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엔터 이은호 기자]
록의 시대가 저물고 있다. 이젠 새삼스러운 명제도 아니다. 헤비메탈 밴드 피해의식은 외국 유력 페스티벌에 자주 초대되지만, 그 때마다 이런 질문을 받는다. “록은 이미 전 세계적으로 망하고 있는 추세 아닙니까?”
팬덤 기반이 약한 여성 록커들에게는 상황이 더욱 안 좋다. 소찬휘, 마야 등 내로라하는 보컬들이 2000년대 중반 이후 조금씩 모습을 감췄다. 서문탁도 마찬가지다. 정규 6집 ‘립 오브 트루스(Leap of truth)’(2007)를 발표한 뒤부터 점점 활동이 뜸해지더니, 2010년에는 미국 유학길에 올랐다. 2년 뒤 MBC ‘나는 가수다2’를 통해 무대에 복귀했으나 국내 시장은 여전히 녹록치 않았다.
서문탁의 MBC ‘일밤-복면가왕’ 출연은 그래서 반가웠다. 특히 1라운드 ‘못다 핀 꽃 한 송이’ 무대는 록 팬들의 피를 들끓기 하기에 충분했다. 한국 록 역사에 한 획을 그은 김수철의 노래이자, 록 밴드 노브레인의 보컬 이상우와 함께 한 무대. 소리부터 정서까지 록, 그 자체였다. 비록 가왕으로 가는 최종 관문 앞에서 고배를 마셨지만 무대 위 ‘돌고래’ 서문탁의 모습은 눈부시게 빛났다.
서문탁은 다시 록으로 뛰어든다. 영어 음반 제작 및 국내외 활동을 목표로, 밴드를 꾸리는 중이다. 지난 달 30일부터 밴드 멤버를 뽑기 위한 오디션을 진행 중이다. 소속사 관계자는 “아직 구체적인 활동 일정이 정해지지는 않았다. 시간을 두고 오디션을 진행할 예정이다”고 밝혔다.
“록 윌 네버 다이(Rock will never die).” 서문탁의 행보는 온 몸으로 록의 불멸을 외치는 듯하다. 그리고 서문탁은 록의 정신으로부터 불멸의 근원을 찾았다. 자유로움을 추구하고 도전을 마다 않는 정신 말이다.
“시대마다 주류 음악이 있습니다. 록 음악도 주류였던 시대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비주류 음악으로 치부되기엔 록의 온도가 너무 뜨겁다고 생각합니다. 그 온도란 단순히 사운드의 강렬함에서 오는 건 아닙니다. 록을 지탱하고 있는 정신에서 오는 힘이 온도의 근원이라고 생각합니다. 제도나 사상, 관념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로움, 그리고 실패를 부끄러움이나 좌절로 생각하지 않고 다시 도전할 수 있는 삶의 방식을 가진 음악이 바로 록이 아닐까 조심스럽게 정의 내려 봅니다. 앞으로도 즐거운 도전과 모험들 하면서 자유롭고 행복하게 음악을 할 생각입니다. 지난 시대 유산이 아닌 살아있는 역사가 되는 음악 기대해주세요!”
록의 시대가 저물고 있다. 국내 시장은 여전히 녹록치 않다. 상대적으로 팬덤이 약한 여성 록커들에게는 상황이 더욱 안 좋다. 하지만 그럼에도, 서문탁은 록커이길 자처한다. 실패를 부끄러움이나 좌절로 생각하지 않고 다시 도전할 수 있는 힘. 그것은 곧 록을 지탱해준 힘이자, ‘록커’ 서문탁의 원동력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