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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리뷰] '남산의 부장들', 냉정하고 치밀하게 그린 1979년 10월 26일

[비즈엔터 윤준필 기자]

▲영화 '남산의 부장들' 포스터(쇼박스)
▲영화 '남산의 부장들' 포스터(쇼박스)

"각하, 정치를 좀 대국적으로 하십시오."

'남산의 부장들'(감독 우민호) 예고편 마지막에 흐르는 배우 이병헌(김규평 역)의 목소리는 이 영화를 향한 관객들의 기대감을 높이기에 충분했다. 우리나라 근현대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사건인 '10.26'을 함축하는 말을, 배우 이병헌의 목소리로 들을 수 있다는 것에 설레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또 '내부자들'로 신랄하고, 통렬하게 사회를 비판했던 우민호 감독의 신작이라는 점도 관객들이 기대하는 포인트였다. '남산의 부장들'은 웹툰 원작의 '내부자들'보다 더 구체적이고 확실한 '사건'을 원작으로 하고 있기에 우민호 감독의 뜨거운 연출력을 기대하기에 충분했다.

▲영화 '남산의 부장들' 스틸컷(쇼박스)
▲영화 '남산의 부장들' 스틸컷(쇼박스)

그런데 그런 설렘과 기대감은 잠시 내려놓고 '남산의 부장들'을 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이병헌의 연기에 설레는 만큼 이성민, 곽도원, 이희준의 연기 또한 탁월했다. '남산의 부장들'은 관객을 40년 전으로 데리고 갈 뿐 '10.26'에 대한 어떠한 해석도 하지 않는다.

'남산의 부장들'은 52만부 이상 판매된 김충식 작가의 동명의 논픽션 베스트셀러를 원작으로 한다. 원작은 1979년 10월 26일 밤 7시 40분쯤 서울 종로구 궁정동 중앙정보부 안가에서 중앙정보부 부장이 대통령을 살해한 사건을 바탕으로, 1990년부터 동아일보에 2년 2개월간 연재됐다.

▲영화 '남산의 부장들' 스틸컷(쇼박스)
▲영화 '남산의 부장들' 스틸컷(쇼박스)

방대한 원작에서 '남산의 부장들'은 1979년, 제2의 권력자로 불리던 중앙정보부장 김규평(이병헌)이 대한민국 대통령(이성민)을 암살하기 전까지 40일 간의 이야기를 가져왔다.

이병헌은 명불허전이다. 감정이 모두 읽히는 그의 무표정, 짧게 토해내는 분노, 자신의 선택에 대한 불안과 긴장 등 이병헌을 위한 114분이라고 말해도 전혀 아깝지 않다.

▲영화 '남산의 부장들' 스틸컷(쇼박스)
▲영화 '남산의 부장들' 스틸컷(쇼박스)

곽도원, 이희준, 이성민 등 다른 배우들의 인물 소화력도 탁월하다. 이들은 실화를 바탕으로 하지만 허구의 이름을 쓰고 있는 '남산의 부장들'에 생명력과 몰입감을 심어준다. 생존을 위협 받는 불안함 속에 사는 '전 2인자' 박용각(곽도원)의 인간적인 고민, 망아지처럼 날뛰는 경호실장 곽상천(이희준), 생전 모습을 그대로 재현한 것 같은 박통(이성민)까지 이들은 김규평과 함께 톱니바퀴처럼 맞물리며 대한민국 사람 모두가 아는 결말을 향해 달려간다.

실제 일어난 사건을 바탕으로 하고 있으며, 실제보다 더욱 실제 같은 배우들의 연기가 관객들에게 '누가 잘못한 것인가', '왜 그런 것인가'하는 질문들을 던지지만 '남산의 부장들'은 이에 대한 답을 주지 않는다.

▲영화 '남산의 부장들' 스틸컷(쇼박스)
▲영화 '남산의 부장들' 스틸컷(쇼박스)
▲영화 '남산의 부장들' 스틸컷(쇼박스)
▲영화 '남산의 부장들' 스틸컷(쇼박스)

아직도 '10.26'을 기억하는 사람들이 살아있는 지금, '남산의 부장들'은 정치색이 전혀 없어도 정치적일 수밖에 없는 영화다. 아무리 허구의 이름을 쓰고 있어도 김재규가 김규평이고, 김형욱이 박용각이며, 차지철이 곽상천인 것을 알 수 있는 영화다. 박통은 말할 것도 없다.

하지만 영화는 오로지 인물에만 집중하면서 정치적이라는 시선에서 벗어난다. 영화 내에선 선과 악을 구분 짓지도 않는다. '혁명 동지'이자 각하에게 충성을 바쳤던 김규평의 불타는 충성이 어떻게 사그라드는지를 보여줄 뿐이다. 냉정하고 치밀한 심리 묘사로, 영화는 인물들이 경험한 감정들을 우리의 일상에 투영해보게 한다. 사건에 대한 판단은 영화가 끝난 뒤 오롯이 관객의 몫으로 남겨뒀다.

'남산의 부장들'은 22일 개봉한다.

윤준필 기자 yoon@bizent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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