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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안시성’ 조인성, 리더의 품격

[비즈엔터 이주희 기자]

(사진=아이오케이컴퍼니)
(사진=아이오케이컴퍼니)

지금껏 우리가 봐왔던 사극, 그리고 장군의 모습은 무겁고 엄격했다. 그렇기 때문에 데뷔 이래 늘 현대적인 이미지를 고수한 배우 조인성이 사극에서 장군 역할을 한다는 것은 쉽게 떠올리기 힘든 상상이었다.

조인성 역시 이와 같은 생각 때문에 영화 ‘안시성’ 출연을 제안 받고도 한참 고민했고, 결국 두 번의 거절 끝에 수락하고 말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인성이 이 작품을 할 수 있었던 배경은 김광식 감독이 조인성에게서 “강백호(‘슬램덩크’)와 같은 느낌”을 떠올렸기 때문이다.

“양만춘 역에 내가 어울릴지 의문을 갖는 것은 당연하다. 나조차도 시나리오 처음 받았을 때 그 생각을 했으니까. ‘이게 무슨 소리야. 말도 안 돼’라고 생각했다. 나도 KBS 대하사극의 최민식ㆍ김명민이 맞다고 생각했던 사람 중 한명이다. 하지만 당시 평균 수명을 기준으로 보면 실제 양만춘 성주가 내 나이 정도였다고 하더라. 새롭고 젊은 사극을 만들어보자는 기획 의도가 확실히 있었기 때문에 확신을 가지고 캐릭터를 만들었다.”

우려와 달리 ‘안시성’의 성주 양만춘 역으로 나타난 조인성은 극중 대사처럼 “‘안시성’ 그 자체”였다. 묵직함보다는 친절하고, 강렬함보다는 친근한, 조인성의 양만춘은 기존 사극과의 차별점이자 무기로 작용했다. 누가 봐도 일반적인 장군의 이미지가 아니었기 때문에 조인성은 오히려 자신의 이미지를 역 이용해 새로운 느낌의 주인공을 만들어냈다.

“전형성에서 탈피하고자 하는 의도가 있었다. 다른 사극처럼 묵직하고 서사가 더 강한 것이었다면 나처럼 하면 안 됐을 수도 있다. 장수에게는 카리스마가 있어야 하는데, 카리스마의 사전적인 의미는 강하다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 달리 ‘신께서 주신 특별한 능력’을 말한다. 그런 의미에서 양만춘에게 특별한 능력이 있다고 봤다. 빠른 판단력과 전술력 등도 있지만, 선민들과 함께 있는 것 자체도 카리스마라고 생각했다.”

(사진=아이오케이컴퍼니)
(사진=아이오케이컴퍼니)

양만춘이 가진 리더의 모양새는 실제 조인성의 모습이 많이 투영 됐다. 여유롭게 부하 직원들을 보듬는 모습은 어느덧 중견배우로서 많은 후배들을 이끌며 현장의 리더 역할을 맡는 평상시의 조인성의 모습을 떠오르게 하는 것이다.

“실제 내 모습이 들어간 게 맞다. 역사적 자료가 거의 없기 때문에 대본이 있지만 어느 정도 내 마음대로 할 수 있었다. 양만춘이 실제 이랬다고 사실을 전달하는 것보다 ‘조인성화’ 시킨 부분이 있다. 그래서 만약 다른 배우가 양만춘 역을 했다면 다른 캐릭터가 됐을 것이다.”

또 다른 주인공 사물(남주혁 분)이 소년병으로서 혼란을 느끼고 성장하는 캐릭터라면, 조인성이 맡은 성주 양만춘은 그것을 뛰어넘은 캐릭터다. 극에서 크게 튀는 인물이라기보다 중심을 잡는 이와 같은 역할은 어느 정도 위치에 있는 배우들이 맡게 되는 롤이기도 하다. 특히 분장 탓에 영화 공개 이후 ‘미모 역시 후배 남주혁에게 넘겨줬다’는 웃음 섞인 농담을 듣기도 한 조인성은 “잘생김은 주혁이가 가져가는 게 맞다”고 여유롭게 웃으며 너스레를 떠는 것을 잊지 않았다.

