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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한 번, 볼빨간사춘기는 어떻게 음원 강자가 됐나

[비즈엔터 이은호 기자]

▲볼빨간사춘기(사진=고아라 기자 iknow@)
▲볼빨간사춘기(사진=고아라 기자 iknow@)

작년 이맘때쯤의 일로 기억한다. 소위 ‘인디’ 음악으로 분류되던, 그래서 상대적으로 미디어의 조명을 받지 못하던 여성 듀오 볼빨간 사춘기가 ‘우주를 줄게’로 국내 최대 음원사이트 멜론의 실시간 음원차트 1위를 차지했다. ‘우주를 줄게’가 차트에 오르기까지는 약 한 달간의 시간차가 있었다. 1위곡이 일주일에도 몇 번 씩 바뀌는 가요 시장에서는 보기 드문 일이었다. 인디, 역주행, 1위.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기 충분한 사건이었다.

그래서 볼빨간 사춘기의 흥행을 두고 많은 분석이 나왔다. 결론은 대부분 비슷했다. 단순하게는 ‘듣는 음악의 힘’이라는 평가에서부터 공감 가는 가사에 대한 박수, 나아가 볼빨간 사춘기의 음악을 발굴해내는 데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SNS 채널에 대한 조명 등이 그것이었다. 그 사이 볼빨간 사춘기는 발표하는 곡마다 족족 1위를 차지하는 ‘음원강자’가 됐다. 28일 발표한 ‘썸 탈거야’도 마찬가지다. 무려 빌보드 메인 차트에 이름을 올린 그룹 방탄소년단까지 제쳤다. 이제 중요한 것은 볼빨간 사춘기가 좋은 성적을 거둔다는 사실 자체이지 그 원동력이 아니다.

다시 한 번 생각해본다. 볼빨간 사춘기는 어떻게 음원 강자가 됐을까. 볼빨간 사춘기 멤버 안지영은 앞서 열린 쇼케이스에서 “처음에는 소녀스러운 가사에 대해 ‘유치하다’ ‘재미없다’고 하시는 분들도 있었다. 하지만 순수하고 솔직한 감성이 점차 공감을 유발하면서 ‘소설책 읽은 것 같다’ ‘순정만화 같다’는 말을 많이 들었던 것 같다”면서 “누구나 좋아하는 감성이 공유되고 소통이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볼빨간사춘기(사진=고아라 기자 iknow@)
▲볼빨간사춘기(사진=고아라 기자 iknow@)

볼빨간 사춘기의 가사는 사춘기를 보내는, 그러니까 10대 초중반 내지는 10대 후반의 청취자들을 타깃으로 한다. 더블 타이틀곡 ‘썸 탈거야’와 ‘나의 사춘기에게’는 내용은 전혀 다를지언정 일상적인 언어를 쉽게 풀어냈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가진다. 화자의 심리나 상황을 단순하게, 하지만 직접적으로 묘사해 쉬운 이해를 돕는다. 동시에 “밀가루 못 먹는 나를 달래서라도 너랑 맛있는 걸 먹으러 다닐 거야”(‘썸 탈거야’)라든지 “파랗게 블루 우리가 칠해지네”(‘블루’)와 같이, 여성 듀오에게 흔히 기대되는 수준의 엉뚱함을 잃지 않는다.

볼빨간 사춘기는 ‘인디’, ‘여성’, ‘어쿠스틱’, ‘듀오’가 결합해 탄생하는 음악의 전형, 최근 등장한 ‘고막 여친’이라는 단어로 설명되는 공식을 따른다. 그러면서도 보컬 안지영의 독특한 목소리와 박자를 밀고 당기는 솜씨 덕택에 ‘볼빨간 사춘기스러움’으로 정의되는 색깔을 얻는다. 전형적이지만 몰개성하지는 않다.

볼빨간 사춘기가 긴 시간,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을 수 있는 것은 역설적으로 그들의 음악이 쉽고 빠르게 소비되기에 적합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대부분의 음악 소비가 스트리밍을 통해 이뤄지고 대부분의 음악 공유가 SNS 상에서 이뤄지는 10대, 20대의 특성, 그리고 ‘음원강자’라는 유명세가 보장해주는 믿음 등이 맞물려 시너지를 냈다.

또 다른 멤버 우지윤은 “사람들이 이 음반을 들으며 ‘볼빨간 사춘기는 언제나 우리 곁에 있구나’라는 생각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어느 시점에는 ‘어떤 모습으로’ 우리 곁에 있는지가 중요해지는 순간도 올 것이다. 볼빨간 사춘기가 비슷한 스타일을 답습한다는 지적도 벌써 나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직은, 절대 다수의 사람들이 그 ‘비슷한 스타일’에 열광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대중과 볼빨간 사춘기, 누구의 취향이 혹은 누구의 스타일이 먼저 변할까. 그리고 그 때에도 볼빨간 사춘기는 여전히 음원 강자로 위용을 떨치고 있을 수 있을까. 여러 면에서 앞날이 기대되는 팀이다.

이은호 기자 wild37@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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