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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직로그] “타인의 고통 안에서 행복할 수 없다” 김윤아, 사회적 뮤지션

[비즈엔터 이은호 기자]

▲김윤아(사진=윤예진 기자 yoooon@)
▲김윤아(사진=윤예진 기자 yoooon@)

밴드 자우림의 보컬이자 싱어송라이터 김윤아가 지난 4월 발표한 ‘키리에’는 여러 면에서 세월호 사건을 연상시킨다. 4월이라는 발매 시기가 그러하고, ‘신이여. 자비를 베푸소서’라는 제목의 의미가 그러하며, “불러도 불러도 너는 돌아올 수 없다”는 가사가 그러하다.

김윤아는 지난 8일 열린 정규 4집 발매 기념 쇼케이스에서 “‘키리에’를 듣고 어떤 사건을 떠올리느냐는 개인의 자유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커다란 충격이나 상실감 줬던 일이라면, (세월호 사건을) 충분히 떠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해석의 가능성을 열어뒀다.

노래가 진행되는 내내 장엄하게 울려 퍼지는 북소리와 흐느끼듯 노래하는 김윤아의 목소리 덕분에 ‘키리에’는 흡사 한 편의 장송곡처럼 들린다. 일말의 희망도 없이 줄곧 절망과 고통만을 노래하지만, 신기하게도 ‘키리에’가 가져다주는 것은 충격과 상실에 대한 위로다. 작금의 슬픔이 나만 느끼는 것이 아니라는 위로.

이 같은 기조는 정규 4집 ‘타인의 고통’ 안에서 끊임없이 되풀이된다. 음반명을 ‘타인의 고통’이라고 지은 것부터가 ‘타인의 고통’에 공감하고 이를 위로하고 싶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김윤아는 “SNS를 통해 사람들의 이야기를 많이 들여다 볼 수 있었다. 모두들 같은 고통을 느끼는데 그것을 이해해줄 수 있는 사람이 많지 않은 것 같더라. 그러다 보니 타인의 고통에 대한 이야기가 음반에 많이 들어갔다”고 전했다.

▲김윤아 정규 4집 '타인의 고통' 음반 커버(사진=인터파크)
▲김윤아 정규 4집 '타인의 고통' 음반 커버(사진=인터파크)

수록곡 ‘은지’ 역시 흥미로운 트랙이다. 노래는 “두 뺨에는 기쁨이 가득”한 은지라는 여인이 언젠가 “일상의 건조함에 시들어”갈 것을 애처로워한다.

곡에 등장하는 ‘은지’는 실존 인물이다. 건강한 에너지가 넘치고 항상 행복한 표정으로 웃는 여인이란다. 김윤아는 이 곡에 대해 “여성들에 대한 노래다. 사랑하니까, 여자니까, 자신을 다 갈아 넣고 난 뒤 한참이 지나서 ‘내게 뭐가 남았지’라며 허탈해 하는 여성들, 빛나고 아름답고 생기발랄‘했던’ 여성들에 대한 곡”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또한 최근 불거진 여성 인권 이슈와 맞닿아 있다. 오랜 시간 당연한 것으로 여겨졌던 여성들의 자아 소멸과 이들의 자각을 성(性) 대결 구도로 프레이밍하는 시선들. 그 안에서 “은지야. 우리들은 왜 태어났을까”라는 김윤아의 자조적인 목소리는 스스로를 잃어야 했던 여성들에게 적지 않은 위로와 자각의 메시지를 던진다.

김윤아는 쇼케이스 현장에서 “주변 사람들, 사회적인 분위기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 누군가 힘든 일을 겪고 있을 때, 그 앞에서 행복할 수 있을 만큼 내가 대범하지 않더라. 많은 분들이 진정한 행복을 찾고 나도 그 안에서 행복해질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어떤 식으로든 타인과 연결된 채 사는 한, 우리는 모두 사회적인 동물이다. 나와 같은 사회적인 동물, 사회적 뮤지션이 있음이 얼마나 큰 위로가 되는지.

이은호 기자 wild37@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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