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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①] 김래원, 우리는 왜 ‘닥터스’에 응답했나

[비즈엔터 김예슬 기자]

▲배우 김래원(사진=HB엔터테인먼트)
▲배우 김래원(사진=HB엔터테인먼트)

김래원이라는 배우가 대중에 스며든 건 13년 전 드라마 ‘옥탑방 고양이’부터다. 그 작품으로 김래원은 일약 스타덤에 올랐고, 뒤이어 영화 ‘어린 신부’, 드라마 ‘러브스토리 인 하버드’ 등을 통해 위트 있고, 진중함이 있는 배우로 떠올랐다. ‘로맨틱 코미디’(이하 로코)로 최적화된 배우로 남게 되나 싶더니 그는 곧 다른 노선을 택했다. 바로 영화 ‘해바라기’를 통해서다.

이전까지 김래원은 ‘로코’ 분야에서 확실한 흡입력을 갖고 있었다. 출연작마다 줄줄이 히트시키던 그는 느와르 장르라는 모험을 통해 배우로서의 입지를 탄탄히 다졌다. 이후 절절한 로맨스 장르의 드라마 ‘천일의 약속’과 장르물 드라마 ‘펀치’, 또 다시 느와르 냄새가 폴폴 풍기는 영화 ‘강남 1970’으로 남성스러운 매력을 배가시켰다.

그러던 그가 다시 로코 장르로 복귀했다. 바로 SBS 월화드라마 ‘닥터스’를 통해서다. 따뜻한 휴먼드라마 속 로맨틱 코미디 코드가 숨은 이 작품을 통해 김래원은 그야말로 ‘홈런’을 쳤다. 지난 6월 20일 12.9%의 시청률로 첫 삽을 뜬 이 드라마는 최고시청률 21.3%를 기록하는 등 시청률 가뭄시대인 요즘 같은 때에 괄목할 만한 인기를 끌었다. 그렇다면, 무엇이 그토록 많은 이들을 ‘닥터스’에 열광시키게 한 걸까. 그 해답을 김래원에게서 찾을 수 있었다.

Q. 전작 ‘펀치’와는 전혀 다른, 실로 오랜만에 로코 장르로 컴백했다.
김래원:
굳이 로맨틱 장르를 피한 건 아니다. 영화 드라마 등에서 로코 장르를 제안 받기도 했지만 딱히 매력을 못 느꼈다. 내게 흥미로웠던 장르를 하다 보니 필모그래피가 그렇게 쌓인 것 같다.

Q. ‘닥터스’를 하게 된 이유가 있었나.
김래원:
메디컬 장르고 내가 해보지 않은 직업이라 재미가 있어 보였다. 원래는 박신혜가 먼저 캐스팅됐었는데, 박신혜가 “래원 선배와 같이 하면 재밌을 것 같다”고 했다더라. 당시 나는 영화 촬영 중이었고, ‘닥터스’에 합류하고 보니 이미 촬영이 한달 반이나 진행된 상태였다. 첫 회가 방송되기 2주 전에야 영화촬영을 마치고 곧바로 합류했는데, 그런 만큼 고민도 많았다. 영화 촬영을 위해 줄곧 죄수복을 입다가 드라마 촬영에 들어간다고 다음날 바로 의사 가운을 입으니 부담도 됐다.

Q. 하지만 성과가 정말 좋았다.
김래원:
내가 머릿속에서 그렸던 것처럼 비슷하게 잘 찍었다. 로코 장르를 오랜만에 한 거였는데 참 괜찮았다. 좋은 작품이 있다면 또 할 계획도 있지만, 당장은 아닌 것 같다. 일단은 개봉할 영화가 두 편이나 있기 때문에(웃음).

▲배우 김래원(사진=HB엔터테인먼트)
▲배우 김래원(사진=HB엔터테인먼트)

Q. 사실 김래원이라는 배우와 로코 장르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조합이지 않나.
김래원:
맞다. 내가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지게 된 작품도 로코였고, 내 스스로도 가장 자신 있는 분야라고 생각한다. 교만은 아니지만 정말로 나만의 장르라는 생각을 했다. 스스로 알고 있던 거지. 하지만 내게 너무 최적화된 것만 하고 싶진 않았다. 내가 성장해나가는 데 있어 중요한 것들을 더 해야 했거든. 하지만 요즘 ‘닥터스’ 반응이 좋다 보니 기쁘긴 하다. 이전 같았으면 굳이 이런 말도 안 했을 텐데, 로코를 또 하고 싶은 욕심이 생긴다. 정말 행복하다.

Q. ‘닥터스’ 속 홍지홍 캐릭터는 특유의 능청맞은 말투가 있었다. 탄생 비결이 있다면.
김래원:
아무 생각 없었는데(웃음). 대사 자체가 어려운 게 많기도 했지만 오글거리고 닭살스러운 대사도 정말 많았다. 그냥 하려면 너무 닭살 돋을 것 같아서, 고민하다가 담백하게 하면 어떨까 싶어서 그런 말투를 써봤다. 나중에는 감독님이 그런 말투를 요구하기도 했는데 그땐 내 마음이 허락하지 않았다. 시청자들이 좋아한다고 계속 그 말투를 쓰는 건 내가 싫거든.

