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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Z콘] 데이식스 때문에 가난해졌지만 그래도 완전 사랑해요

[비즈엔터 이은호 기자]

▲밴드데이식스(사진=JYP엔터테인먼트)
▲밴드데이식스(사진=JYP엔터테인먼트)

“오, 마이, 갓.” 밴드 데이식스 단독콘서트 취재 공문을 확인하다가 공연 날짜 ‘9월 29일 오후 8시’에 눈길이 멈춘 순간, 심장도 함께 멈추는 것 같았다. 길고 긴 추석 연휴를 앞둔 금요일 오후 8시. 휴일만을 바라보며 한 달을 견뎌낸 직장인에게 이 시간의 추가 근무는 반가울리 만무하다. ‘불금’의 갖은 유혹들을 떼어내고 도착한 공연장에서 나는 흥미로운 광경을 목격했다.

그것은 수많은 젊은 여성 관객들이었다. ‘아이돌’이라는 단서가 붙긴 했으나 (상대적으로 여성 팬들의 호응이 적은) 밴드의 공연이고 방송 출연도 잦지 않아 ‘덕질’을 할 만한 ‘떡밥’도 없는 데이식스가 이렇게 많은 여성 팬들을 불러 모을 수 있었던 것은, 그들의 음악 안에 담긴 어떤 특성 때문이리라. 나는 문득 그 특성이 무엇인지 궁금해졌다.

29일, 데이식스의 단독 공연 ‘에브리 데이식스 콘서트 인 옥토버(Every DAY6 Concert in October)’가 열린 서울 연세대학교 백주년 기념관. 이곳의 공기는 독특했다. 밴드의 공연장이라기엔 단정하다 못해 얌전하기까지 했고 아이돌의 공연장이라기엔 아기자기하고 편안했다. 공연 첫날인데 마치 오픈런 공연의 일부처럼 느껴졌다. 매달 음악과 공연을 선보이며 팬들과 소통해온 결과일 것이다.

▲밴드 데이식스(사진=JYP엔터테인먼트)
▲밴드 데이식스(사진=JYP엔터테인먼트)

데이식스는 ‘아 왜(I Wait)’, ‘어떻게 말해’를 연달아 연주하며 공연의 포문을 열었다. 팝 적인 음악을 들려주는 팀인 줄 알았는데 제법 록킹한 사운드로 초반부터 분위기를 달궜다. 원필은 “지난달 공연이 전야제 콘셉트였다면 이번 달은 페스티벌 공연이다. 지난달보다 뜨겁게 달리자”면서 “연습생 5년의 ‘짬밥’으로 오늘 흥과 끼를 마음껏 부리고 갈 테니 여러분도 마음껏 발산하시길 바란다”는 말로 흥을 돋웠다.

셋리스트 대부분이 데이식스의 월간 싱글 발매 프로젝트 ‘에브리 데이식스’ 발표곡으로 채워졌다. 싱글 단위로 들었을 때에는 제대로 인지하지 못했던 넓은 음악 스펙트럼이 곡을 연달아 들으니 더욱 확실하게 느껴졌다. 모던 록에서부터 싸이키델릭, 발라드까지, 데이식스는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소화했다. 연주와 노래 모두 군더더기 없이 깔끔했다. 정갈한 코스 요리를 맛보는 느낌이었다.

‘에브리 데이식스’ 발표곡 중 가장 대중적인 인기를 얻었던 ‘예뻤어’는 어쿠스틱 버전으로 편곡됐다. 전자 기타의 자리는 원필의 건반 연주가 메웠다. 지난달 공연에서 팬들이 만든 우드보드가 무대 세트로 꾸며져 무대 뒤편을 채웠다. 황금빛으로 반짝이는 팬클럽 이름 ‘마이 데이’는 크리스마스 장식 같기도 하고 가을 낙엽 같기도 했다. 멤버들의 앳된 목소리는 추억 속의 어느 날로 관객들을 데리고 갔다.

정준일의 ‘안아줘’, 존 레전드의 ‘이매진(Imagine)’, 오아시스의 ‘돈 룩 백 인 앵거(Don’t Look Back Anger)’ 커버 무대는 관객들의 감성을 적셨고, 관객들을 일으켜 세운 채 연주한 ‘장난 아닌데’ ‘버릇이 됐어’ ‘좋은 걸 뭐 어떡해’ ‘세이 와우(Say Wow)’는 공연장 온도를 높였다. 관객들은 숨 죽여야 할 때와 ‘떼창’을 채워 넣어야 할 때를 정확히 알고 있었다. 밴드와 팬들 사이 호흡이 척척 들어맞았다.

▲밴드 데이식스(사진=JYP엔터테인먼트)
▲밴드 데이식스(사진=JYP엔터테인먼트)

이날 영케이는 “매달 음악을 내고 콘서트를 하고 있다. 한 달을 주기로 사는 느낌이다. 과장을 조금 보태서 말하자면, 눈 감았다 뜨면 한 달이 지나가 있을 정도다”라면서 “여러분에게 자랑스러운 무대와 노래를 보여줄 수 있도록, 여러분들에게 자랑스러운 가수가 될 수 있도록 우리 정말 열심히 살고 있다. 시간이 지나 올해를 되돌아보면, 힘들지만 좋았다는 생각이 날 것 같다”고 말했다.

데이식스의 보폭을 따라 열심히 전진한 것은 팬들도 마찬가지다. 지난달 공연에서 팬들이 적은 메시지 중에는 “(매달 개최되는) 데이식스 콘서트 보느라 매일 잔액 부족”이라는 어느 팬의 ‘웃픈’ 고백이 있었다. 하지만 이것은, 거꾸로 말하자면 매일 잔액이 부족하더라도 매달 데이식스 공연을 보는 것을 포기할 수 없다는 의미다. 이 기특한 팬심은 차곡하게 쌓아가는 데이식스의 디스코그라피와 성실하게 성장하는 음악적 역량에 뿌리를 두고 있다.

빠르게 돌아가는, 대다수가 요행을 바라는 가요 시장에서 음악과 공연에만 집중하는 것이 다소 미련해 보일 수도 있다. 인기를 얻거나 유명해지는 속도가 남들보다 느리게 느껴질 수도 있을 게다. 하지만 “열심히 살고 있다”는 데이식스의 2017년은 아무리 긴 시간이 지나도 그들을 배신할 일 없을 것이다. 한 소녀 팬이 외친다. “오빠 때문에 가난해졌지만 저는 그래도 오빠 완전 사랑해요.”

이은호 기자 wild37@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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