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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공작’ 윤종빈 감독이 세밀하게 들여다본 세상

[비즈엔터 이주희 기자]

(사진=CJ엔터테인먼트)
(사진=CJ엔터테인먼트)

윤종빈 감독의 영화는 힘이 있다. 통찰력 있는 시선으로 하나씩 짚어낸 그의 영화 속 세상은, 현실보다 더 현실 같은 이야기가 그려져 있다. 우리가 인식하지 못했던 것, 오해하고 있던 것, 멀리하고 있던 것, 윤종빈 감독은 그런 것들을 향해 가까이 다가간다. 외부에 알려질까 쉬쉬했던 이야기가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순간, 두터웠던 그들의 세상과 우리의 세상 간 거리는 좁혀진다.

그럼 관객은 ‘우리가 사는 세상에 이런 일이 있었단 말이야?’라며 충격을 받는다. 군대의 민낯을 다룬 데뷔작 ‘용서받지 못한 자’, 그리고 남자 호스트의 이야기를 다룬 ‘비스티 보이즈’가 그랬듯이 말이다.

그렇게 현실보다 더 현실 같은 영화를 하던 윤종빈 감독이 이번엔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실화를 가지고 돌아왔다. ‘흑금성’이라는 암호명으로 북핵의 실체를 파헤치던 안기부 스파이가 남북 고위층 사이의 은밀한 거래를 감지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첩보극 ‘공작’은 1997년 12월 대선 당시 김대중 후보를 낙선시키기 위해 안기부가 주도한 이른바 북풍 공작 중 하나인 ‘흑금성 사건’을 모티프로 한 작품이다. 국가보안법과 관련된 스파이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이기에 현재에도 상당히 예민한 주제이지 않을 수 없으나, 윤종빈 감독은 또 한 번 과감하게 이야기 한다. 윤종빈 감독의 시선은 이토록 힘 있게 세상으로 던져진다.

Q. ‘공작’을 촬영한 배우들 황정민ㆍ이성민ㆍ조진웅ㆍ주지훈 등 모두 힘들었다고 입을 모아 말을 하더라.

A. 왜 다 끝나고 그러나.(웃음) 사실 힘들긴 했을 거다. 배우들의 주고받는 대사 말고는 기댈 데가 없는 영화지 않나. 하나만 삐끗해도 긴장감이 떨어지니까. 눈 하나만 잘못 돌려도 NG가 났다.

Q. 그럼 연출도 힘들었을 것이다. 배우들도 답답했겠지만 감독으로서 답답했던 건 무엇이었나.

A. 나야 시간이 있고 편집으로 수정하면 되니까 괜찮았다.(웃음) 물론 나도 두렵다. 영화 만드는 건 늘 힘들다. 나는 하고 나서 언제나 아쉬운 마음이 든다. ‘공작’은 내 영화 중 후반 작업을 가장 길게 했다. 10개월 정도 했으니 이제 할 만큼 했다는 생각이 든다. 내 능력에선 최선이다.

Q. ‘공작’은 제 71회 칸 국제영화제 미드나잇 스크리닝 부문에 공식 초청되었다. 국내 개봉 버전은 칸 버전보다 4분가량 짧아졌다는데, 어떤 부분을 편집했나.

A. 신을 들어낸 건 없고 이해도가 떨어지는 대사들을 조금씩 삭제했다. 나는 극중 세계를 잘 알아서 이 대사들이 영화적 풍부함이라고 생각했는데, 처음 보는 사람은 행간을 이해하기 힘들 수도 있다고 해서 뺐다. 내레이션도 더 잘 들리게 다시 녹음했다.

Q. 칸에서 반응은 어땠나.

A. 외국인들이 남북 관계에 관심이 많다. 물론 내가 본 사람들이 영화 관계자들이라 일반인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수도 있다.

(사진=CJ엔터테인먼트)
(사진=CJ엔터테인먼트)

Q. 늘 현실밀착형 영화를 만들다가 이번엔 진짜 실제 사건을 모티프로 영화를 했다. 그 이유는 무엇이고, 해보니 어떻게 다르던가.

A. 이야기 자체가 흥미로워서 만들고 싶었고, 더 알고 싶다는 호기심으로 시작했다. 차이점이라면 그동안 작품들은 처음부터 끝까지 다 만들어야 했다면, 이번엔 이미 있는 것을 내가 재배열하고 편집해야 했던 것이 달랐다.

