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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은 행복하시오?" 故김주혁이 남긴 '공조' '흥부' '독전'

[비즈엔터 류동우 기자]

지난해 10월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난 김주혁. 이후에도 '흥부: 글로 세상을 바꾼 자'(이하 흥부), '독전' 그리고 향후 개봉될 '창궐'에서도 그의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는 '독전'에서 악랄하고 악독한 아시아 마약 시장의 거물 진하림을 연기했다. 그동안 '싱글즈' '아내가 결혼했다' '커플즈' '투혼' '홍반장' '사랑따윈 필요없어' '방자전' '비밀은 없다' 등의 작품에 출연했지만, 수상 기회를 번번이 놓쳤다. 하지만 '공조''석조저택 살인사건''흥부' 등을 통해 연기력을 입증했고, 대중으로부터 재평가를 받을 수 있었다. 다수의 작품에서 열연한 김주혁, '독전'의 흥행으로 다시 재조명 받고 있다.

김주혁은 2017년 상반기 개봉한 영화 '공조'에서 차기성 역을 맡았다. KBS2 예능 '1박 2일'에서 구탱이 형이라는 별명으로 시청자들에게 웃음을 전한 김주혁이 '공조'에서 정통 악역을 선보였다. '공조'는 남한으로 숨어들어온 북한 범죄 조직을 소탕하기 위해 남북이 공조 수사를 펼친다는 이야기. 김주혁이 맡은 차기성은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조국과 동료를 배신할 만큼 차갑고 강한 욕망을 지닌 인물이다. 김주혁은 기존의 선량한 이미지를 털어내고 강한 악역으로 변신했다. 김주혁이 보여준 차기성은 관객들의 뇌리에 강한 인상을 남겼다. 그는 '더서울어워즈'에서 남우조연상을 수상했다. 데뷔 20년 만에 영화로는 처음 받는 상이라서 감회가 남달랐다.

'공조'에서 호평은 받은 김주혁이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났다. 몇 개월 후 영화 '흥부'로 다시 만난 김주혁. '흥부'는 붓 하나로 조선 팔도를 들썩이게 만든 천재작가 흥부가 남보다 못한 두 형제로부터 영감을 받아 세상을 뒤흔들 소설 흥부전을 집필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사극 영화다. '흥부'에서 김주혁은 백성들을 위해 헌신하는 정의로운 조혁으로 분했다. 김주혁이 '공조'에서 보여준 캐릭터와는 상반된 인물이다. 김주혁이 연기한 조혁은 자기 일에 철두철미하면서도 허당스러운 면모로 인간미를 더한다. 여기에 조용하면서도 부드러운 카리스마를 지녔다. 앞서 예능에서 보여준 김주혁의 인간적인 모습이 생각나면서도, '공조'에서 보여준 차기성과는 전혀 다른 캐릭터로 눈길을 끌었다. 때문에 스크린 속 김주혁을 보고있으면 자연스레 몰입할 수 밖에 없다. 영화 말미 정우가 김주혁을 향해 "그곳은 행복하시오?"라는 대사는 김주혁을 떠올리게 했다. 영화가 끝난 뒤에는 엔딩크레딧에 '故김주혁 배우와 함께해 행복했습니다'라는 말로 그를 추억했다. 김주혁은 '흥부' 촬영 당시 "항상 즐겁게 작업해 모든 장면이 다 기억에 남는다"라고 밝힌 바 있다. '흥부' 조근현 감독과 배우들은 "김주혁은 늘 스크린에 살아있을 것이다. 그래서 유작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라고 전했다. 이들의 말처럼 '흥부' 속 김주혁은 스크린 속에서 날개를 달고 날아다녔다. 보편적일 수도 있는 평범하면서도 일반적인 캐릭터를 김주혁만의 매력으로 녹아냈다.

관객들의 마음속에 영원히 자리 잡은 김주혁이 다시 악역으로 돌아왔다. 기존 악역과는 비교할 수 없는 모습으로. '독전'은 아시아를 지배하는 유령 마약 조직의 실체를 두고 펼쳐지는 독한 자들의 전쟁을 그린 범죄극. 김주혁은 진하림 캐릭터로 변신, 강렬한 존재감을 발산하며 지금껏 보지 못한 파격적 비주얼과 열연을 선보였다. 그는 아시아 마약시장의 거물 진하림의 캐릭터가 가진 특유의 카리스마와 아우라를 담아, 독보적인 열연과 연기 변신했다. 김주혁의 등장은 영화 속 분위기를 순식간에 변화시켰다. 돌변하는 눈빛, 목소리 억양과 그의 표정까지 지금까지 김주혁에게서 보지 못한 모습이었다. 김주혁은 극중 위장 잠입한 형사 원호(조진웅 분)를 기선제압하고 그가 등장하는 장면 하나하나에 카리스마로 영화 스토리의 긴장감을 증폭시켰고, 영화를 보는 관객까지 숨죽이게 하는 연기로 강한 잔상을 남겼다. 이뿐만아니라 극중 김주혁의 모습은 폭탄을 맞은 듯 하늘로 솟은 머리에 약에 취해 초점이 없는 눈빛은 한 마리의 들짐승을 연상시킨다. 다양한 장르의 영화와 드라마는 물론, '1박 2일' 등의 예능에 출연하며 친근하고 인간미 넘치는 모습으로 사랑받은 김주혁은 '독전'에서 완전히 상반된 모습으로 등장해 관객들의 시선을 단번에 사로잡았다. '독전'의 이해영 감독은 "현장에서 첫 컷을 촬영 할 때 너무 짜릿하고 엄청나서 입을 딱 벌리고 저는 구경만 했다"라며 "촬영 내내 감독으로서 관객으로서 정말 엄청난 경험이었다"고 김주혁과의 작업을 회상했다.

김주혁은 떠났지만, 그의 모습은 스크린에 고스란히 남았다. 그가 사망하지 않았다면 '공조' '흥부' '독전' 등은 김주혁의 연기 인생에 또 다른 전환점이 됐을 것이다. 이제, 그의 명연기를 다시 볼 수 없다는 사실이 안타깝다. 스크린을 꽉 채운 김주혁의 뜨거운 열연은 관객들의 가슴 속에서 오래도록 기억될 것이다.

류동우 기자 dongwoo@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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