이죠. 이왕이면 몸을 누일 이부자리가 깨끗했으면 합니다. 숙소 주인은 친절했으면 하고요. 비용까지 저렴하면 최고죠. 욕심이 너무 크다고요? 그런 방이 있냐고요? 네. 있습니다. 바로 민박입니다.

오늘은 여름휴가를 떠나는 분들께 좋은 민박을 선택하는 꿀팁 몇 가지를 알려드리려 합니다. 물론 저의 개인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말씀드리기 때문에 정답이라고 하기는 어렵습니다. 최소한 오답을 피할 방법이라고 해두죠.

먼저, 깔끔한 방을 고르고 싶다면 민박집 화단이나 마당을 잘 살펴보세요. 정성스럽게 가꿔진 집이면 믿을 만합니다. 주인의 손길이 집안 곳곳에 닿아 있을 가능성이 높거든요. 공주 갑사를 갔을 때였습니다. 숙소를 찾기 위해 민박집이 모인 마을을 서성거렸습니다. 그때 눈에 들어오는 집이 있었어요. 살짝 열린 대문 안쪽으로 화단에 핀 꽃이 제 발걸음을 잡았습니다. 한눈에 주인의 마음이 느껴지는 꽃밭이었죠. 마침 봄이었으니 얼마나 예뻤겠어요. 끌리듯 집에 들어갔더니 할머니 한 분이 아드님과 함께 빈방 몇 개를 여행객에게 내주던 민박이었습니다. 과연 방에 들어가니 깔끔함이 장난이 아니더라고요. 거기에 비해 제 방 상태는 자괴감이 들 정도였지요. 방금 빨아 햇살에 말린 듯한 이불에서 나던 사각거리는 소리가 지금도 생생합니다.

덕분에 꿀잠을 잤습니다. 다음날 아침 갑사 앞으로 나가 식사를 하고 왔더니 할머니가 봉지커피 한 잔을 권하더라고요. 취재를 위해 지방을 다니면 ‘스뎅’ 밥그릇에 봉지커피를 타드시는 어르신들을 자주 뵈어요. 꼭 엄지와 검지로 스뎅 끝을 부여잡고 말이죠. 적당히 식혀서 원샷하시는 상남자 할아버지나 걸크러시 할머니도 심심찮게 봅니다. 민박 할머니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갑사 스뎅 라떼’ 한 잔을 사이에 두고 대화를 시작했습니다. 이런저런 말씀을 듣는데 창문에 붙은 커다란 꽃무늬 스티커가 눈에 들어왔어요. 거실에도 꽃 화분이 여럿 놓였고요. 그때서야 할머니의 꽃 사랑이 화단뿐이 아니구나 싶었습니다. 수다를 즐기며 사진 몇 장을 찍어 보여드렸어요. 무척 좋아하시더군요. 집에 돌아와 취재 사진을 고르면서 몇 장 현상해 보내드렸습니다. 며칠이 지났을까요. 사진을 보내드렸다는 사실도 잊을 때쯤 편지 한 통이 날아왔습니다. 할머니 손녀였습니다. 사진을 받고는 무척 기뻐하셨다고 쓰여 있더라고요. 꽃 스티커 창문에 사진을 붙여 놓으셨다고 했습니다. 작은 화단으로 맺은 인연 덕분에 울컥했습니다.

사실 저는 할머님이 운영하시는 민박은 일단 믿는 편입니다. 순천시 선암사를 갔을 때였습니다. 무슨 생각이었는지 대책도 없이 마지막 버스를 타고 선암사 입구에 내렸습니다. 늦가을이었으니 해는 이미 떨어졌지요. 숙소도 정하지 않고 온 저의 무책임을 탓하고 있을 때였습니다. 함께 버스에서 내린 할머니가 딱 보니 여행자 같은 제게 방을 찾느냐고 묻더라고요. 빈방이 하나 있다는 말씀과 함께요. 선택은 두 가지였습니다. 할머니를 따라가든지. 택시를 불러 순천시로 되돌아가든지. 당연히 첫 번째를 선택했습니다. 택시요금 때문만은 아니었어요. 설명하기 어려운 할머니에 대한 믿음 때문이랄까요. 무릎이 아프신지 다리 한쪽을 절룩이는 모습을 보니 돌아가신 제 할머니가 떠오르기도 했고요.

방으로 들어가면서 저녁밥을 부탁드렸습니다. 당연히 값을 치르고요. 잠시 후에 나온 밥상이 환상이었어요. 비행접시만한 쟁반에 2층으로 쌓은 반찬 앞에서 입이 벌어졌습니다. 찌개며 나물 모두 할머니가 직접 키운 재료로 만드셨으니 그럴 수밖에요. 근사한 밥상을 앞에 두니 술 한 잔 생각이 자연스럽게 떠올랐습니다. 다시 할머니께 부탁해 막걸리 한 병을 샀습니다. 그때 맛본 밥 한 끼와 막걸리는 잊을 수가 없습니다.

겨울이 오려면 한 달은 남았지만 산속이라 무척 추웠습니다. 타지에서 온 젊은이가 감기 걸린다며 맨발로 서 있기 어려울 만큼 뜨끈하게 불을 넣어주셨어요. 역시나 깊은 잠을 잤습니다. 저녁에 먹은 밥과 막걸리가 단잠을 도왔지요. 잠결에 멀리서 들려오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선암사에서 새벽 예불을 알리기 위해 치는 종소리였어요. 신비한 경험이었답니다. 선암사 풍경을 촬영하기 위해 이른 아침 방을 나왔습니다. 인사를 드리고 싶었지만 할머니 잠을 깨울 수 없었어요. 방에 감사드린다는 메모를 두었죠.

