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엔터 홍선화 기자]
9일 방송되는 EBS1 '건축탐구 집'에서는 ‘시골집 고쳐 살기’특집으로 남다른 선택을 한 그들의 특별한 인생 이야기를 들어 본다.
충청남도 서천군의 한 시골 마을. 신비로운 터널 같은 대나무 숲길을 지나면 멋스러운 집이 나타난다. 하얀 벽에 핀 꽃 그림부터 아기자기한 나무 울타리까지. 여느 시골집과는 사뭇 다른 느낌인 이곳은 손재주 좋은 집주인 오미숙 씨가 직접 고친 집이다. 19년 전, 전업주부였던 그는 한 잡지사의 수기 공모전 당선을 시작으로 잡지 코디네이터를 거쳐, 집을 꾸미는 ‘공간 디자이너’의 길에 뛰어들었다.
다른 이들의 집을 고치고 꾸미다 보니, 어느새 미숙 씨의 마음속에 꿈이 생겼다. 바로 ‘노후를 위한 나만의 집을 갖는 것’이다. 특히 어릴 적 살았던 할머니 댁 같은 ‘시골집’이길 바랐다. 그는 전국 방방곡곡의 시골집을 찾아다니다 우연히 만난 이 집에 마음을 빼앗겼고, 그렇게 미숙 씨의 시골집 고치기가 시작됐다.
이것만 보면, 요즘 집을 흉내 내 꾸몄나 싶지만, 사실 이 집의 진짜 매력 포인트는 ‘옛것’에 있다. 할머니가 젖은 신발을 말려 주시던 부뚜막부터 눈깔사탕 같은 간식거리가 숨겨져 있던 벽장까지, 그리운 추억이 담긴 요소들을 살뜰히 살렸다. 특히, 집을 이으면서 외부에 있던 아궁이를 그대로 남겨 내부로 들였고, 그 덕에 독특한 주방 풍경이 완성됐다. 시간이 멈춘 것 같은 집에 머물 때면 저절로 마음이 편안해진다는 미숙 씨. 할머니의 품 같이 따뜻한, 서천 시골집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
약 20년 전, 한 남자가 경상남도 하동의 시골 마을로 들어왔다. 주인공은 부산 남자 이병우 씨. 자칭 ‘차도남(차가운 도시 남자)’이었던 그가 지리산 산중에 자리 잡았다. 우연히 차에 빠져 버린 그는, 제대로 된 우리나라 전통차를 만들기 위해 30대 중반이라는 젊은 나이에 과감히 도시의 삶을 포기했다. 전통이 살아 있는 차는 그 시절 과거의 생활 방식에서 나온다는 게 그의 신념이었고, 그래서 옛 모습이 그대로 남아 있는 소박한 시골집 하나를 마련했다.
병우 씨가 처음 이곳에 왔을 때, 이 집은 거의 50년 가까운 세월을 지내 낡고, 허름했다. 또, 두 가구의 살림집으로 이용되던 집의 구성 역시, ‘차(茶)’와 함께 사는 그에게는 맞지 않았다. 그래서 그는 천천히 집을 고치기 시작했다. 집은 총 세 채. 병우 씨는 각 채가 차를 위한, 각각의 기능을 하는 공간이 되기를 바랐다. 결국 그는 ‘채 나눔’을 고수했고, 그렇게 ‘3채 3색’의 집이 완성됐다.
물론 생활은 좀 불편했지만, ‘차’를 위해 불편함은 감수할 수 있었다고. 우선 살림집은 위채, 차 저장고와 구들방을 아래채에 뒀다. 아래채에는 구들방을 뜨뜻하게 데울 수 있는 아궁이도 있어, 차를 발효하고, 건조하는 데에 안성맞춤이다. 마지막으로 농기구를 넣어 놓던 2평 남짓의 창고는 바닥을 올려 ‘다실’로 구성했다. 특히 병우 씨는 다실 뒤에 있는 울창한 대나무 숲 덕에 차를 마시거나 잠을 자면 이보다 꿀맛일 수 없다며 자랑했다. 진한 차 향기가 배어 있는 자연 속의 집을 만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