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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행' 며느리와 손주 위한 노부부의 작은 소망

[비즈엔터 이성미 기자]

▲'동행'(사진제공=KBS 1TV)
▲'동행'(사진제공=KBS 1TV)
'동행'이 며느리와 손주를 위해 고군분투하는 노부부의 작은 소망을 전한다.

21일 방송되는 KBS1 '동행'에서는 1년 전 사고로 세상을 떠난 아들을 잊지 못한 일심 할머니의 안타까운 사연을 소개한다.

가정의 달 5월, 어린이날과 어버이날을 맞아 모두가 들떠 나들이를 가는 계절이지만 일심 씨에게 5월은 그 어느 때보다 잔인한 달이다. 1년 전, 비가 억수 같이 쏟아지던 날 일심 씨의 셋째아들 명준 씨는 벌교로 일을 가던 중 차가 미끄러지며 버스 승강장을 들이받는 교통사고로 목숨을 잃었다. 연락을 받고 병원에서 본 차가운 아들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기만 한 일심 씨. 마흔이 다 되어서야 가정을 이룬 아들이 늦었지만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길 바랐는데 아직 어린 아들과 베트남에서 시집 와 뭣 모르는 며느리를 두고 어찌 눈을 감았을까. 이제 5살, 점점 커가는 손주 찬혁이를 볼 때면 아들을 닮아가는 모습에 일심 씨는 마음이 아프다. 아들의 빈자리를 다 채울 수 없겠지만 일심 씨는 어린 며느리를 도와 그 마음을 조금이라도 메꿔 줄 수 있기를. 아들이 남겨둔 선물, 남은 날이 많지 않은 나이지만 남겨진 시간에라도 며느리와 손자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길 바라는 일심 씨와 병옥 씨다.

일심 씨와 병옥 씨는 은퇴하고도 남을 나이지만 아직까지 일을 손에서 놓지 못하고 있다. 젊은 사람들도 나가 떨어지기 쉬운 바다일. 하지만 바다일을 포기할 수 없다. 선체도 크지 않아 바람이 세게 부는 날이면 배가 심하게 흔들려 일심 씨는 오랜 바다 생활에도 겁이 난다. 노년에도 부부가 일을 할 수 밖에 없는 이유는 바로 아들이 남기고 간 며느리와 손자를 위해서이다. 2016년 남편을 따라 베트남에서 시집 온 며느리 레티투이 씨. 선천적으로 심장이 좋지 않아 어린 시절 한 번, 스무 살 무렵 한 번 더 심장 수술을 받아야 했다.

▲'동행'(사진제공=KBS 1TV)
▲'동행'(사진제공=KBS 1TV)
그래서인지 목소리에도 유독 힘이 없고 조금만 무리를 하면 금방 숨이 차오른다. 시어머니 일심 씨는 아들을 잃은 후론 혹시 며느리도 탈이 날까 더욱 유별나게 레티투이 씨가 일을 하지 못하도록 말렸다. 고생하는 시어머니에 죄송해 일을 따라나서려 하기도 했지만 괜찮다 만류한 것도 여러 번. 사실 노쇠한 체력에 힘이 부치는 게 사실이지만 아직 어린 손주와 낯선 타지로 시집와 남편도 없이 고생하는 며느리의 수고를 덜어주고 싶은 일심 씨다. 자신들이 세상을 떠나기 전, 한 푼이라도 더 벌어 며느리와 손주에게 안정적인 살림 밑천이라도 마련해줄 수 있기를. 일심 씨와 병옥 씨는 부부에게 남은 날들이 짧게만 느껴져 조급해지기 시작했다.

억척 시어머니 일심 씨는 요새 큰 결심을 했다. 몸이 약한 며느리가 일하는 것이 걱정되어 집에서 살림만 하게 했지만, 부부가 떠나고 없을 미래에도 며느리와 손주가 행복하고 안정적으로 살 수 있도록 하나하나 가르쳐 주기로 한 것이다. 아직 서툴고 어리숙한 며느리를 데리고 바다일부터 부엌살림까지 일일이 가르쳐 주는 일심 씨. 널배를 타는 방법, 갯벌에 가 칠게와 맛조개를 잡는 방법 그리고 시장에서 좋은 자리를 잡고 장사 수완을 올리는 방법까지. 잘할 수 있을까 걱정이었는데, 곧 잘 따라하는 며느리가 기특하다. 며느리 역시 자신과 찬혁이를 위한 것임을 알기에 서툴러도, 힘들어도 시어머니를 따라본다.

이성미 기자 smlee@bizent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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