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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後] ‘청년경찰’, 뜨거운 애송이들의 버디 무비

[비즈엔터 라효진 기자]

(사진=영화 ‘청년경찰’ 스틸컷)
(사진=영화 ‘청년경찰’ 스틸컷)

한동안 한국 영화계에서 ‘뜨거움’이란 곧 ‘촌스러움’이었다. 보상받지 못하는 열정은 공허했고, 이상은 그저 잡을 수 없는 뜬 구름인 탓이었다. ‘쿨함’은 사회가 요구하는 미덕이 됐고, 이는 현실을 바탕으로 판타지를 그리는 영화에도 고스란히 적용됐다.

이 같은 상황에서 영화 ‘청년경찰’은 드물게 뜨거운 이야기다. 어릴 적부터 현실이라는 똥밭에서 굴려져 잔머리만 굵어진 애늙은이 캐릭터가 등장하지 않는다. 이 영화의 기준(박서준 분)과 희열(강하늘 분)에게는 명절마다 TV에서 간드러지게 트로트 한 소절을 불러 젖히는 대여섯살 꼬마들의 어색한 비범함도 없다. 일부러 어른 행세를 하지 않고, 모르면 모르는대로 현실과 부딪힌다.

경찰대 2학년생이라는 캐릭터 설정은 그래서 이야기의 주제의식에 효과적으로 녹아든다. 아이라기에는 너무 커 버렸고, 어른이라기엔 아직 덜 자란 기준과 희열은 별 다른 고민 없이 경찰대를 택했고 특별한 문제 없이 2년을 보냈다. 둘은 열정 같은 건 생각도 나지 않을 만큼 단조로운 나날 가운데 납치 사건을 목격한다. 그리고 일단 뛴다. 길거리에서 폭행당하는 사람을 봐도 그냥 지나치라고 가르치는 어른들의 현실을, 이 무모한 청년들은 간단히 격파해 버린다.

사실 이 뒤로는 유쾌하지만 익숙한 느낌의 이야기들이 펼쳐진다. 기준과 희열 앞에 닥친 고난은 극복 가능한 수준에서 주어지고, 때로는 두 사람의 막무가내식 행동이 도를 지나칠 때도 있다. 허나 기준과 희열의 첫 수사는 ‘그래야만 하는 것’으로 배워 왔기에 진부해진 도덕의 가치를 되살린다. 그 귀여운 촌스러움으로 비도덕적 행동의 핑계가 돼 왔던 ‘현실적’이라는 단어의 가벼움을 일깨우고, 잊고 있던 열정에 눈을 돌릴 수 있게 한다.

(사진=영화 ‘청년경찰’ 스틸컷)
(사진=영화 ‘청년경찰’ 스틸컷)

기준은 시험 문제로 나온 ‘수사의 세 가지 방법’에 ‘열정, 집념, 진심’을 적는다. 정답은 ‘현장 중심, 물품 중심, 피해자 중심 수사’다. 그러나 기준이 내놓은 것은 기준과 희열을 움직인 힘이고, 때문에 오답이지만 해답이다. “우리가 경찰이 되는 게 맞을까?”라고 자문하던 두 사람은 이야기의 끝자락에 당당히 “경찰이 되고 싶습니다”라고 선언한다. 돈 못 번다고 무시당하고, 격무에 시달려야 하지만 기준과 희열은 뜨거움의 무게에 기꺼이 인생을 건다.

그렇게 완성된 두 뜨거운 애송이들의 버디무비, ‘청년경찰’은 ‘청년’에 방점을 찍은 이야기지만, ‘경찰’에도 중량감을 실었다. 극 중 실종 사건 발생시 피해자가 살해될 가능성이 높은 시간으로 설정된 ‘크리티컬 아워’가 7시간인 것은 세월호 참사 당시를 상징한다. 대기업 손자의 실종 사건 때문에 여고생 납치 사건이 뒷전으로 밀려나는 현실과, 복잡한 절차 탓에 늑장 대처로 피해를 늘리는 경찰 조직의 경직성은 여전한 비판의 대상이다.

라효진 기자 thebestsurplus@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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