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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Z시선] ‘청년경찰’이 바라보는 중국 동포와 여성

[비즈엔터 라효진 기자]

(사진=영화 ‘청년경찰’ 스틸컷)
(사진=영화 ‘청년경찰’ 스틸컷)

통칭 ‘조선족’이라 불리는 중국 동포들은 한국 사회에서 급속히 두려움의 대상이 됐다. 외국인 노동자들의 유입이 증가하며 이들이 국내에서 일으키는 범죄가 심각한 문제로 대두된 탓이다. 중국 동포들을 포함한 외국인 노동자들을 위험하게 바라보는 시각은 문화 콘텐츠, 특히 영화에도 고스란히 적용됐다.

남루한 차림새와 꾀죄죄한 얼굴, 동물의 뼈부터 날이 빠진 도끼까지 손에 들린 것이라면 닥치는대로 무기로 삼는 모습이 중국 동포의 대표적 이미지다. 박훈정 감독의 ‘신세계’나 나홍진 감독의 ‘황해’를 통해 조선족의 스테레오타입이 재생산됐고, 이는 다시 사회로 살포됐다. 중국 동포들이 모여 사는 동네는 기피 대상으로 여겨지고, 그들을 잠재적 범죄자로 보는 시선 역시 팽배해졌다.

‘청년경찰’도 마찬가지다. 극 중 경찰대생 기준(박서준 분)과 희열(강하늘 분)이 목격하는 납치 사건의 주범은 조선족이었다. 몇 년 전부터 영화계가 그려왔던 중국 동포의 이미지를 그대로 답습하며 그들을 악역으로 만든다.

이에 대해 ‘청년경찰’의 김주환 감독은 “냉전 당시 (할리우드)영화 속에서 구(舊)소련이 적대자로 묘사됐던 것처럼, 중국 동포에 대한 편견이라기보다는 영화적 장치로 너그럽게 봐 달라”고 밝혔다.

틀린 말은 아니다. 특히 리얼리즘이 강조되는 한국 영화계에서, 악인 캐릭터를 구축할 때 사회적 인식을 신경쓰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이제는 이 같은 설정에서 고민의 흔적이 뚜렷하게 보이지 않는 것도 사실이다. 1990년대 후반에서 2000년대를 숨가쁘게 달려온 한국이 3D 일자리를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밀어 넘겼듯, 영화 속의 3D 캐릭터도 그들이 전담하게 된 모양새다.

식상함도 식상함이지만, 영화로 굳어진 중국 동포들의 이미지는 부분의 과오를 근거로 특정 집단에 대한 경계를 강화하고, 그들을 타자화하는 데 일조할 우려가 존재한다. ‘청년경찰’이 두 청년의 고군분투기에 ‘조선족’이라는 민족적 정체성이나 그들의 한국 내 근거지를 호출해야만 할 이유는 없었다.

‘청년경찰’이 여성 캐릭터를 다루는 방식에도 다소 아쉬움이 남는다. 기준과 희열 앞에서 눈 깜짝할 사이 납치당한 여학생은 가출 청소년이었고, 돈을 벌기 위해 유사 성매매 업소에 다니고 있다. 주인공들이 구원의 대상으로 여기는 소녀에게 자신을 보호할 빗장 하나 주지 않고 나락으로 떨어뜨린다.

불우한 집안 환경에서 가출, 성매매로 이어지는 흐름의 관습성은 차치하고라도, ‘먼저 구원돼야만 하는’ 이유를 만들기 위해 감정적으로 불쌍해 보일 만한 요소들을 납치된 여학생 캐릭터에 몰아 넣어 버린 형국이다. 때문에 영화 속에서 경직된 경찰 조직의 일면을 보여 주는 양교수(성동일 분)의 “광역수사대도 바쁘다”던 말에 반감이 들기 보다는 외려 힘이 실린다.

극적 장치라기엔 너무 안전한 이미지들을 차용한 것이 ‘청년경찰’의 약점이라 할 수 있겠지만, 요즘에는 좀처럼 볼 수 없는 ‘뜨거움’과 ‘열정’을 거부감 없이 극화했다는 점은 미덕이다. 일부러 잰 체 하지 않고, 현실에 솔직히 부딪히는 보기 드문 청년들은 웃음 폭탄까지 품고 있다. 오는 8월 9일 개봉.

라효진 기자 thebestsurplus@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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