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엔터 이성미 기자]
16일 방송되는 KBS1 '동행'에서는 힘들고 어려운 상황에서도 서로를 먼저 생각하는 지연이네 가족을 만나본다.
학교 수업이 끝나기 무섭게 잰걸음으로 집을 향하는 소녀가 있다. 바로 구순이 넘은 할머니를 애틋하게 챙기는 손녀 지연이(13세)다. 지연이가 할머니를 보살피기 시작한 건 5년 전. 할머니의 치매가 시작되면서부터다. 하루에 세 시간씩 요양보호사가 와서 할머니를 돌봐주지만, 학교에 갔다 온 후부턴 지연이가 오롯이 할머니를 돌봐야 한다. 빨래한 옷을 냉장고에 넣어두거나 뜨거운 밥솥을 맨손으로 만지는 등 지연이가 잠깐이라도 한눈을 팔면 난감한 상황이 벌어지기 때문에 지연인 한시도 마음을 놓을 수 없다.
지연이가 할머니를 애틋하게 챙기는 건, 효자인 아빠 상욱 씨(53세)의 모습을 가까이 지켜봐 왔기 때문이다. 6년 전 아내와 이혼했던 상욱 씨에게 남은 건 어린 지연이와 승협이였다. 혼자 일하며 남매를 키우는 것만으로도 힘겨웠지만 상욱 씨는 5년 전, 고향으로 돌아와 노모를 모시기 시작했다. 상욱 씨를 낳아준 분은 아니었지만, 상욱 씨를 길러주고 15년간 중풍으로 고생했던 아버지의 병시중을 들어줬던 어머니였기 때문이다.
일하는 도중에도 집에 들러 어머니를 챙기는 상욱 씨를 보고 동네 사람 모두가 효자라고 입을 모으지만, 상욱 씨는 마음이 편치 않다. 노모와 어린 남매를 두고 일을 나가지 않으면 생계가 어려운 상황. 일자리 없는 시골에 내려와 어떻게든 먹고 살려 시작한 건설 현장일. 장비 등을 마련하느라 낸 빚도 다 갚지 못했는데 월세로 사는 집도 올해 말에는 비워줘야 한다. 몸보다 더 힘든 건 마음. 어린 딸 지연이 손을 빌려서 노모를 모시는 게 딸에게도 미안하고, 어머니를 편히 모시지 못하는 것 같아 아빠는 늘 죄송스럽다.
식사를 거르고 기력이 없어지면 다리에 힘이 풀리고 자주 넘어지는 통에 봉사단체에서 받은 반찬이라도 챙겨 늘 밥상을 대령하지만, 할머니는 도통 드실 생각을 하지 않는다. 그뿐만 아니다. 한시도 눈을 떼지 않고 할머니를 챙기지만 크고 작은 돌발 상황은 발생하고, 그때마다 지연이는 할머니를 제대로 살피지 못한 것 같아 죄송스럽다. 힘들고 어려운 상황에서도 서로를 먼저 생각하는 지연이네 가족. 언제쯤 서로에게 미안해하지 않고 마음 편히 사랑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