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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Z리뷰] ‘마약왕’, 1970년대 겨냥한 우민호 감독표 블랙코미디

[비즈엔터 이주희 기자]

(사진=쇼박스)
(사진=쇼박스)

‘마약’이란 단어에 ‘왕’을 붙였다. 제목에서부터 풍기는 블랙코미디의 냄새가 1970년대의 시대와 권력을 향한다. 우민호 감독은 마약을 수출하는 사람들이 도리어 애국자로 받아들여지는 시대의 아이러니를 ‘마약왕’을 통해 마음껏 희화화했다.

영화 ‘마약왕’은 흥겹다. “바야흐로 히로뽕의 시대가 왔다”는 대사와 함께 흘러나오는 Jigsaw의 ‘SKY HIGH’는 마치 ‘마약왕’ 이두삼(송강호 분)을 히어로처럼 소개한다. 신나는 이야기와 씁쓸한 결과물이 충돌하면서 영화는 블랙코미디의 매력을 한껏 드러낸다. 이러한 아이러니한 상황은 내레이션을 통해 직접적으로 설명되는데, 뭘 해도 맛깔나게 살리는 조정석을 내레이터로 사용해 재미를 극대화 했다.

이두삼은 ‘뽕 수출’도 ‘애국’이라 본다. 자신 때문에 “먹고 산 사람이 한 둘이 아니기” 때문이다. 영화 ‘마약왕’은 1972년부터 1980년 봄까지 독재 정권의 혼란 속에 있었던 대한민국과 그 속에서도 마약으로 백색 황금시대를 누렸던 이들의 파노라마 같은 삶을 그린다. 실제 부산 유통 사건을 모티프로, 현실을 정확하게 꿰뚫어 볼 줄 아는 ‘내부자들’의 우민호 감독이 시대를 재창조했다.

부산의 하급 밀수꾼이었던 이두삼은 마약 단속반 서상훈(이성민 분)을 매수한 후, 부산 뱃길에 빠삭한 밀수업자 최진필(이희준 분), 철없는 사촌동생 이두환(김대명 분), 마약 제조업자 백교수(김홍파 분) 등과 팀을 꾸리고, 마약 제조와 유통 사업까지 손대면서 아시아 최고의 마약왕으로 거듭난다. 최진필에게 “빽을 빌리는” 것부터 “최진필이가 우에(위)야”라고 말하는 사람들에 발끈하는 것까지, 이두삼은 리더지만 밑바탕에는 늘 지질함이 묻어있다.

(사진=쇼박스)
(사진=쇼박스)

지질한 이두삼 캐릭터는 여자들과의 관계에서도 드러난다. 이두삼에게는 두 명의 여자가 있는데, 한 명은 부인인 성숙경(김소진 분)이고, 나머지 한 명은 애인 김정아(배두나 분)다. 이두삼은 자신이 그녀들의 우위에 있다고 생각하지만, 둘 다 이두삼이 상대하기엔 버거운 인물들이다. 먼저 성숙경은 “원래 우리 집은 내한테 달렸다”라며 감옥에 갇힌 남편을 폐병쟁이로 빼오거나 뺨을 시원하게 때리는 등 이두삼에게 호된 가르침을 준다. 영화 ‘더킹’ 이후 자신만의 캐릭터를 확고히 만들고 있는 배우 김소진이 성숙경 역을 맡아 송강호의 앞에서도 전혀 밀리지 않는 카리스마를 선보인다.

애인 김정아 역시 뛰어난 능력을 가졌다. 사교계를 주름잡은 그는 4개 국어에 능통한 로비스트다. 갓 마약 유통을 시작한 이두삼의 무식할 정도로 자신감 넘치는 태도를 보고 그가 성공할 것을 예측, 이두삼이 더 높은 권력의 세계로 나아갈 수 있도록 도와준다. 이런 성숙경과 김정아가 펼치는 기싸움 신은 짧지만 영화의 핵심 신으로 강렬하게 자리한다.

(사진=쇼박스)
(사진=쇼박스)

또한 역대 청불 영화 중 1위이자 많은 유행어를 만들어낸 ‘내부자들’의 우민호 감독의 작품답게 “개같이 벌고 정승 같이 쓰는 게 아니라, 정승한테 쓰는 거다” “나라 걱정 좀 합시다” 등 인상 깊은 대사들이 등장한다. 우민호 감독의 ‘말맛’ 있는 대사들은 송강호의 부산 사투리와 만나 물 만난 고기처럼 자유자재로 뛰어논다.

이외에도 짧은 커트 머리에 구렛나루로 시대상을 표현함은 물론 무심하면서도 남성적인 캐릭터로 강한 인상을 남긴 이희준, 어수룩한 모습부터 반쯤 미쳐버리는 모습까지 선보이는 김대명, 부산의 범죄 조직 성강파 보스로 나른한 콘셉트와 전신 문신으로 강렬함을 주는 조우진 등 하나 하나의 캐릭터들이 인상 깊다.

또한 음악영화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1970년대의 올드팝이 각 장면에 적절히 삽입돼 음악적인 즐거움까지 느낄 수 있다. 청소년 관람 불가. 19일 개봉.

이주희 기자 jhymay@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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