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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音:사이드] 함윤호 감독 “이소라 공연으로 연출 데뷔, 난 행운아” (인터뷰 ①)

[비즈엔터 이은호 기자]

▲함윤호(사진=권영탕 기자 sorrowkyt@)
▲함윤호(사진=권영탕 기자 sorrowkyt@)
함윤호 감독이 가수 이소라를 처음 만난 것은 지금으로부터 약 13년 전의 일이다. 당시 그의 신분은 공연 업체 아르바이트생. ‘선배 빽’으로 입사했으나 우수한 야광봉 판매 실적을 인정받아 장기 아르바이트로 발령 받은, 꽤나 건실한 청년이었다. 반면 이소라는 ‘청혼’, ‘나를 사랑하지 않는 그대에게’, ‘제발’ 등으로 이미 정상 반열에 오른 가수. ‘알바생’과 ‘톱가수’로 만난 이들은 불과 2~3년여 만에 공연 감독과 아티스트로 재회했다. 2005년, 함윤호 감독이 이소라 공연을 통해 연출 데뷔를 하면서다. 궁금했다. 이소라는 함윤호 감독의 뭘 믿고 자신의 공연 연출을 맡겼을까.

함윤호 감독은 말했다. “연출은 고통스러우면서도 즐거운 일이에요.” 순간, 최근 열린 ‘봄’ 공연에서 이소라가 했던 이야기가 떠올랐다. “열심히 나를 다그쳐서 고독하게 만들어야죠. 그럴 때 힘이 생기는 것 같아요.” 어쩌면 이소라는 함윤호 감독에게서 자신의 모습을 발견했는지도 모른다.

Q. ‘소극장 콘서트’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지만, 공연이 열린 이화여대 삼성홀은 중극장에 가까운 규모다. 이 곳을 선택한 이유가 있나.
함윤호:
일단 시야가 좋다. 거의 모든 좌석에서 고르게 무대가 잘 보인다. 더욱이 객석과 벽이 다 검은색이다. 무대 조명이 객석으로 비치지 않기 때문에 관객들이나 아티스트 모두 공연에 집중하기 좋다.

Q. 가장 최근에 삼성홀에서 본 공연이 스윗소로우의 ‘화음’이다. 당시에는 무대를 꽤 넓게 썼던 것 같은데, 이번 공연에서는 무대 앞쪽 일부만 쓰더라.
함윤호:
‘화음’ 공연도 내가 연출했다. 스윗소로우는 멤버 수도 여러 명일 뿐더러, 이소라보다는 밝은 분위기로 진행되는 공연이다. 반면 이소라 공연에서는 연주자들 사이의, 그리고 연주자들과 이소라와의 호흡이 중요했다. 서로 눈을 맞추면서 공연할 수 있도록 연주자들 사이의 거리를 좁게 배치했다.

Q. 무대 조명이 인상 깊었다. 특히 연주자들에게 붉은 조명을, 이소라에게는 푸른 조명을 쏠 때에는 이소라만 작아 보이는 효과가 있더라. 오목렌즈로 투시하는 것 같았다. 의도한 연출인가.
함윤호:
의도한 건 아니고, 착시효과 같다. 이소라 뿐만 아니라 연주자들까지 무대 위의 모든 뮤지션들이 멋지게 보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조명을 만들었다. 공연장이 작아서 관객들도 연주자들을 직접 볼 수 있잖아. 그래서 연주자들에게 가는 조명에도 신경을 많이 썼다.