아! 고향에 뿌리박고 사는 청년회원이 운영하는 민박은 정보가 풍성합니다. 청년회원이라고는 하지만 막내 그룹이 대개 50대 중후반이죠. 그분들은 여행객이 좋아할만 한 포인트를 잘 알고 있습니다. 알려지지 않은 비경이나 요즘 뜨는 핫 플레이스 같은. 하루 일정을 계획해주거나, 체험할 장소를 소개해주시기도 합니다. 청산도에 갔을 때였습니다. 배에서 내려 숙소를 찾아가니 아저씨는 전복을 양식하고 아줌마는 청산도 유일의 미용실을 운영하는 토박이 분들이었습니다. 며칠 머물며 주인아저씨 초대로 청년회 모임에 우연히 불려가 공짜 술을 얻어 마시는 행운도 누렸죠. 친구 중 한 분이 배를 소유한 선장이었는데요. 서울에서 온 제가 청산도 생활에 대해 이것저것 물으니 다음날 새벽에 항구로 나오면 배를 태워준다네요. 자신도 전복 양식을 하는데 남해 멋진 풍경을 보여주겠다면서요. 언제 다시 이런 기회가 올까 싶을 만큼 솔깃한 제안이었지만, 다음날 배를 타지 못했습니다. 과음 때문에 일어날 수가 없었거든요. 속이 엉망인데 배를 탔다가는 괜히 선장님께 폐만 끼치겠더라고요. 두고두고 후회했습니다.

민박 아저씨의 뜬금없는 제안도 잊을 수가 없어요. 해가 떨어질 때쯤 함께 항구에 나갔는데 예상도 못한 얘기를 하더라고요. 서울 생활 정리하고 내려와 전복 양식을 하라고요. 갑작스런 말에 뜨악한 표정으로 아저씨를 보고만 있었습니다. 2~3년만 고생하면 도시 사람들 부럽지 않게 억대 연봉을 벌 수 있다는 말이 귀에 쏙 들어왔지요. 자기가 도와준다는 말도 함께 했습니다. 억 소리에 잠깐 흔들렸지만 이내 정신을 차렸습니다.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 생각했거든요. 세상에 쉽게 버는 돈이 있을까요. 지금도 남해의 노을을 지긋이 보며 전복 양식을 진지하게 권하던 청산도 아저씨를 잊을 수가 없습니다.

최근 제주도에서 영업을 시작한 민박이 인기가 많습니다. 다름 아닌 '효리네 민박'(JTBC)입니다. 현실에 있으면서도 없는 민박이지요. 방송을 위해 임시 운영하거든요. 민박 주인은 이효리와 이상순입니다. 설명이 필요 없는 유명인입니다. 게다가 민박 직원이 아이유라네요. 여기까지 들으면 뭔가 특별한 민박이 아닐까 짐작하시겠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다른 숙소와 비슷하지요.(물론 민박 주인과 직원이 엄청나게 유명한 사람들이란 사실만큼은 다르겠지만요.) 미리 신청한 시청자들이 효리네 민박에 며칠 머뭅니다. 그들도 저와 비슷하게 추억 한두 가지를 마음속에 저축하고 떠납니다. 처음 방문한 손님은 김해시스터즈라 불리는 스물다섯 살 동갑내기 친구 다섯 명이었죠. 민박에 이틀 밤을 머물며 좋은 기운을 얻었는지 그중 한 명은 인턴으로 취직도 했다는군요. 스텝으로 온 아이유는 같은 나이인 이들과 금세 친해지기도 했습니다.

집을 떠나야 한다는 점에서 여행은 어느 정도 불편함을 감수해야 합니다. 숙소는 불편의 정도를 크게 결정하는 요인이죠. 기대 이상 편한 숙소를 만나면 여행도 그만큼 만족스러워집니다. 머물던 방에 추억 하나 만들고 온다면 더욱 그렇습니다. 제가 머물던 방도 마찬가지입니다. 지금도 봉지커피 한 잔을 마실 때에는 갑사의 스뎅 밥그릇이 떠오르죠. 사찰에서 새벽 예불을 알리기 위해 치는 종소리를 들어보셨나요? 선암사 새벽 종소리를 귀에 담았다는 사실은 누가 뭐래도 뿌듯한 자부심입니다. 취재를 다니다 전복이라도 보면 제 머릿속엔 청산도 노을 지던 바다가 생각납니다.

효리네 민박을 다녀간 다섯 청춘도 마찬가지 아닐까요. 드넓은 마당과 집 곳곳을 뛰놀던 강아지와 고양이, 문이 달리지 않아 황당했던 화장실, 제주의 밤하늘을 머리에 이고 즐겼던 바비큐 파티는 훌륭한 숙소에서 머물렀기에 가능한 추억입니다. 모두가 여행자로 변신하고 전국이 여행지가 된다는 여름휴가로군요. 부디 편한 숙소에서 행복한 추억 많이 만들고 오시기를 바랍니다. 아! 민박에 갔다고 해서 이효리나 이상순, 아이유가 여러분들을 맞이하지는 않겠죠? 강아지나 고양이 한두 마리가 반갑다고 뛰어나올지는 모르겠지만요.

이시우 여행작가 shu95@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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