“양만춘의 경우는 외모도 있지만 여유나 다양한 모습으로도 매력적으로 보일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그래서 (분장이) 두렵지는 않았고. 그 모습 또한 매력적이라고 생각했다. 오히려 수염을 떼면 어색하더라. 수염을 떼면 스태프들이 ‘왜 이렇게 눈부시냐’며 깜짝 놀랐다. 그러면 ‘원래 이렇게 잘 생긴 배우였습니다. 계속 흑칠해놓으니까 눈이 안 부시죠’라고 했다.(웃음)”

조인성이 부담스러웠던 것은 또 있다. 바로 215억이라는 거대한 제작비다. 덩치가 큰 작품은 보통 멀티캐스팅으로 그 부담감을 나누기 마련이다. ‘안시성’ 역시 멀티캐스팅이라고 할 수 있지만 가장 큰 짐은 조인성이 짊어졌다.

“멀티캐스팅은 위험부담을 줄이기 위해 해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단순하게 비교하자면, 아이돌의 경우 하나하나 좋아하다보면 팬덤이 커지는 구조가 아닐까 싶다. ‘안시성’ 같은 경우는 흔치 않다. 여러 가지 중압감이 있는 건 사실이다. 이 산을 열심히 넘다보면 실패든 성장이든 내게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하면서 홍보도 열심히 하고 있다.”

(사진=아이오케이컴퍼니)
(사진=아이오케이컴퍼니)

조인성의 말처럼 그는 촬영 당시뿐만 아니라 각종 홍보 자리에서도 리더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영화를 공개하는 자리인 언론시사회를 비롯해 각종 매체 인터뷰 등에서 그는 한톤 높인 목소리로 대화를 이끌면서 열정을 불태웠다.

“(언론시사회 때 업되어 있었는데) 영화가 자신 있어서 업된 게 아니라 주혁이나 설현 등 경험 없는 친구들의 경우 잣대가 짜지 않나. 분위기가 엄숙해질 수도 있어서 공기를 조금 업 시키고 싶었는데 과했다면 죄송하다.(웃음) 촬영을 하다 보면 처절해진다. 서로 파스도 나눠 붙이고. 덧버선도 챙겨주면서 동지애가 생기는 것 같다. (이전 작품인) ‘더킹’ 때도 그랬다. 그때는 정우성도 있었지만 말이다. 나는 배우로서 제작에 참여했으니 제작진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선을 넘지 않는 한도 내에서 서로를 이해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상대를 이해하면 불화가 생기지 않고 넘어가게 되지 않나. 그래서 결과와 상관없이 분위기는 늘 좋다.”

다행히 영화가 공개된 이후 끊임없이 호평이 들려오고 있는 상황이다. 앞서 우려가 있던 작품이었기 때문에 오히려 이와 같은 반응은 더 큰 기쁨으로 돌아올 터. 아직 손익분기점을 넘기지는 못 했지만 좋은 분위기 흐름을 타고 있기에 결과 또한 기대하게 만든다.

“아직 이뤘다고 생각하는 건 없다. 단지 이 영화가 끝나고 나서 ‘살았다’는 마음이 들었다. 낭떠러지에서 떨어질 수 있다고 생각했었다. 너무나 감사하게 호평을 해주시니까 큰 산 하나를 넘은 것 같다. 그래도 마지막까지 기다리겠다.”

“평가가 지금도 두렵나”라는 질문에 “그렇다. 평가가 얼마나 무섭냐. 단두대에 올라가는 건 늘 무섭다. 사람이라서 욕먹으면 아프고 칭찬 받으면 춤추고 싶은 거다”라고 솔직한 심정을 털어놓은 조인성은 여전히 배우로서 성장할 줄 아는 사람이었다.

이주희 기자 jhymay@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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