▲함윤호 (사진=권영탕 기자 sorrowkyt@)
▲함윤호 (사진=권영탕 기자 sorrowkyt@)

Q. 연주자들 얘기를 좀 더 해보자. 이승환(피아노), 홍준호(기타), 임헌일(기타), 이상민(드럼), 최인성(베이스) 등 대부분의 연주자들이 오랜 시간 이소라의 공연을 함께 해왔다. 그래서인지 흡사 이소라를 지키는 다섯 명의 기사(騎士)들을 보는 것 같았다.
함윤호:
가장 어린 친구가 임헌일인데 그 친구도 공연을 함께 한 지는 7~8년 정도 된다. 나머지 멤버들은 10년 이상 음악을 같이 했던 사람들이다. 무대 밖에선 얘기를 거의 안 하는데 공연을 할 때엔 서로를 많이 배려하고 신경 쓰고 있다는 게 보인다. 나를 비롯한 스태프들도 그 동안 거의 바뀌지 않았다. 그래서 우리 현장이 굉장히 조용하다. 원래 공연 현장에는 준비할 것도 많고 변수도 많아서 심한 곳은 전쟁터 같기도 한데, 우리 공연장은 평화로운 편이다.

Q. 스태프가 거의 바뀌지 않은 채로 긴 시간을 함께 한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닐 것 같다. 비결이 뭔가.
함윤호:
일단 아티스트가 여전히 생명력을 유지하고 있다는 게 가장 중요한 전제다. 그 다음은 사람들이다. 첫 공연 때부터 좋은 분들을 만나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었다. 뮤지션도 그렇고 스태프도 그렇고, 각자의 자리에서 서로 발전을 해야 좋은 공연이 만들어진다. 10년 이상을 같이 한 팀이라면 각자 10년이란 시간만큼 발전을 해야 하는 거다. 그래야 서로를 믿고 의지하면서 공연을 할 수 있다.

Q. 무대 아래에서의 이소라는 어떤 사람인가. 요구사항이 분명한 편인가.
함윤호:
아니다. 거의 아무 말도 안 하신다. 워낙 노래에만 신경을 쓰시는 분이라 공연 기간이 짧을 때는 무대가 어떻게 생겼는지도 잘 모르신다.(웃음) 노래를 할 때 조명이 어떻게 변하는지, 무대에 뭐가 등장하는지, 관심이 별로 없으시다. 스태프들이 다 알아서 해야 한다.

Q. 노래하는 이소라를 볼 땐 어떤가.
함윤호:
좋다. 나 역시 이소라의 오랜 팬이기도 하고. 좋은 공연이 만들어지려면 감독이나 스태프 모두 아티스트에 대한 애정이 필수적으로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 팀은 (애정이) 다 있는 사람들이고 그게 오래 유지되는 사람들이다.

▲함윤호(사진=권영탕 기자 sorrowkyt@)
▲함윤호(사진=권영탕 기자 sorrowkyt@)

Q. 처음 이소라를 만난 것은 언제인가.
함윤호:
대학생 때 ‘좋은 콘서트’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만났다. 만났다기보다는 그 분은 아티스트였고 나는 아르바이트생이었지.(웃음) 2002년~2003년 즈음으로 기억한다. 그 후 내가 ‘좋은 콘서트’에서 장기 아르바이트 개념으로 일을 하게 됐고, 그러면서 이소라의 공연을 연출해보고 싶단 생각을 했다. 실제 연출 데뷔도 이소라 공연으로 했는데 그 때가 2005년이었다.

Q. 처음 아르바이트를 시작했을 때에도 연출을 꿈꿨나.
함윤호:
아니다. 전공은 광고홍보학이었다. ‘좋은 콘서트’ 마케팅팀에 선배가 있어서 선배 소개로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처음엔 야광봉도 팔고 심부름도 하고 짐도 나르다가, 야광봉을 잘 팔아서 고정 알바가 됐다. 어깨너머로 이 일 저 일 다 배우면서 연출에도 욕심이 생겼다.

Q. 이소라는 당시에 이미 정상급 가수였다. 그런데 함윤호의 뭘 믿고 연출 데뷔를 시켜줬을까.
함윤호:
그러니까. 나도 ‘뭘 믿고?’라는 생각을 한다. 그 땐 몰랐는데 이제 와서 돌이켜보니 정말 말도 안 되는 일인 거다. 11년 전이면 내가 20대 후반이었거든. 알바 경력까지 합쳐봐야 3~4년 정도 밖에 안 되는 애한테 어떻게 그 일을 맡길 수 있었을까? 운이 엄청나게 좋았던 거다.

