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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나 정말 운이 좋았구나” 하정우, 최연소 1억 배우의 속마음

[비즈엔터 이주희 기자]

(사진=CJ엔터테인먼트)
(사진=CJ엔터테인먼트)

하정우는 ‘신과함께-인과 연’ ‘신과함께-죄와 벌’ ‘암살’ 등 트리플 천만 흥행의 주인공이자 ‘1억 관객’을 달성한 최연소 배우로 불린다. 충무로에서 가장 많은 러브콜을 받는 인물 중 한 명인 만큼 1년에 관객에게 선보이는 대작만 해도 2개 이상이다. 다른 배우들에 비해 스크린에서 자주 모습을 볼 수 있지만, 늘 그의 영화가 궁금한 이유는 매 작품마다 하정우의 새로운 도전이 들어있기 때문일 것이다.

하정우가 이번에 선보인 영화 ‘PMC: 더 벙커’(이하 ‘PMC’) 역시 단연코 이전 한국영화에서 볼 수 없었던 영화라 말할 수 있다. 미국 CIA의 의뢰로 DMZ 지하 30m 비밀벙커에 투입되는 글로벌 군사기업(PMC) 블랙리저드 팀의 생존 액션을 담은 탓에, 대부분이 영어 대사로 진행된다. 캡틴 에이헵 역의 하정우와 북한 의사 윤지의 역의 이선균 외에는 익숙한 배우도 없다. 여기에 흔치 않는 카메라 촬영 및 편집 기법이 쓰인 이 영화는 과감한 스타일로 관객에게 영화적 체험을 선사하며 영화의 새로운 매력을 일깨운다.

이 작품에서 하정우는 단순히 연기만 한 것이 아니라 제작에도 참여했다. ‘더 테러 라이브’에 이어 두 번째 호흡을 맞추게 된 김병우 감독과 5년 동안 동거동락한 결과인 이 영화는 하정우가 추구하는 영화적 스타일을 확실하게 느끼게 한다. 한국영화 배우로서 한 획을 그은 것뿐만 아니라 영화 산업에 적극적으로 관여하고 있는 그의 열정은 관객에게 좋은 선물이 되었다.

<하정우와 일문일답이다>

Q. ‘싱글라이더’에 이어 ‘PMC: 더 벙커’ 역시 제작으로 참여했다. 배우뿐만 아니라 제작자이기 때문에 개봉 소감이 남다를 것으로 보인다.

A. 제작과정을 모두 지켜봐 와서 남 다른 게 있긴 하다. 5년 동안 어떻게 해왔는지 봤기 때문에 깊게 체감하고 있다. 더 잘 됐으면 하는 바람도 크다. 하지만 한편으론, 다른 전작들도 주연으로서 비슷한 책임감이 있었기 때문에 비슷하다고 말하고 싶다.

Q. ‘PMC’는 흔한 한국영화 스타일이 아니다. 관전 포인트를 소개해 달라.

A. 우리 영화를 피로하다고 생각하실 수 있지만, 저항감을 내려두시고 봐주셨으면 좋겠다. 영화의 형식을 알고 시작하면 덜 할 수 있다고 생각이 들었다. 영화에 몸을 맡겨주시면 재미를 찾게 될 것이다. 다만 앞자리는 피해야 한다.(웃음) 4번째 열부터 추천한다. 어떤 영화도 1열에서 보면 목이 아프지 않나. 1열에서 보면 ‘서편제’도 어지러울 거다.(웃음)

Q. 카메라 촬영이 많이 화려하다. 영화가 후반작업을 많이 했기 때문에 대본으로 예상했던 부분과 완성본의 차이점이 있을 법 하다.

A. 연출 방식이나 카메라 촬영 방법은 배우가 참견할 수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현장에서 알 수 있는 것은 많지 않았다. 나는 드라마에 더 집중했다. 시나리오보다 완성본의 이야기가 조금 더 심플해졌다. 김병우 감독이 이과 출신이다 보니까(웃음) 인물의 시시각각 변하는 모습을 하나씩 표현하고 싶어 했던 것 같다.

(사진=CJ엔터테인먼트)
(사진=CJ엔터테인먼트)

Q. 관객들은 꾸준히 주인공인 에이헵(하정우 분)의 정의를 의심하게 된다. 에이헵의 감정을 어떻게 끌고 가려고 했나?

A. ‘이 사람이 착한 사람이냐’ ‘리더로서 무능하냐’, 이것도 아니면 ‘본성 자체가 나쁜 사람이냐’ 등 물음표를 던질 수 있는 것들이 많다. 아무리 한 인간이지만 극한 상황에서 결정을 해야 할 때, 완벽하게 도덕적으로 결정을 내리는 건 쉽지 않을 것이다. 일차적으로 고립된 상황에서 여러 결정을 내리는 것으로 에이헵이란 인물이 만들어지는데, 이렇게 쌓여지는 인물을 따라가는 재미가 있을 거라 생각을 했다. 그렇게 다 통틀어서 보여준 다음에 낙하산 장면으로 (의문을) 해소하면 되지 않을까 생각했던 것 같다. 비슷한 상황에 또 놓였을 때, 에이헵은 성장한다.

