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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앗간 카페ㆍ쌀엿ㆍ연탄불 유과ㆍ순창오일장ㆍ섬진강 장군목 요강바위 등 전북 순창서 만나다(김영철의 동네 한 바퀴)

[비즈엔터 홍선화 기자]

▲'김영철의 동네 한 바퀴' 전북 순창(사진제공=KBS 1TV)
▲'김영철의 동네 한 바퀴' 전북 순창(사진제공=KBS 1TV)
'김영철의 동네 한 바퀴'가 방앗간 카페 '소소한 방아실', 노루목마을 쌀엿 부부, 순창오일장 짜장면, 연탄불 유과집, ‘베개 딱지’ 유명한 순창 자수 시장, 섬진강의 숨은 비경 장군목 요강바위 등 노령산맥 기슭에 산 깊고 물 맑은 땅, 전북 순창에서 만난다.

13일 방송되는 KBS1 '김영철의 동네 한 바퀴'에서는 고향집 같이 정겹고 복스러운 동네, 전북 순창으로 떠난다.

순창하면 으레 고추장을 떠올릴 만큼 고추장이 유명하지만, 유감스럽게도 고추장밖에 떠오르지 않는 불상사가 생기기도 한다. 하지만, 그 이름처럼 순창은 순박하고 푸근한 이웃들이, 옛것의 가치를 소중히 여기며 동네를 휘감아 도는 섬진강처럼 깊고 넉넉한 마음을 나누고 산다.

▲'김영철의 동네 한 바퀴' 전북 순창(사진제공=KBS 1TV)
▲'김영철의 동네 한 바퀴' 전북 순창(사진제공=KBS 1TV)
◆섬진강의 숨은 비경, 장군목 요강바위

물이 맑아, 그 옛날 옥천이라 불렸던 순창. 특히 섬진강 상류, 장군목 일대는 오랜 세월 물살에 파이고 닿아 기묘한 형상을 한 바위들이 신비로운 정취를 자아낸다. 섬진강의 숨은 비경을 감상하던 김영철, 뜻밖에도 강가에서 혼자 촬영 중인 젊은 외국인 여성을 만난다. 그 주인공은 프랑스 리옹에서 온 순창 공무원, 레아모르. 순창의 명소들을 영상에 담아 전 세계에 순창을 알리는 홍보대사로 활약 중이다. 레아모르와 프랑스식 새해 인사를 나누고 헤어진 김영철은 섬진강이 내려다보이는 현수교에 올라 어머니의 품처럼 포근하고 안온하게 흐르는 섬진강 물길을 따라 순창 한 바퀴를 시작한다.

▲'김영철의 동네 한 바퀴' 전북 순창(사진제공=KBS 1TV)
▲'김영철의 동네 한 바퀴' 전북 순창(사진제공=KBS 1TV)
◆노루목마을 쌀엿 부부

호젓한 시골길을 걸으며 첫 여정을 시작한 김영철은 100여 년의 역사를 가진 쌀엿 마을로 들어선다. 마을 끝자락, 마당에서 혼자 쌀엿을 자르는 어머니를 만나는데, 10년 전만 해도 이 동네에선 흔하게 보던 풍경이란다. 이제 엿을 만드는 곳은 어머니네 한 집. 남편은 절절 끓는 황토방에서 가락을 늘려가며 엿을 만들고, 아내는 추운 바깥에서 그 엿을 받아 자른단다. 30여 년 전, 본가로 귀향한 부부. 경험도 없던 축산업을 하면 빚만 잔뜩 지게 됐는데, 이때 부부를 살린 동아줄이 바로 쌀엿이란다. 동네 어머니들에게 배운 쌀엿을 만들어 팔며 다시 일어서게 된 부부. 복덩어리 엿을 만나 운수가 트이고 있는 쌀엿 부부와 김영철의 엿치기 한 판, 올해의 운수를 점쳐본다.

