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바로가기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비즈엔터

KBS '동행' 어린 두 동생 돌보는 첫째 아홉 살 효린이의 희망

[비즈엔터 홍선화 기자]

▲'동행'(사진제공=KBS 1TV)
▲'동행'(사진제공=KBS 1TV)
KBS '동행'이 어린 두 동생을 돌보는 첫째 아홉 살 효린이의 희망을 들어본다.

16일 방송되는 KBS1 '동행'에서는 교통사고로 다리를 잃는 아빠와 필리핀 엄마의 큰힘이 되어주는 맏딸 효린이의 이야기를 전한다.

◆제주도 효린이네 감귤밭

폭설과 매서운 추위가 찾아온 제주도. 좀처럼 보기 힘든 눈을 한창 즐길 아홉 살이지만, 효린이는 설렘보다는 걱정이 앞선다. 바로 감귤밭 때문이다. 바람이 불면 부는 대로, 비가 오면 오는 대로, 이번엔 폭설까지. 아직 수확하지 못한 귤들이 상할까 애가 타는 효린이다. 시린 손을 호호 불어가며 작은 손으로 열심히 감귤을 수확하는 건, 엄마, 아빠의 일손을 돕고 싶은 마음에서다. 7살 때부터 겨울이면 매일같이 감귤밭을 오가며 감귤을 따온 터라, 금세 바구니를 채우는 효린이. 다리가 저릴 법도 한데, 쪼그리고 앉아 항상 나무 아래 달린 귤을 따는 건, 다리가 불편한 아빠의 수고를 덜어주기 위해서다. ‘사람들이 이 귤을 먹고 행복해졌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효린이. 효린이에게 감귤밭은 때론 속상하게 하기도 하지만, 언젠가는 희망을 가져다줄 보물이다.

◆오뚜기 엄마, 아빠

제주도 토박이로, 성실하게 청년 시절을 살아온 아빠. 서른한 살이 되던 해, 갑작스러운 교통사고로 오른쪽 다리를 잃는 참사를 겪었다. 그때부터 아빠의 삶을 지탱해준 의족. 넘어지고 또 쓰러지기를 반복하면서 황량한 마음에 좌절하기도 여러 번이었지만, 아빠는 척박했던 자그마한 땅을 빌려, 감귤 농사를 시작했다. 그 세월이 벌써 15년. 그때부터 아빠에게 희망이 되어준 감귤밭이다. 결혼 후 가정을 이루면서 생계를 위해 무던히도 노력해왔건만, 나아지지 않는 형편. 그런 남편이 누구보다 안쓰러운 사람은 바로, 필리핀에서 시집온 아내다. 남편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불러주는 대로 일을 나가며 억척스레 살아온 엄마. 삼 남매에게 제대로 된 것 하나 해주지도 못한 미안함에 가슴이 멘다. 뜻대로 되지 않는 농사일이지만, 올겨울도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감귤밭에 희망을 걸어볼 수밖에 없다.

◆맏이라는 이름의 무게

엄마, 아빠가 일에만 매달릴 수 있었던 건, 바로 첫째 효린이 덕분이다. 아직 아홉 살이지만, 다섯 살, 두 살 된 어린 남동생들을 엄마 못지않게 살뜰히 보살펴온 효린이. 기저귀 가는 일부터 먹이고 씻기고 재우는 일까지 척척 해낸다. 손 많이 가는 말썽꾸러기 두 동생 돌보느라 짜증 날 법도 하지만, 자신을 다독이며 똑 부러지게 맏이 노릇을 해왔다. 감귤 농사가 흉년이면, 자신이 노력을 덜 해서 그런 건 아닐까, 또 동생들이 말을 안 들으면 자신이 제대로 돌보지 못해서 그런 건 아닐까 걱정부터 하는 속 깊은 맏이, 효린이. 그런 효린이가 유일하게 응석 부릴 수 있는 사람은 바로 아빠다. 맏이라는 이유로 어린 딸에게 너무 큰 짐을 지어준 것 같아 늘 미안한 아빠와는 달리, 괜찮다고 말하는 효린이. 효린이는 언젠가 이 감귤밭 덕분에 엄마, 아빠가 활짝 웃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

홍선화 기자 cherry31@bizenter.co.kr
저작권자 © 비즈엔터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 보도자료 및 기사제보 press@bizenter.co.kr

실시간 관심기사

댓글

많이 본 기사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