Q. 흑금성이라는 스파이의 이야기는 1990년대 살았던 사람도 잘 몰랐던 내용이다.

A. 나도 몰랐다. 아마 일반 사람들 97% 모를 것이다. 그래서 충격적이었다. 영화보다 더 영화 같았던 현실이 소름끼쳤다. 현실을 영화가 이길 수 없다고 하더니 진짜였다. 대한민국이 2개도 아닌데 섬뜩하지 않나.

Q. 한국에서도 스파이 관련된 이야기고, 북한도 고위층 관련 내용이라 예민하기도 하고 정보 얻기도 힘들었을 텐데 어떻게 자료에 접근했나. 영화에 실제 인물들이 등장하는 등 우회하지 않고 직접 이야기를 하는데, 해석에 대한 부담감도 있었을 법하다.

A. 다큐가 아니기 때문에 해석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 세상 모든 것엔 해석이 들어간다. 객관적이라는 기사에도 기자의 해석이 들어가지 않나. 게다가 영화는 2시간 안에 다 보여줘야 하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다 싣지도 못 한다. 영화를 보고나서 만약 더 알고 싶으면 직접 찾아보면 된다.

Q. 김정일 역할은 기주봉 배우가 맡았다. 사실 두 사람은 닮지 않았는데, 특수분장을 많이 하면서까지 기주봉을 캐스팅 한 이유는 무엇인가.

A. 다른 사람들은 연기가 안 되지 않나. 잠깐 나오면 닮은꼴을 쓸 수 있는데 두 번 이상 나오기 때문에 얼굴보다 연기력을 신경 썼다.

Q. 극중 김정일의 애완견이 등장한다. 이 부분은 고증인가 아니면 긴장을 풀어주는 역할로 넣은 보너스 신인가.

A. 김정일이 실제 애완견을 좋아하기도 하고, 영화가 전체적으로 긴장된 신이 많아 살짝 풀어주는 느낌을 주기 위해 넣은 신이다. 한 탈북시인의 회고록을 봤는데, 김정일이 각 잡고 서 있는데 애완견이 나타나 자신의 구두를 핥았다고 하더라. 그게 인상에 남았다. 이 신을 찍기 위해 순종 말티즈를 영화 팀에서 트레이닝 했다. 2500만원이나 들었다.

(사진=CJ엔터테인먼트)
(사진=CJ엔터테인먼트)

Q. 사실 ‘공작’의 주연배우인 황정민ㆍ이성민ㆍ하정우ㆍ주지훈 등은 한국영화의 주역들이다. 워낙 많은 영화에 출연하는 배우라 신선함은 없다. 반면 과거 ‘비스티 보이즈’ 때는 신선한 캐스팅으로 주목 받았는데, 배우들의 캐스팅은 어떻게 결정하나.

A. 영화에 어떤 배우들이 나와야지 재밌을까 생각한다. 조합보다 이 연기를 할 때 어떤 배우가 할 것인지 생각하는 게 핵심이다. 이분들이 가장 잘 하니까 많은 영화에 나오는 거라고 생각한다. 사실 알지 않나. 배우들 판이 넓지 않다. 미국도 브래드 피트가 계속 나온다. 같은 역할이 아닌 이상 괜찮다고 생각한다.

Q. 영화는 황정민의 내레이션으로 이야기가 설명되는 방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러한 구성을 취한 이유는 무엇인가.

A. 가장 큰 이유는 흑금성이란 인물이 애티튜드가 밝혀지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거였다. 이 사람의 성격이 끝까지 판단이 안 되어야 영화의 긴장이 유지된다. 두 번째는 비밀공작이다 보니까 흑금성의 대화 상대가 없지 않나. 흑금성은 와이프에게 얘기도 못하고 친구와 소주 한잔 할 수도 없다. 조진웅에게 징징댈 수도 없다.(웃음) 이 사람의 마음을 알릴 방법이 없기 때문에 그래서 스스로 설명하기로 한 거다. 현실적인 이유다. 그리고 흑금성이 마지막에 정체성의 변화를 겪는 이야기라 자기의 과거를 회상하는 방식으로 갈 수밖에 없겠다 싶어 일인칭 시점을 썼다.

Q. 극중 모 상표의 시계가 중요한 소재로 등장한다. 시계가 나올 때마다 8시 10분을 가리키고 있는데.

A. 흑금성이 화장실에서 처음 시간을 확인하는 데 그때가 8시 10분이다. 다음 시계 컷을 찍는데, 스태프가 몇 시로 할 건지 물어보더라. 일단 8시 10분으로 하라고 말했다. 다음에 또 물어보길래 또 같은 답을 했다. 멈춰있는 게 한 반도의 시간 같은 느낌도 있다. 더 말하면 유치해진다. 핸드폰을 우연히 열었는데 4시 44분을 본 것과 같은 거다. 큰 의미는 없다.