Q. 첫 공연, 기억나나.
함윤호:
많이 난다. 그 땐 공연장 세팅이 시작되는 순간부터 공연이 끝날 때까지 현장을 못 떠났다. 3~4일 정도를 집에 못 가고 공연장 근처 모텔에서 쪽잠을 자며 공연을 준비했다. 공연이 끝났을 땐 나한테서 굉장한 냄새가 났다.(웃음) 다행히 공연이 잘 끝나서 그 이후로도 계속 연출을 하게 됐다.

▲함윤호(사진=권영탕 기자 sorrowkyt@)
▲함윤호(사진=권영탕 기자 sorrowkyt@)

Q. 내가 이소라의 노래를 처음 접했던 것도 10년 전쯤이다. 그 때의 이소라는 농담도 잘 하고 잘 웃기도 했는데 요즘은 그렇지 않더라. 사실 지난달 V앱 방송을 보면서 ‘어디 아픈 것 아닌가’ 걱정이 되기도 했다.
함윤호:
지난 10년 동안 (이소라를) 너무 안 보신 것 같다.(웃음) 긴 시간 함께 일을 할 수 있다는 게, 나는 굉장히 좋다. 행운이다. 기자님은 좋아하는 가수가 있을 것 아닌가. (Q. 학창시절 박효신의 엄청난 팬이었다. 물론 지금도 좋아하고.) 스무 살의 박효신을 떠올려봐라. 그 때의 넘치는 에너지와 불안함 같은 게 있었을 거다. 그런 사람이 부르던 노래가 그 나이의 당신을 움직였잖아. 그런데 이젠 박효신도 나이를 먹었다. 그러면서 노래를 통해서 전달하는 이야기도 바뀌었고. 어렸을 땐 곧 죽어도 사랑, 이별 노래를 하던 친구가 지금은 ‘야생화’라는 노래를 부르지 않나. 그리고 기자님 역시 그 사이 인생의 아픔을 겪으면서 ‘야생화’를 이해하는 사람이 됐을 테고.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을 꾸준히 위로하고 마음을 움직이는 아티스트를 옆에서 보고 있다, 심지어 같이 작업할 수 있다는 건 엄청난 행운이다.

Q. 이소라에겐 지난 2008년 발매된 7집이 박효신의 ‘야생화’ 같은 작품 아니었을까 싶다. 7집을 들으면서 ‘혹시 이소라가 득도한 게 아닐까’라는 생각을 했었다.
함윤호:
일단 이 얘기는 꼭 넣어 달라. 나는 뮤지션이 아니라 내가 음악에 대해 얘기하는 게 굉장히 조심스럽다. 내가 느꼈던 것만 말하자면 아마 가사에 사랑이야기 말고 다른 이야기가 생겨난 게 그 음반의 가장 큰 차이 같다. 삶, 사람들, 자기 자신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담겼다. 그리고 나 역시 똑같이 나이를 먹는 사람으로서 굉장히 고마웠다. 그 나이에 갖고 있는 감정을 노래로 만들어주고 불러준다는 것 자체가. 기자님도 ‘야생화’ 들으면서 박효신에게 고맙지 않았나.

Q. 맞다.(웃음) 이소라의 공연을 연출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소는 뭔가. 역시나 음악인가.
함윤호:
“사람을 위한 마음을 담은 공연.” 예전에 이소라가 내게 했던 말이기도 하고 무대 위에서도 한 적이 있다. 그 말을 잊지 않으려고 한다. 뮤지션과 관객들이 모두 행복한 마음으로 공연장을 떠나는 것. 그게 가장 중요하다. 그런데 공연을 연출한 사람이 ‘세상에서 하나 밖에 없는 무대’, ‘깜짝 놀랄 만한 연출’, ‘모두가 헉! 하는 순간’을 만들기 위해 노력 하다보면 본질적인 걸 놓치기 쉽다. ‘무대가 멋있었어’, ‘연출이 좋았어’ 보다는 ‘가수가 되게 멋있었어’ 라는 얘길 듣는 게 연출가에게는 더 좋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이은호 기자 wild37@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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