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엔터 맹선미 기자]
30일 방송되는 KBS 1TV '동네한바퀴'에서는 어렵고 고단하던 시절, 내일의 희망과 위로가 되어준 고향 같은 동네 경기도 광명시로 떠난다.
◆전직 과학도의 떡 케이크 공방
철산동의 한 가게 앞. 유리창 너머로 화려한 꽃으로 장식한 파란색 보자기 하나가 눈에 띄는데. 알고 보니 이게 보자기가 아니라 떡으로 만든 케이크이다. 이 근사한 떡의 고수가 누군가 했더니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고등학교 과학 선생님이었다는 권민정 씨다. 우연히 들어선 길에서 알게 된 즐거움, 예기치 않은 발견 속에 더 재미있는 인생 비결이 있다는 민정 씨의 떡 케이크 행복론을 들어본다.
철산동의 한 거리에는 특이하게도 북한 순대를 파는 순댓국집이 있다. 이곳의 주인장은 함경북도 회령이 고향이라는 주수진 씨. 24년 전 극심한 배고픔을 견디지 못하고 탈북을 감행한 끝에 자유를 찾았다는 탈북민이다. 두 번의 탈북 끝에 중국에 정착한 수진 씨의 삶은 그곳에서도 모질기 짝이 없었다. 허난성 외딴 시골까지 팔려 가 억지로 가정을 꾸리고 자식들을 낳아야 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버티기를 10여 년, 마침내 대한민국을 향한 마지막 모험을 감행한 수진 씨, 2012년 한국 귀순에 성공한다. 그 후 아이들과 새출발을 위해 마련한 가게가 바로 지금의 순댓국집이다. 또 하나의 조국, 대한민국에서 광명 찾은 수진 씨의 인생 담긴 뜨끈한 순댓국을 맛본다.
◆모자계의 ‘GOD’, 갓 장인을 만나다
광명시 소하동에서 만난 박창영 어르신은 중요무형문화재 제4호로 지정된 전통 갓 장인이다. 경북 예천에서 태어나 증조부 때부터 4대째 갓일을 이어오고 있다는데... 갓의 진가를 주목한 건 다름 아닌 한류의 바람. 영화와 드라마의 영향으로 갓의 가치를 해외에서 알아보기 시작한 것이다. 아들 박형박 씨가 5대째 가업을 잇기로 한 뒤부턴 전통의 맥을 계승하고 있다는 자부심으로 더 이상 바랄 나위가 없다는 박창영 장인. 우리나라 최고의 갓 장인 박창영 어르신이 소개하는 전통 갓의 세계를 만나본다.
광명사거리 먹자골목 안에는 손맛 좋기로 입소문 난 가게가 하나 있다. 바로 청년 사장 조현신 씨가 운영하는 일식 덮밥집. 그런데 천상 요리사인 줄만 알았던 사장님의 이력이 조금 남다르다?! 알고 보니 그는 6년 전까지도 관현악을 전공하던 음악도였다고. 매일 밤 레시피를 연구하며 맛을 개선한 끝에 언제부턴가 희망을 보기 시작했다는 현신 씨. 새롭게 시작한 길에서 새로운 꿈을 일구는 청년 사장의 덮밥집을 찾아 따뜻한 응원을 보낸다.
◆할아버지 유산의 빛나는 변신! 한옥 카페에 가다
“할아버지가 지은 집에 아버지가 태어난 집” 소하동에 있는 한 카페 입구에 적혀 있는 문구. 알고 보니 이곳은 할아버지 대부터 주인장 강선주 씨에 이르기까지 가족 3대가 살던 한옥을 개조한 카페다. 본래 68년이나 된 오래된 집이라 허물려 했지만, 그녀는 가족의 추억이 깃든 집을 차마 없앨 수 없었다. 결국 지붕과 뼈대는 물론 실제로 쓰던 방까지 복원한 후 카페로 개방하기에 이르렀다. 가족들이 쓰던 생활용품부터 부모님이 썼던 신방까지, 고택의 아름다움을 엿보는 재미가 쏠쏠한 이곳. 도심 속에서 만난 작은 쉼터에서 차 한 잔의 여유를 즐긴다.
철산동 가락골에서 만난 농부 김백근 씨의 별명은 바로 `노래하는 농부`다. 알고 보니 그는 ‘포리너’라는 락밴드에서 세컨 기타로 활동한 전직 가수이자 뮤지션이다. 그가 농부의 길로 들어선 건 음악적 불화로 밴드가 해체되면서부터다. 그 후 가업을 이어 농사를 짓게 됐으나 음악에 대한 미련만큼은 접을 수 없었다는 백근 씨. 낮에는 땅을 캐고 밤에는 곡을 쓰며 3집 앨범까지 발매하는 등 논두렁 음악가의 삶을 이어왔다. 꿈을 잃지 않고 살아가는 남자, 백근 씨가 연주하는 기타의 선율 속으로 들어가 본다.
◆전직 권투선수, 짜장면집 사장님의 오뚝이 인생사
광명전통시장에서 발견한 3천 원 짜장면집. 권투 선수들의 사진과 글러브, 각종 상장이 가득한 벽면은 마치 복싱장 한 가운데에 들어온 듯한 느낌을 준다. 가게의 주인장은 전직 권투선수였던 이화규 씨. 한때는 국내 랭킹 7위에 오를 만큼 유망했으나 부상으로 은퇴를 한 후 광명시장에서 짜장면집을 하며 생계를 꾸려왔다.
그렇게 20년, 낮에는 짜장면을 만들고 밤에는 도장에서 제자들을 지도하며 `권투`와 `짜장`이라는 행복한 인생을 살아온 화규 씨. 그런 그에게 뜻밖의 시련이 닥쳤다. 하루아침에 건강이 악화되면서 더 이상 권투에 대한 꿈을 이어가기가 어려워진 것. 그럼에도 일터가 있고 사랑하는 가족이 있어 씩씩하게 일어서 짜장면을 만든다. 인생이라는 또 하나의 링에 오른 화규 씨의 칠전팔기 오뚝이 인생사를 들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