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엔터 홍선화 기자]
5일 방송되는 EBS1 '신계숙의 맛터사이클 다이어리'에서는 호남 제일의 항구로 명성이 자자했던 오래된 항구도시 군산에서 수고로움으로 만들어지는 요리를 음미하며 감사함을 되새긴다.
군산에서 처음 찾아간 곳은 70여 년의 세월을 지키고 있는 한 중화요리점. 오래전 번화가였던 골목에 들어선 이래 3대째 가업을 물려받아 요리하는 소란정 씨를 만난다. 그가 만드는 요리는 우리에게 익숙한 빨갛고 매운 짬뽕이 아닌, 맵지 않은 옛날식 백(白) 짬뽕이다. 시간이 흘러 사람들의 입맛은 변해도 추억의 맛은 여전하다.
오랜 세월 홀로 옛 맛을 지켜온 선배에 대해 감사함과 존경을 담아 신계숙이 선물한 요리는 '동파육(東坡肉)'. 돼지고기를 오랜 시간 뭉근하게 끓여야 완성되는 동파육이야말로 시간과 정성의 요리가 아닐까. 소란정 씨가 기억하는 군산 앞바다에서의 추억은 무엇일까.
세계에서 가장 긴 새만금방조제를 오토바이 타고 시원하게 달려보는 계숙 씨. 그 끝에 ‘선유도(仙遊島)’라는 작은 섬이 있다. 육로로 연결되기 전, 작고 고립된 섬이었던 이곳은 이제 비현실적으로 긴 도로 끝에 위치한 섬 아닌 섬이 되었다. 3년 전 고향 선유도로 돌아와 카페를 연 임동준 씨. 그는 유년 시절의 아름다운 추억을 간직하며 고향을 가꾸고 있다. 계숙 씨는 그와 함께 섬 곳곳을 거닐어 본다. 저 멀리 군산이 보이는 몽돌해변에서 섬 소녀와 섬 소년으로 돌아간 둘. 바다를 마주하고 선 두 사람은 아름다운 추억이 삶에 얼마나 큰 위로와 힘이 되는지를 다시 생각해본다.
생명을 키워내고 그 생명을 사람에게 건네주는 고마운 바다. 변산반도 서쪽의 채석강도 그런 바다였을 터. 켜켜이 새겨진 세월의 흔적들이 바다가 해온 일을 조금은 알게 해준다. 그 오래되고 아름다운 갯바위에서 만난 할머니들. 계숙 씨는 이렇듯 누구나 잘 눈여겨보지 않은 풍경들 속에서 삶에 대한 애정을 발견해낸다. 청각, 가시굴... 이맘때 나오는 것들을 캐서 자식, 손주들 보내줄 생각에 할머니들은 벌써 마음이 바쁘다. 그동안 우리가 무심코 먹어온 음식들 속에 다 이런 삶의 여정이 녹아있는 건 아닐까. 이렇듯 수많은 사람의 수고로움으로 만들어지는 요리. 그 감사함을 음미하며 신계숙의 이번 여정을 눈여겨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