▲'김영철의 동네 한 바퀴'(사진제공=KBS 1TV)
▲'김영철의 동네 한 바퀴'(사진제공=KBS 1TV)
◆순창 오일장의 명물, 시장 중국집

순창 읍내로 들어온 김영철은 설 대목으로 시끌벅적한 순창오일장으로 향한다. 100년을 내려온 순창장은 고추전, 대추전 등 품목마다 장이 따로 설 정도로 규모가 컸던 오일장으로, 오래된 기억 속 시골장터의 풍경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모처럼 오일장 구경에 신난 김영철은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는 가게 앞에 발길이 절로 멈춘다. 이곳은 오직 장날에만 먹을 수 있는 시장 중국집. 메뉴는 자장과 운동, 단 2개. 주문 즉시 뽑아주는 생면에 직접 농사지은 채소로만 만들고, 양은 곱빼기인데 단돈 4천원이다. 이러니 장날에 안 들르면 서운할 수밖에. 남녀노소 누구나 좋아한다는 오일장의 명물. 자장이냐, 우동이냐 그것이 문제로다.

▲'김영철의 동네 한 바퀴' 전북 순창(사진제공=KBS 1TV)
▲'김영철의 동네 한 바퀴' 전북 순창(사진제공=KBS 1TV)
◆60년 전통 연탄불 유과

배를 든든하게 채운 김영철의 눈에 띈 연탄 수레. 꽁무니를 쫓아 가보니 연탄불 유과집이 나온다. 1대 어머니 때부터 60년 동안 연탄불에 유과를 굽고 있는 가게는 설을 앞두고 눈코 뜰 새 없이 바쁜데. 직접 농사지은 찹쌀 반죽을 밀고, 연탄불에 굽고, 유과에 꽃을 찍는 일까지 전부 사람의 손을 거쳐야 하니, 일 많기론 순창에서 제일이란다. 유과 집 일이 이렇게 많은 줄 모르고 ‘사기 결혼’을 했다고 주장하는 2대 며느리. 일에 파묻혀 산 세월이 야속하다며 볼멘소리를 하지만 유과를 만드는 손은 누구보다 빠르고 야무지다. 일이 고되어 아무나 할 수 없는 연탄불 유과이기에 오늘도 부부는 자부심 하나로 꿋꿋하게 유과를 구워낸다.

▲'김영철의 동네 한 바퀴' 전북 순창(사진제공=KBS 1TV)
▲'김영철의 동네 한 바퀴' 전북 순창(사진제공=KBS 1TV)
◆순창의 농산물을 지키는 관광두레, 방앗간 카페

지금까지 이런 가게는 없었다, 이것은 방앗간인가? 카페인가? 시골 방앗간을 개조해 만든 '소소한 방아실'은 반은 착유 및 도정을 하는 방앗간으로, 나머지 반은 순창 농산물로 만든 음료와 빵을 파는 카페로 운영 중인 가게를 발견한 김영철. 이 방앗간 카페는 도시에서 순창으로 귀농한 젊은 여성 3명이 우리 땅의 토종 씨앗을 지키고, 한 해 한 해 어렵게 농사를 짓는 소농들에게 비빌 언덕이 되어주고 싶어 열게 됐단다.

▲'김영철의 동네 한 바퀴' 전북 순창(사진제공=KBS 1TV)
▲'김영철의 동네 한 바퀴' 전북 순창(사진제공=KBS 1TV)
순창 농사 지킴이 3인방은 지역의 농부들이 애써 키운 작물을 시중가보다 20% 이상 비싸게 사서 가공하고 판매하며 새로운 판로까지 열어주고 있다. 마을 주민의 힘으로 사라져가는 농촌 공동체의 가치를 지키고 순창의 좋은 먹거리를 널리 알리는 착한 젊은이들의 노력에 김영철은 가슴 한편 미안하고도 고마운 생각이 든다.