Q. 마지막 낙하산 신이 극중 굉장히 중요한 장면이다. 촬영 또한 힘들어 보이는데, 어떻게 진행 됐나?

A. 시간이 어마어마하게 많이 걸렸다. 하루에 찍을 수 있는 양이 제한적이어서 총 10회차를 찍고 CG로 모두 이어 붙였다. 비행기에서 나가서 떨어지는 것만으로 하루가 필요했다. 실내에서 찍다가 착지할 땐 다시 야외 촬영을 했다. 게다가 와이어 타는 게 너무 힘들었다. 보통 와이어 촬영을 할 땐 선 2개 정도를 몸에 붙이는데, 우리는 미세하게 떨리는 장면도 보여줘야 했고 몸 전체가 들려야 했기 때문에 30명이 줄을 잡고 준비했다.

Q. 초반과 낙하산 장면을 빼고는 하정우의 액션을 거의 볼 수 없다. 하정우의 액션을 기대한 관객이 많을 텐데.

A. 예고편에 액션만 붙여놔서 내 액션을 기대하실 수 있지만, 우리 영화는 액션 영화가 아니라는 것을 미리 말씀드리고 싶다. 다만 협소한 곳에서 고립된 상황 자체만으로도 너무나 정신이 없었다. 그 비좁은 공간에 촬영팀이 3팀이 들어와서 찍어댔다. ‘터널’에서는 차 안에 카메라를 설치하고 찍었는데, ‘PMC’는 100% 핸드헬드 촬영이라 감독이 다 직접 들어와서 찍었다. 현장에서 서로 부딪치기도 하고 넘어지는 일이 많았다.

Q. 의족을 착용하고 있기 때문에 액션은 더욱 할 수 없었다. 한쪽 다리가 없는 캐릭터라 활동 반경이 더 줄어든다. 마음대로 다리를 쓸 수 없어 연기할 때도 힘들었을 것이다.

A. 다리 한 쪽이 없는 게 정말 힘들더라. 다리가 있다는 것을 인지하면 안 되는데, 실제론 있으니까 자연스럽게 쓰게 된다. 양쪽 다리를 균형적으로 쓰면 안 되니까 나중엔 한쪽 다리에 하중이 가서 힘들었다. 후반작업으로 CG가 들어간 거라 촬영할 때는 녹색 타이즈를 신고 했다.

(사진=CJ엔터테인먼트)
(사진=CJ엔터테인먼트)

Q. 체중 조절은 어떻게 했나?

A. 외국배우들과 촬영하는데 그들이 덩치도 좋지 않나. 그래서 몸을 더 불렸다. 웨이트를 많이 해서 지금보다 5kg 정도 더 나갔다. 다행히 상대적으로 얼굴이 작아지는 효과가 나더라.(웃음)

Q. 영화 대부분이 영어로 진행되는 건 배우 입장에서도 일반적인 일이 아니지만, 한국영화에서도 특별한 경우다. 한국영화 관객에게 낯설게 다가갈 수 있다는 위험이 있는데 배우로서, 제작자로서 고민하지 않았나?

A. 이 영화는 CIA가 등장한다는 설정 자체와 영어로 대사를 해야 한다는 것 자체가 핸디캡이 있다. 드라마에만 집중해서 즐기기에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다. 배우로선 영어로 연기를 하기 때문에 감정 연기를 즉각적으로 할 수 없다는 게 어려웠다. 머리로 한 번 거친 다음에 표현을 해야 해서 즉각적으로 나올 수 있는 훈련이 필요했다.