Q. 이효리가 등장할 때 전율이 일어난다. 이효리를 캐스팅 해야겠다고 생각한 건 시나리오 쓸 때부터인가. 어떻게 섭외를 했나.

A. 이효리가 우리 영화를 열고 닫아야 하니까 중요했다. ‘효리 씨, 살려주십시오. 영화의 마무리를 해주셔야 합니다’하고 편지를 써서 섭외했다.(웃음)

(사진=CJ엔터테인먼트)
(사진=CJ엔터테인먼트)

Q. 그동안 무거운 소재에 대해 이야기해왔다. 가벼운 소재를 하고 싶지는 않나.

A. ‘군도’ 했지 않나. 그때 사람들이 ‘윤종빈은 질퍽한 거 해야 하는데’ 하더라.(웃음)

Q. 그럼 왜 지금 ‘공작’을 해야 했나. 시의적절한 것인지에 대해서도 고민을 했을 텐데.

A. 처음 시작할 땐 시의적절하지 않았는데 선택한 거다. 그런데 탄핵과 촛불집회가 일어났다. 한치 앞을 알 수 없었다. 스펙터클하고 다이내믹한 코리아라고 생각했다. 스포츠 만화도 그렇게는 안 쓴다. 소재와 등장인물들이 파격적이었다.

Q. 윤종빈 감독의 영화는 대중적인 구성을 따르지 않는 상업영화로 볼 수 있다. 이런 영화를 만들기 위해 지점을 어떻게 조절하나. 여러 소재 중에서 투자사들도 마음에 들 만한 소재를 어떻게 선별하나.

A. 본능적인 거 같다. 대본 쓸 때부터 편집할 때까지 계속 고민하니까. 일단 해봐야 아는 거지만 그래도 나와 취향이 비슷한 사람은 좋아하지 않겠나 싶다. 물론 내가 약간 마이너 하긴 하다.(웃음) 그런데 아주 마이너 하진 않다. ‘이 정도면 사람들이 좋아하겠다’ 하는 지점이 있다.

Q. 대중성과 의미성 중 어떤 것에 더 중점을 두는 편인가,

A. 의미를 1원칙으로 두진 않는다. 내 흥미가 우선이다. 내가 꽂혀야 가능하다. 이 얘기가 재밌고 들려주고 싶은 거라 하는 거지, 내가 투사도 아니고 사명감으로 영화를 하진 않는다. 하나의 영화를 만드는데 4년이 걸린다고 하면, 4년 동안 내가 하는 거지 다른 사람이 하는 건 아니니까 말이다.

Q. 이번 영화에선 해외 로케이션도 많고 직접 세트를 지은 것도 많았다. 제작비가 배경 때문에 훌쩍 올라갔겠다.

A. 제작비가 해외 촬영 때문에 높아진 건 맞다. 해외 로케이션은 대만에서 했고, 연변은 소스만 따서 만들었다. 세트비는 전체 제작의 15%를 차지했다.

Q. ‘공작’이 ‘신과함께-인과 연’과 맞붙게 됐는데, 사실 ‘신과함께’ 주연 하정우는 ‘공작’을 뺀 모든 윤종빈 감독의 영화에 출연했을 만큼 우정이 각별하다. ‘공작’ 역시 원래 하정우가 특별 출연하려고 했다던데.

A. 맞다. 그런데 특별출연인데 대만까지 불러야 하고. 남의 영화 주인공인데 민폐를 끼칠 수가 없어서 하지 않기로 했다. 우리도 해외 촬영 스케줄이 짜져 있는데, 특별출연인 (하)정우 형의 스케줄을 맞출 수는 없지 않나.(웃음)

Q. 하정우와는 영화 ‘클로젯’으로 다시 만날 예정이다. 이번엔 윤종빈 감독이 연출이 아닌 제작으로 참여한다고. 소개를 해 달라.

A. 내가 연출하는 건 아니지만 같이 하게 됐다. ‘용서받지 못한 자’ 동시녹음했던 학교(중앙대학교) 후배 김광빈 감독이 연출한다. ‘클로젯’이 공포영화인데 김광빈 감독이 평소 공포 스릴러 ‘덕후’다. 난 공포영화를 안 보는데.(웃음) ‘공작’ 마무리 하고 쉬지도 못하고 시작하게 됐다.

이주희 기자 jhymay@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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