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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결산] 워너원과 방탄소년단이 제시한 길

[비즈엔터 이은호 기자]

지난 수 년 간 아이돌 그룹의 성공 방식은 하나로 자리 잡는 것처럼 보였다. 기획사에 소속돼 연습하고 여력이 된다면 서바이벌 프로그램이나 리얼리티 프로그램을 통해 얼굴을 알린다. 데뷔 후에는 소속사의 기획에 따라 활동하며 각종 이벤트를 진행해 팬덤을 모은다. 그런데 올해 이 공식을 뒤엎은 두 개의 성공 모델이 나타났다. 보이그룹 워너원과 방탄소년단이 주인공이다.

(사진제공=YMC)
(사진제공=YMC)

워너원 만든 CJ, 어쩌면 진짜 괴물 신인

워너원을 탄생시킨 Mnet ‘프로듀스101 시즌2’는 초반 우려와 달리 기록적인 시청률과 화제성을 손에 넣었다. 덕분에 워너원을 향한 애정과 열정은 뜨거웠다. 데뷔 음반은 100만 장이 넘는 판매량을 기록했고, 각종 음악시상식에서 신인상을 석권했다. 이들과 비슷한 시기 데뷔한 보이그룹 상당수는 이후 출범한 KBS2 ‘더유닛’이나 JTBC ‘믹스나인’ 등 오디션 프로그램에 응시했다.

워너원의 성공 이후 더 많은 가요 기획사들이 CJ E&M, KBS, JTBC 등 대형 미디어의 힘에 의지하게 됐다. 이제 미디어를 통한 노출은 취사선택이 아니라 필수처럼 보인다. JYP엔터테인먼트 같은 대형 기획사는 Mnet ‘식스틴’이나 ‘스트레이키즈’처럼 자체적으로 서바이벌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다. 하지만 작은 규모의 기획사들은 자생력을 잃어간다.

오디션 프로그램이 언제나 성공을 보장해주지 않는다. 제작진의 눈 밖에 나거나 자아를 지나치게 드러내면 ‘프로듀스101 시즌1’의 허찬미가 그랬듯 편집의 희생양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프로그램에 출연하지 않으면 성공 가능성이 분명하게 희박하다. 불확실성에 도박을 걸어야 할 만큼 중소형 기획사들의 상황은 녹록치 않다.

음악제작사연합(이하 연합)은 올해 8월 방송 미디어의 매니지먼트 사업 진출에 대한 반대 성명서를 발표했다. 제작사와 미디어가 “상생의 길을 모색”하고, “본연의 역할분담”에 충실하자고 호소했다. 하지만 이들이 느끼는 위기감과 별개로 대형 미디어는 이미 가요 시장을 휘두르는 새로운 세력이 됐다. 미디어를 통한 ‘괴물 신인’의 탄생이 과연 워너원 한 번으로 끝날까? 워너원이 몇 달 만에 수백억을 벌었다는데?

▲그룹 방탄소년단(사진=빅히트엔터테인먼트)
▲그룹 방탄소년단(사진=빅히트엔터테인먼트)

방탄소년단: 동세대의 목소리

언더그라운드에서 활동하다 아이돌 그룹 멤버로 데뷔하게 된 방탄소년단의 RM은 한 때 영문 모를 미움을 견뎌내야 했었다. 데뷔 초 출연했던 한 힙합 프로그램 공개 방송에서는 함께 출연한 래퍼로부터 면전에 대고 비난을 들어야 했고, 자신보다 늦게 데뷔한 아이돌 그룹 멤버에게 디스를 당한 일도 있었다.

RM이 겪은 설움은 그의 음악에도 고스란히 묻어난다. 그는 노래를 통해 “나는 나의 모든 기쁨이자 시름”(‘리플렉션’, 2016)이라고 고백하거나 “내 꿈은 내가 되는 것”(‘본 싱어’ 2017 콘서트 버전)이라고 털어놓는다. 방탄소년단은 평소 방시혁 대표를 비롯한 프로듀서진과 자신의 생각과 고민을 공유하고 프로듀서들은 이로부터 음악이나 음반의 콘셉트를 발굴한다. 방시혁 대표는 최근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아티스트는 누군가 창조하는 게 아니”라면서 “멤버들의 진정성”을 음악에 담는다고 강조했다.

방탄소년단의 자아는 또한 같은 시대를 살고 있는 또래 안에서 형성되고 완성된다. 이들은 데뷔 초 ‘노 모어 드림(No More Dream)’에서부터 최근 발표한 ‘고민보다 고(Go)’까지 다양한 노래를 통해 동시대 청년들의 이야기를 대변한다. 팬들은 방탄소년단의 음악과 퍼포먼스를 즐기는 것에 그치지 않고, 개인 혹은 팀으로서 이어지는 방탄소년단의 서사를 읽고 사회적 구성원으로서의 방탄소년단과 교감한다.

덕분에 방탄소년단과 나누는 유대는 곧 팬들의 결집력과 충성도로, 나아가 방탄소년단의 시장성으로 이어진다. 동세대의 목소리를 듣고 들려주는 것. 방탄소년단이 지난 4년 간 걸어온 길이자 지금의 방탄소년단을 만든 가장 강력한 원동력이다.

이은호 기자 wild37@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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