Q. 영어를 계속 하다가 에이헵이 한국말을 처음으로 하는 것이 비속어다. 욕 대사를 한국어로 한 이유는 무엇인가?

A. 몇 포인트에 한국 욕이 들어있다. 욕은 혼잣말인데 굳이 영어로 할 필요가 있을까 싶었다. 한국 욕으로 하는 게 자연스럽겠다 생각했다. 기존 시나리오보다 실제 촬영할 때 조금 더 늘렸다.

Q. 한국영화인데 영어로 진행되는 영화인만큼 외국 관객의 반응이 궁금해진다. 2007년 ‘두번째 사랑’에서도 유일한 한국 배우로 참여해 영어 대사를 소화한 바 있는데, 할리우드 진출도 생각하고 있나?

A. 할리우드에 참여하면 좋을 거다. 다만 어느새 세상이 많이 변해서 시장 논리에 따라 아시아 시장이 많이 커졌다. 중국의 제작환경이 좋아지고 한국영화의 위상도 높아졌다. ‘PMC’를 처음 기획했을 때도 우리나라 중심으로 글로벌한 영화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싶은 마음도 있었다. 그래서 80% 이상을 영어로 소화하고, 이선균 외에 용병팀 모두를 외국 배우로 선택한 것도 있다. 이 자체만으로 글로벌하게 나갈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질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신과함께’가 첫 단추를 끼웠기 때문에 제작자들이 염두에 둔다면 앞으로 통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사진=CJ엔터테인먼트)
(사진=CJ엔터테인먼트)

Q. ‘더 테러 라이브’를 함께 했던 김병우 감독과 ‘PMC’를, ‘국가대표’에 이어 김용화 감독과 ‘신과함께’ 시리즈를, ‘군도: 민란의 시대’를 했던 윤종빈 감독과는 ‘클로젯’(2019 개봉 예정)을 찍었다. 최근작들을 보면 기존에 같이 했던 사람들과 또 다시 작업을 하는 경우가 많다. 어떤 기준으로 다음 작품을 선택하나?

A. 시나리오는 조금 모자라도 같이하는 사람이 잘 맞으면 어떻게든 발전시킬 수 있다. 하지만 같이 하는 사람과 잘 안 통하면 발전할 수 있는 기회가 적어지는 것 같다. 김병우ㆍ김용화ㆍ윤종빈 감독과 두 번씩 할 수 있었던 것은 운 좋게도 마음이 잘 맞아서였다. 마음 잘 맞는 사람들과 또 다른 기회를 만들면서 하면 또 잘 되지 않을까 기대하는 마음이 들어서 또 함께 하는 것 같다.

Q. ‘1억 관객 배우’라는 타이틀을 거머쥐게 되었다. 심지어 최연소다.

A. 일단 어린 나이에 비해 작품수가 많으니까 이런 말을 듣나보다. 42살이니까 이젠 어리다는 소리도 못 한다.(웃음) 그저 ‘잘 해왔다’ ‘잘 버텨왔다’ 생각은 든다. 운이 좋아서 좋은 감독과 시나리오를 만나서 여기까지 왔구나 싶다. 사실 최연소 1억 배우라는 말을 들으면 ‘산수적으로 계산해 보면 그렇구나’ 싶은 정도다. 하지만 관객에게 신뢰 받고 있다는 말을 들으면 정말 좋다.

Q. 그만큼 자기 관리가 투철하다고 하더라.

A. 그러려고 노력한다. 모든 순간순간이 모여 오늘의 나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우선 성격상 지나간 일을 아쉬워하지 않는다. 아쉬웠다고 말을 뱉는 순간 진짜 아쉬운 순간이 될 거 같아서 모든 걸 긍정적으로 보려고 한다. 점점 일을 하면서 능력 밖의 일들을 많이 겪게 되었다. 사람들 각자 다른 선택을 하고 다른 결과물을 받아들지만, 인간들이 얼마나 능력이 있겠나. 다 똑같이 나약한 존재들일 뿐이다. 이런 생각을 하다 보면 식겁할 때가 있다. 지난 시간들을 돌아보면 ‘나 정말 운이 좋았구나’ 싶다. 그래서 어떤 순간도 후회스럽거나 아쉽거나 하는 게 없다. ‘허삼관’을 찍으면서 이런 생각이 더 커졌던 것 같다. 아무리 발버둥치고 물 샐 틈 없이 준비하더라도 ‘그건 나만의 생각이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모든 일이 그런 것 같다. 그래서 모든 걸 긍정적으로 본다.

Q. 최근엔 관객들 입소문으로 영화의 성패가 결정되기도 한다. 배우ㆍ제작자로서 어떻게 체감하고 있나?

A. 재밌는 작품은 어떻게 되든 관객들이 알아봐주신다고 생각한다. 입소문은 흐름이기 때문에 그것을 가지고 뭐라 할 수도 없고, (배우ㆍ제작자로서) 맞춰야 하는 부분도 있다. 오늘도 나는 ‘PMC’의 흥행을 바라며 걸었다.(하정우의 취미는 ‘걷기’다.) 모든 일은 정신 바짝 차리고 해야 한다. 평생 가져가야 할 자세다. 이런 대작의 주연배우로서 늘 두 번 세 번 고민해야 한다.

이주희 기자 jhymay@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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