Q. 배우로서 뚝심이 느껴지는 대목인 것 같다. 촬영하며 아쉬운 점은 없었나.
김래원:
중반부 이후 시간에 쫓겨서 내가 잘 못 살린 부분이 있다. 어떤 작품을 하더라도 시간이 부족한 건 피할 수 없는 부분이긴 한데, 난 정말 아쉬웠다. 평소에 대본을 많이 보던 편인데, 내 입장뿐만 아니라 감독님 입장에서도 본다. 이 회차에서는 어떤 의도를 포함하는지, 어떤 걸 시청자에 전달하고 싶어 하는지를 고민해야 했는데 그럴 시간이 부족했다. 그래서 후반부엔 내가 연기에 있어 놓친 부분이 발생했다. 뒷이야기를 모르다보니 어쩔 수 없었지만.

Q. 어떤 부분인지 궁금하다.
김래원:
잘 보면 어느 회차부턴가 내가 좀 무거워지기 시작했다. 내가 드라마를 너무 긴 한 편의 영화로 봤다. 드라마는 회차가 바뀌면 분위기가 조금 튀게 돼도 시청자가 영화에 비해 더 편한 마음으로 보는 만큼 그런 걸 의식을 못 하는데, 내가 그 부분을 생각지 못했다. 굳이 그럴 필요 없었는데 유혜정(박신혜 분)과 대화하는 부분에서 혜정이의 무거운 상황이 있었긴 해도 내가 너무 무거운 분위기로 갔다. 사실 굳이 그럴 필요 없이 혜정이를 바라봐주고 웃어주면 되는 장면이었거든. 뒷부분의 대본을 봤다면 다른 내용들이 뒤에서 다 설명이 된다는 걸 알았을 거다. 그래서, 앞부분을 더 밝게 했다면 재밌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다.

▲배우 김래원(사진=HB엔터테인먼트)
▲배우 김래원(사진=HB엔터테인먼트)

Q. 그렇다면 잘 했다고 생각하는 부분은 뭔가.
김래원:
그건 잘했다. 극 중에서 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 홍지홍(김래원 분)이 오열을 하고 힘든 시간을 보낸다. 그 다음 회에서는 아버지의 주변을 정리하고 3주 가량 미국에 있다가 한국으로 들어오는데, 그 장면에서 선글라스를 썼다. 슬픔을 털어버린 거지. 그 모습을 참 잘 살렸다. 후반부에 홍지홍의 20대 인턴시절 모습도 잠깐 나오는데, 그것도 마음에 든다.

Q. 시청자들이 ‘닥터스’ 홍지홍에게 가장 열광한 건 그 대사 같다. “결혼했니? 애인 있어? 됐다 그럼”. 이 대사가 이렇게까지 ‘대박’을 칠거라 예상했나.
김래원:
사실 그 대사엔 숨은 비밀이 있다. 내가 순서도 바꾸고 조금 과하게 처리하기도 했다. 그래서 이슈가 됐을 수도 있겠는데, 원래 작가 선생님이 의도한 건 그 정도까진 아니었다. 알겠지만, 드라마 전반적으로 홍지홍은 이해하고 지켜보는 역인데 그 장면만 보면 엄청난 ‘상 남자’거든. 사실 대본에서는 쭈뼛거리며 눈도 잘 못 마주치며 하는 대사였지만 내가 상 남자로 가고 싶다고 의견을 피력했다. 내가 잘 바꿔서 잘 된 것 같다(웃음). 너무 내 자랑처럼 보일까? 그러면 안 되는데(일동 폭소).

Q. 직접 연기를 하며 캐릭터를 색다르게 창조한 셈이다. 다른 일화도 있을까.
김래원:
낚시의 경우도 작가님은 홍지홍이 낚시에 능숙해야하지 않겠냐고 했었다. 하지만 나는 낚시를 싫어하고 흥미가 없어보여야 재밌어 보이지 않을까 했다.

Q. 관록이 쌓이다보니 가능해진 일 같다. 과거의 로코 연기와 지금의 로코 연기도 다른 부분이 있겠다 싶은데.
김래원:
그때는 재미있기 위해, 잘 보여지기 위해 굉장히 노력했다. 밑도 끝도 없이 개인기 한다고 상황도 모르고 했던 거지. 그게 벌써 13년이 됐다. ‘닥터스’에서도 그랬으면 위험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극 중에서 아버지도 돌아가시고 혜정이도 지켜줘야 하는데 내가 너무 웃겨버린다면 인물이 이중적으로 보일 수도 있는 문제니까. 그래서 감독님한테도 말했다. “홍지홍 캐릭터의 폭을 넓히고 싶은데, 내가 너무 과하면 좀 잡아 달라”고. 결과적으론 잘 마쳐졌지만. 아, 그리고 어려 보이려고 상당히 노력했다. 머리 스타일도 바꿨고, 피부 관리도 꾸준히 받았다(웃음). (인터뷰 ②로 이어집니다)

김예슬 기자 yeye@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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