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엔터 이성미 기자]
4일 방송되는 KBS1 '동행'에서는 사랑하는 손녀를 위해 거친 바다로 향하는 할아버지의 작은 소망을 전한다.
강원도 고성군의 한 해안가 마을. 이른 새벽이면 바다로 나갈 채비를 하며 하루를 여는 사람이 있다. 49년 동안 바다에서 고기를 잡으며 생계를 유지해온 할아버지, 황병욱(74세) 씨. 과거 가족의 보증을 잘 못 서 유일한 수입원인 배가 경매로 넘어가게 되었지만, 다행히 이웃의 도움으로 어렵사리 구한 낡고 오래된 배를 운행하며 겨우겨우 가정을 이끌어왔다.
이런 할아버지의 곁에서 늘 든든한 힘이 되어주고 있는 이가 있었으니 바로 할머니 명득순 씨(67세). 새벽에 뱃일을 나갔던 할아버지가 돌아올 시간이 되면 하루도 빠지지 않고 부두로 나가 할아버지의 식사를 챙기고, 할아버지의 일을 돕는다. 야무진 솜씨로 이웃들의 그물 수선일까지 도맡아서 하는 할머니는 할아버지의 가장 든든한 동반자다.
시은이가 조금이라도 또래들처럼 생활하기 위해선 지속적인 치료가 절실한 상황이지만 일주일에 두 번씩 속초 시내에 있는 발달센터를 가는 것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낯선 환경에선 발작을 일으키는 시은이 때문에 버스를 탈 수가 없어 매번 택시를 타고 이동해야 하는데, 지체장애가 아니라는 이유로 장애인 택시 지원을 받을 수 없어 오고 가는 왕복 교통비만도 부담이 크다. 시은이의 치료비 마련과 긴급한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일반적인 직장을 포기하고 장거리 일용직을 선택한 아빠. 결국 아픈 시은이의 육아는 다시 고스란히 할머니, 할아버지의 몫이 되었지만 당장 눈앞의 어려움보다는 조금이라도 시은이의 건강이 호전되는 것이 가족들의 유일한 소망이다.
어렸을 적 높은 곳에서 떨어지는 사고로 한쪽 다리가 불편한 할아버지. 게다가 몇 년 전 위암 수술을 받은 할아버지는 이후 후유증이 심해져 식사를 제대로 하지 못한다. 매일 험한 뱃일에 식사까지 거르는 일이 잦다 보니 할아버지의 건강은 요즘 들어 급속도로 쇠약해졌다. 약해진 몸 때문인지 예전만큼 그물을 칠 수가 없고 수확량도 확 줄어든 상황. 하지만 돌봐야 할 식구들이 많아져 할아버지의 어깨는 더욱 무거워졌다. 게다가 매일 흔들리는 작은 배에서 거친 파도를 온몸으로 마주하는 일이 점점 쉽지 않지만, 아픈 딸 때문에 늘 발을 동동 구르는 아들과 할머니의 곁에 껌딱지처럼 붙어있는 손녀 시은이를 떠올리면 뱃일을 그만둘 수가 없다. 아무리 힘들어도 시은이 얼굴만 보면 힘든 게 싹 사라진다는 할아버지. 오늘도 할아버지는 광어 한 마리라도 더 잡기 위해 거친 파도를 뚫고 바다로 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