▲'김영철의 동네 한 바퀴'(사진제공=KBS 1TV)
▲'김영철의 동네 한 바퀴'(사진제공=KBS 1TV)
◆순창 자수의 명맥을 잇는 모녀

순창이 자수의 고장이란 사실을 아는 이가 몇이나 될까? 고추장으로 유명해지기 전, 순창은 전국 생산량의 50%를 차지할 정도 전통 자수가 명성을 날렸던 곳이란다. 그런 까닭에 70년대까지도 순창에서는 베갯모에 자수를 놓은 일명 ‘베개 딱지’ 등을 파는 자수 시장이 성했다고 한다. 이 시장을 ‘처녀 시장’이라 불렀는데, 여기서 솜씨 좋은 순창 처녀들은 수를 놓아서 남자 형제들의 학비를 벌었단다. 골목을 걷다 김영철은 50년 세월, 순창 자수의 명맥을 이어가고 있는 제영옥 씨를 만난다. 바늘에 실 가듯 영옥 씨에게 배워 그녀의 딸도 자수를 놓고 있는데. 단순한 가업이 아닌 순창의 전통을 대물림하고 있는 자수 모녀. 시간의 뒤안길로 사라져가는 곱고 진귀한 순창 자수를 만난다.

▲'김영철의 동네 한 바퀴'(사진제공=KBS 1TV)
▲'김영철의 동네 한 바퀴'(사진제공=KBS 1TV)
◆니들이 랩을 알아?! 순창 할미넴

동편제와 서편제의 발원지인 순창을 강타한 건 랩? 김영철은 힙합 음악에 이끌려 들어간 집에서 아주 특별한 래퍼들을 만난다. 의문의 순창 래퍼들은 평균 연령 73세의 어머니 4명으로 구성된 ‘할미넴’. 트렌디한 힙합 비트에 어머니들의 삶을 담은 가사를 얹은 그들의 노래는 언밸런스하면서도 심금을 울리는 ‘소울’이 있다. 손주뻘 되는 랩 선생을 따라 2년 전부터 랩 걸음마를 시작한 어머니들은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었던 인생사를 랩으로 토해내며 그렇게 후련할 수 없었단다. 특히 새색시처럼 수줍음이 많은 성자어머니는 사별한 남편에 대한 그리움을 가사에 녹여내 랩을 할 때마다 응어리진 한을 풀고 있다는데. 농사지어 자식을 길러내는 일이 인생의 전부이자 목표였던 어머니들. 인생의 황혼기에 비로소 랩으로 날개를 단 시골 할매들의 거침없는 랩 도전은 지금부터 시작이란다.

▲'김영철의 동네 한 바퀴' 전북 순창(사진제공=KBS 1TV)
▲'김영철의 동네 한 바퀴' 전북 순창(사진제공=KBS 1TV)
◆두지마을 어머니들의 설 풍경

유난히 쓸쓸한 이번 명절. 누구보다 아쉬운 분들은 오매불망 자식들을 기다리는 부모님이 아닐까. 섬진강 옆 마을의 돌담을 따라가던 김영철은 오래된 한옥 담 너머로 설음식 준비로 분주한 어머님들과 눈이 마주친다. 87세 동갑내기 김순애, 서질례 어머니는 한동네에서 태어나 결혼해 평생 고된 농사일을 하며 자식들을 길러낸 단짝 친구란다. 일찍 남편을 여의고 손가락 끝이 부르트도록 삼베를 짜며 살아온 삶의 궤적도 닮은 어머니들. 설이 다가오면 곳간을 가득 채우고 자식들을 기다리는 모습도 똑같다. 김영철은 순창의 설음식인 닭 고명을 얹은 닭장 떡국과 얼린 무를 볶은 얼음채를 함께 먹으며, 잠시나마 어머니들이 애 닳도록 기다리는 아들이 되어본다. 지금 이 순간에도, 그리운 고향집에서는 작은 인기척에도 자식들 오는 발걸음일까 대문 밖을 내다보시는 어머니가 계신다.

홍선화 기자 cherry31@bizent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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