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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Z시선] 트와이스와 레드벨벳이 가는 길

[비즈엔터 이은호 기자]

지금 한국을 대표하는 걸그룹을 두 팀 꼽으라면 단연 트와이스와 레드벨벳일 것이다. 1년여의 격차를 두고 가요계에 데뷔한 두 팀은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소녀의 얼굴을 그려냈다. 두 팀 모두 올해 중요한 변화의 단서를 보여줬는데, 그들이 만들어 내는 소녀상이 지금 어떻게 달라보고 있는지 살펴본다.

▲걸그룹 트와이스(사진=JYP엔터테인먼트)
▲걸그룹 트와이스(사진=JYP엔터테인먼트)

트와이스 기다리는 소녀들
트와이스는 늘 구애한다. 하지만 그들이 구애하는 방식은 상대에게 다가가기보다 기다리는 쪽에 가깝다. 데뷔곡 ‘우아하게’에서 들려준 “날 우아 우아하게 만들어” 달라던 요구는 차라리 적극적이다. “여자는 쉽게 마음을 주면 안” 된다는 ‘치어 업(Cheer up)’이나 “이런 내 맘 모르”는 상대에게 “너무해”라며 투정하는 ‘TT’, “만날 때 마다 마음을 담아” 신호를 보낼 뿐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분명하게 말해주지 않는 ‘시그널(Signal)’은 지난 2년 간 트와이스가 만들어 낸 소녀의 자세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트와이스가 톱 걸그룹의 자리를 공고히 이어나가는 동안 동료 걸그룹은 다양한 소녀를 만들어냈다. 여자친구는 ‘핑거팁(Fingertip)’을 발매 당시 노래에 대해 “당차고 주체적인 소녀들의 사랑방식”이라고 홍보했고, 플레디스엔터테인먼트가 내놓은 신인 걸그룹 프리스틴은 그들의 소포모어 음반 ‘스쿨아웃(SCHXXL OUT)’에서 “먹고 싶은 건 내가 골라. 그 대신에 계산은 내가. 흔하지 않아 이런 내게 더 끌릴걸”(‘위 라이크’)이라고 자신한다.

대세의 변화를 인식한 것인지 트와이스는 11일 발매하는 신곡 ‘하트 셰이커(HEART SHAKER)’에서 드디어 “소녀야. 너도 할 수 있어(Girl. You can do it)”이라고 말한다. 상대가 자신의 마음을 알아차릴 때까지 기다리며 애를 태우는 대신 “먼저 다가가 사랑을 말”할 것이라며 “주저하지 마”라고 다짐한다. 10월 발표한 ‘라이키(Likey)’에서는 애교스러운 안무 사이에 멤버 모모의 브레이크 댄스를 삽입하기도 했다. 이것은 변화의 신호탄일까. 말문이 트인 트와이스는 앞으로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까.

▲걸그룹 레드벨벳(사진=SM엔터테인먼트)
▲걸그룹 레드벨벳(사진=SM엔터테인먼트)

레드벨벳 미혹하는 소녀들
사랑에 빠진 소녀를 묘사한다는 점에서 레드벨벳의 콘셉트는 일견 다른 걸그룹의 그것과 다르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아이 스크림, 유 스크림. 김미 댓 아이스크림(I scream, You Scream. Gimme That ice cream)”(‘아이스크림 케이크’)과 같이 의미를 알수 없는 가사나 수십 번씩 “덤덤(Dumb Dumb)”(‘덤덤’)을 외치며 즐거워하는 모습에서는 동료 혹은 선후배 걸그룹에게서 찾아보기 힘든 서늘함이 있었다.

마니악한 이미지가 강했던 레드벨벳은 올해 ‘루키’와 ‘빨간 맛’을 연달아 흥행시키며 인기 그룹 반열에 올랐다. ‘루키’는 뚜렷한 이미지를 얻지는 못했으나 중독성을 인정받아 음원 차트 1위를 석권했고, 전작에서 보여준 긴장감을 느슨하게 푼 ‘빨간 맛’은 대중에게 더욱 친숙하게 다가가는 계기를 마련했다. 요컨대 레드벨벳은 예상 가능한 범위 안으로 들어오는 대신 대중적 인지도를 손에 넣었다.

지난달 발매한 ‘피카부’가 흥미로운 것은 그 때문이다. 노래는 ‘루키’가 그랬듯 짧은 후렴구를 반복하지만 애교스러운 대신 오히려 심술 맞게 들리며, ‘빨간 맛’이 멤버들의 개성을 드러내는 파트로 구성돼 있는 반면 ‘피카부’는 각자의 개성을 의도적으로 눌러 집단성을 강조하는 것처럼 보인다. “설렐 때만 사랑”이고 자신을 “흥이 난 여우”라고 표현하는 가사는 새로운 것을 넘어 파격적이기까지 하다. 소녀의 얼굴로 전하는 마녀적인 유혹. 레드벨벳이 새로 찾은 얼굴이다.

이은호 기자 wild37@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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