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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사’ 종영①] 왕은 사랑한다, 그래서 희생한다

[비즈엔터 이은호 기자]

▲배우 임시완(사진=유스토리나인)
▲배우 임시완(사진=유스토리나인)

고려 최초의 혼혈왕. 자신에게 섞인 원나라인의 피 때문에 외로움을 숙명으로 받아들여야 했던 충신왕. 그는 사랑했고, 그래서 희생했다. 드라마 ‘왕은 사랑한다’의 이야기다.

MBC 월화드라마 ‘왕은 사랑한다’가 19일 막을 내렸다. 왕원(임시완 분)은 왕린(홍종현 분)과 은산(임윤아 분)이 서로를 사랑하고 있음을 깨닫고 두 사람을 떠나보낸다. 속세로부터 그들을 숨겨준 것이다. 벗도 잃었고 사랑도 잃었다.

왕원의 결단은 고려 최초 혼혈왕이라는 그의 특수성을 고려했을 때 더욱 큰 의미를 갖는다. 스스로 선택할 수 없었던 혈통 때문에 왕원은 늘 외로웠다. 아버지 충렬왕(정보석 분)에게는 경계와 두려움의 대상이었고 그 때문에 어머니 원성공주(장영남 분)과의 관계 또한 무사하지 못했다.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경계인 왕원에게 은산과 왕린은 마음을 터놓고 의지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들이었다.

‘희생’처럼 보이는 왕원의 선택은 어쩌면 벗과 사랑을 영영 잃지 않기 위한 것이었는지도 모른다. 왕원은 두 사람의 마음을 알았고, 그것을 모른 체 하며 두 사람을 자기 곁에 붙잡아 두는 것이 부질없는 짓이라는 것도 알았다. 은산 역의 임윤아는 최근 진행된 인터뷰에서 “왕원이 자신에 대한 미안함 때문에 왕린과 은산이 떠나지 못할까봐 두 사람을 보낸 것 같다”고 분석했다.

▲(왼쪽부터) 배우 홍종현, 임윤아, 임시완(사진=유스토리나인)
▲(왼쪽부터) 배우 홍종현, 임윤아, 임시완(사진=유스토리나인)

“우리 드라마는 타인을 사랑하는 나머지 자신을 희생하는 것이 곧 사랑이 아닐까하는 의도에서 출발했다. 기존 멜로드라마와는 차별화된 사극이 아닐까 생각한다”는 김상협PD의 예언이 어느 정도 들어맞았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왕원의 사랑이 희생으로써 완성됐다는 작품의 결말은, 제작 초반 인물 설정을 제대로 따르지 못했다는 점에서 치명적인 약점을 드러낸다.

제작진의 설명에 따르면, 왕원은 “매혹적인 아름다움 이면에 뜨거운 욕망과 정복욕을 품은” 인물이다. ‘매혹적인 아름다움’이야 임시완의 청초한 외모 덕을 톡톡히 봤지만 ‘뜨거운 욕망과 정복욕’이 얼마나 그려졌는지는 알 수 없다. 작품은 몇 번이고 왕원의 각성‧폭주‧흑화를 예고했으나 왕원은 끝까지 고고함을 잃지 않았다. 왕원은 왕린, 송인, 아버지 등 누구와의 갈등에서도 주도권을 잡지 못했다. 오히려 자신을 퇴출시키기 위한 혹은 구하기 위한 주변 인물들의 계략과 희생을 알지 못해 갈팡질팡하고 당황하다가 결국 후회하는 일이 많았다.

왕원이 겪어야 했던 외로움은 그의 정복욕을 악(惡)이 아닌 매력으로 승화시킬 수 있는 좋은 장치였으나 작품은 이것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다. 결국 왕원은 끝까지 ‘짠내’만 풍기다 갔다. 더욱 쫄깃해질 수 있었던 갈등 구도 또한 왕과 왕권을 넘보는 자들의 대척, 한 여자를 사이에 둔 두 남자의 번민 등 다소 빤한 형태로 전개됐다.

심심한 위로의 말과 함께 왕원을 보낸다. 사랑을 갖지는 못하였으나 왕은 여전히, 사랑한다. 갖지 못함에도 사랑할 수 있음에, 왕은 진정으로 사랑한다.

이은호 기자 wild37@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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