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엔터 정시우 기자]
영화 ‘아수라’가 극장가를 홍해 가르듯 두 동강 냈다. 한쪽에서는 ‘아수리언’이라는 마니아층이 탄생할 정도로 영화를 향한 뜨거운 찬양이 손을 흔들고 있고, 다른 한 쪽에서는 ‘비아냥’이 섞인 혹평이 들려온다.
개봉 2주차를 맞은 11일 현재, ‘아수라’를 관람한 관객은 250만 여명. 개봉 6일 만에 200만 관객을 돌파하며 청불 영화 최고 오프닝 기록을 세운 것을 감안하면 확실히 뒷심이 아쉬운 행보다. 호평보다 혹평 쪽 입김이 더 세게 작용했다는 의미인 동시에, 영화의 만듦새와는 별개로, 관객이 기대했던 영화가 아니었다는 의미이기도 할 게다.
하지만 돌아가 보자. ‘아수라’는 진짜 일부의 주장처럼 폭력으로 치장한 겉멋만 품은 영화인가. 영화를 비판하는 이들은 ‘아수라’의 엄청난 관객 드롭률(감소율)은 먹잇감 삼아 그렇다고 주장할지 모르지만, 영화라는 것은 단순히 숫자로 그 의미를 따질 수 있는 세계가 아니다. 그랬다면, ‘아수라’를 느와르 최고의 걸작이라 말하는 여러 목소리들도 없어야 한다. ‘아수라’ 관람 캠페인까지 펼치고 있는 ‘아수리언’들은 또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어쩌면 지금 우리가 돌아봐야 하는 것은 무엇이 ‘아수라’를 이토록 극명하게 갈라놓고 있느냐일 것인데, 호평 쪽이든 혹평 쪽이든 확실한 게 하나 있다. ‘아수라’ 안에 도사리고 있는 무언가가 관객을 날카롭게 찌르고 있다는 점 말이다.
아이러니하게도 ‘그 무언가’는 김성수 감독이 의도한 바라는 점에서 흥미롭다. 김성수 감독은 관객이 ‘아수라’를 보며 불편하기를 원했고, 절망을 맛보길 바랐다. 모두가 만류했던 이 비극적이고 처참한 이야기를, 정의감 따위 없는 세계를, 의리가 사망한 지옥을 타협하지 않고 끝까지 밀어붙인 데에는 그곳에 진짜 한국의 살풍경이 있다고 봤기 때문일 것이다. 자기를 벼랑으로 내몬 주인을 결국 물어버릴 수밖에 없는 비정한 현실 세계 말이다.
많은 관객은 ‘아수라’에서 정의가 승리하거나 주인공이 어떻게든 반성하는 모습을 기대했을 것이다. 하지만 ‘아수라’는 “장례식장으로 가기까지의 여정”을 지독하게 담아낸 영화다. 이 과정을 카메라 앵글과, 미술 조명과, 편집과, 미술과, 배우들의 연기가 작정하고 관객들을 벼랑 끝으로 내모는데 일조하는데, 그 기술적 성취는 곱씹을수록 놀라운 지점이 많다.
영화는 “초반엔 넓은 공간을 조망하지만 점점 비좁고 밀폐된 공간으로” 들어간다. “밤과 낮이 공존하는 안남이라는 가상의 도시는 갈수록 낮의 빈도수가 줄어줄다가, 밤과 낮의 경계가 사라지고, 어느 순간 빛이 자취를 감춰 버린다. 장례식장으로 오면 창문조차 사라진 닫힌 세계”가 기다린다. 그리고 폭발해 버리는 장례식장 안에서의 폭주, 엉키는 사람들. 자신도 모르는 사이 조문객이 된 관객은 그 순간, 얼얼해 질 수밖에 없다. 이건 그 어떤 장르영화에서는 경험하지 못한 기운과 풍경과 느낌이니까.
심지어 영화는 한도경이 조선족이 탄 차와 나란히 폭주하는 장면에서 컷.을.나.눠.찍.지.않.았.다. 카메라가 두 차량 사이를 위험천만하게 오간 덕분에 한도경의 격한 감정이 보다 생생하게 스크린 밖으로 전달된다. 맞는 사람은 물론, 타격하는 사람의 모습까지 집요하게 잡아낸 카메라 앵글 역시 극의 징글징글한 온도를 높이는 요소다.
그러니까 ‘아수라’는 기존 느와르 영화의 관습을 비틀고 부수며 전진해 나가는 영화다. A급 배우들이 나락을 향해 거침없이 질주하는 모습을 목도하게 되는 영화, ‘저렇게까지, 가능해?’ 싶은 기획을 타협 없이 밀어붙인 만든 이들의 동력이 엿보이는 영화이기도 하다. 생경함은 늘 양가적이다. 생경해서 이 영화를 외면할 수 있지만, 그래서 이 영화를 ‘내 인생의 영화 목록’에 올리고 싶을지도 모른다.
김성수 감독은 인터뷰에서 소설 ‘삼국지’를 이야기하며 이렇게 이야기 했다. “싸움의 횟수가 중요나 것이 아니라 어떠한 싸움을 했느냐가 그 사람의 오늘을 만든다”. 그의 말을 잠시 빌려 말하자면, ‘아수라’에 동참한 이들이 어떤 싸움을 했는가에 주목해 보길. ‘아수라’는 시간을 견뎌, 지속적으로 읽히는 영화가 될 테니. 영화에 대한 힌트를 조금 더 알 수 있는 김성수 감독의 인터뷰를 소개한다.
☞ [아수라②] 김성수 감독 “승리의 횟수보다, 어떤 종류의 싸움을 했느냐가 중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