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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後] ‘도리를 찾아서’ 감동적이지만, 픽사치고는 다소 무난

[비즈엔터 정시우 기자]

(사진=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
(사진=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

픽사가 최근 “‘라따뚜이·월-E·인사이드 아웃’의 속편은 없다”고 발표를 한 모양이다. 이를 두고 서운해 하는 이들에겐 미안한 말이지만, 픽사의 선택은 옳다고 믿는다. 지난 몇 년간 픽사는 오리지널 시나리오가 아닌, 속편 제작에 치중하며 다소 아쉬운 결과물을 내놓았다. ‘카2’가 조금 심심했고, ‘몬스터 대학교’가 전편 ‘몬스터 주식회사’의 아성에 못 미친다는 평가를 받았다. ‘토이 스토리3’로 전편보다 나은 속편이 있음을 보여주긴 했지만, ‘토이스토리’ 시리즈를 제외하면 픽사의 속편들은 기대만큼의 성과를 보여주지 못했다. 무엇보다 창의력의 산실인 픽사가 기존 영화에 기대는 모습에 고개를 내젓는 이들이 많았다.(픽사는 현재 ‘카3’, ‘토이 스토리4’, ‘인크레더블2’도 준비하고 있다)

시작부터 속편에 대한 이야기를 이리도 길게 늘어놓는 것은, 예상하겠지만 ‘도리를 찾아서’ 때문이다. ‘도리를 찾아서’는 전편인 ‘니모를 찾아서’로부터 13년 만에 나온 속편이다. 현실의 시간차는 13년이지만 ‘니모를 찾아서’와 ‘도리를 찾아서’ 속 시차는 6개월. 영화는 아들 니모를 잃은 말린과 함께 호주까지 여행을 떠났던 단기기억상실증 열대어 도리를 내세웠다. 속편인 동시에, 스핀오프인 셈이다. 영화는 도리가 자신의 과거를 일부 기억해내면서 시작된다. 전편이 (말린의) 아들 찾기였다면, 이번은 (도리의) 부모 찾아 삼만리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도리를 찾아서’는 충분히 잘 만든 애니메이션이다. 일단 ‘도리를 찾아서’는 캐릭터에서 이미 재미의 절반을 만들어놓고 들어가는 작품이다. 뒤돌아서면 본인이 한 말을 잊고 마는 도리의 건망증은 ‘메멘토’의 레나드(가이피어스)보다 그 증상이 심각하다. 그런 도리가 소중한 것을 찾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모습이 기어코 잔잔한 감동을 안긴다.

핸디캡은 도리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다. 다리가 7개밖에 없는 행크, 시력이 나빠 벽에 부딪히기 일쑤인 고래상어 데스티니, 음파 탐지 능력이 고장 난 고래 베일리, 말 못하는 바다사자 등 캐릭터 모두가 결핍을 안고 산다. 하지만 이들의 능력은 절체절명의 순간, 막강한 무기가 된다. 각자가 지닌 결핍을 채워주며 앞으로 돌진하는 이들의 모습은 그 자체로 마법 같다. 이 협업에 미소 짓지 못한다면, 자신의 감정선에 이상이 있는 게 아닌지 확인해 봐도 좋다.

하지만, 잘 만든 이 애니메이션 앞에 픽사라를 수식어가 붙으면 이야기는 조금 달라진다. ‘도리를 찾아서’는 충분히 재미있지만, 픽사의 생명줄과도 같은 창의성 면에서 의문을 남긴다. 핵심 소재인 ‘가족 찾기’는 물론, 바다 생물들의 ‘탈출기’와 ‘결핍을 지닌 존재들이 힘을 모은다’는 설정은 모두 1편에서 다뤄진 것들이다. 결국 ‘도리를 찾아서’는 픽사가 애니메이션계의 대표 선수임은 증명하지만, 그들 내부의 결이 진화했음을 증명하지는 못했다. 성장보다는, 현상유지 작품인 셈. 반짝반짝 빛나는 아이디어로 무릎을 치게 했던, 픽사 전성기를 떠올리면 다소 평이한 느낌도 든다.

그래도 오해는 말길. 픽사의 평작은 보통 애니메이션들의 수작과 비슷한 수준이니까. 작품적으로 아쉽다는 것과 픽사이기에 아쉽다는 것은 하늘과 땅 차이다.

정시우 기자 siwoorain@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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