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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시우의 올댓이즈] 강동원, 역사 앞에 선 남자…침묵하지 말기를

[비즈엔터 정시우 기자]

(사진=쇼박스 제공)
(사진=쇼박스 제공)

강동원은 자기관리가 철저한 배우다. 일과 사생활 구분이 명확하고, 선입견이 덧입혀지는 것을 경계해 밀려드는 CF 제안도 엄격하게 규제해 왔다. 돈이 아닌 작품을 보고 움직이는 뚜렷한 소신이 있으며, 자신의 단점을 파악해 해결한 후 또 다른 단점을 파고들어 해결하고야 마는 근성도 있다. 일에 있어서 완벽주의자적인 면모가 있는 강동원은 덕분에 2003년 데뷔 후 오랜 시간 특별한 구설 없이 정상의 자리에서 사랑받아왔다. ‘공공재’라는 수식어는 그런 그의 깨끗한 이미지가 안겨준 산물이기도 했다.

그런 강동원이 외증조부 친일 논란으로 구설에 올랐다. 역사가 개입된 일이다. 사안이 꽤나 무겁다. 논란이 일어난 시기도 상당히 좋지 않다. 한일 위안부 졸속 합의 등으로 국민들 감정에 생채기가 커져 있는 상태다. 강동원이 출연을 확정해 놓은 영화 ‘1987’(6월 항쟁 다룬 영화)이 우리의 아픈 역사를 다룬 작품이라는 점 역시 겹친다. 그러니까 이번 논란은 철저한 자기관리로 무탈하게 달려온 강동원에게 찾아 온, 뿌리가 흔들릴 수 있는 거대한 위기다.

이번 사건은 지난 달 27일 영화전문 사이트 맥스무비에 올라온 ‘친일파, 독립운동가 후손 배우’ 관련 글에서 시작됐다. 강동원의 외증조부가 친일부역자라는 논조의 글이 홈페이지에 노출됐고, 해당 게시글이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를 통해 확산됐다.

사건의 논란을 키운 건 소속사 YG엔터테인먼트(이하 YG)의 대처다. YG는 ‘명예훼손’을 이유로 게시글 삭제에 나섰다. 논조가 꽤나 강했다. 명예훼손으로 몰아붙인 것은 YG가 잘 쓰는 방편이긴 하나, 강동원이라는 배우가 쌓아온 이미지와 행보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조치였다. 강동원은 신비주의 스타이긴 하나, ‘알고 보면 털털하고 솔직한 배우’라는 이질적인 요소가 융합해 그 매력이 더 크게 다가왔던 배우다. 그런 배우에 대한 위기관리가 ‘명예훼손’을 내세운 법적대응인 것은 패착이다. 일이 커지길 전에 막아보겠다는, 자사 배우를 보호하려는 노력은 가상하나, 그것을 ‘명예훼손’으로까지 확대해 대응한 것은 분명 ‘적반하장’으로 받아들여질 공산이 있었다.

(사진=쇼박스 제공)
(사진=쇼박스 제공)

고백하자면 이 논란이 커지기 전에 사건을 잠시 지켜보자는 입장이었다. 몇몇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강동원 외조부 이야기가 떠돌아다니는 것은 알았지만, 그와 관련해 어떤 판단을 내리기에는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었다. 굳이 연좌제까지 언급하지 않더라도, 외증조부가 친일 행각을 했다는 이유로 배우에게 어떤 책임을 묻는 것이 옳은가라는 생각이 있었고, 그것을 ‘알권리’라는 명목으로 파헤치는 건 더욱 조심스러웠다.

하지만 두 가지 이유로 이번 사건에 대한 강동원 개인의 입장 표명은 있어야 한다는 쪽으로 생각이 옮겨졌다. 하나는 앞서 밝힌 YG의 미숙한 대처 때문이다. 대중이 이번 사건에서 강동원에게 실망한 것은 그의 외증조부가 친일이었다는 것보다 ‘사안을 일단 덮고 보자’는 꼬리 끊기 행태다. 과거 “할아버지는 예술”이었다는 발언도 함께 논란이 되고 있는 이상, 지금 대중이 느끼는 실망감에 대해 강동원은 절대 자유로울 수 없다.

또 하나는, 논란의 사안이 우리가 그토록 진실을 요구해 왔던 역사이기 때문이다. 우린 전범국가인 일본에게 “당신들의 선대가 저지른 죄를 인정하고, 사과하라”고 오랜 시간 요구해 왔고, 그것이 옳다고 믿어왔다. 이에 대한 일본의 대응은 늘 이러했다. 모르쇠로 일관하거나, 피폭 피해자 코스프레를 하거나, 그것도 아니면 왜 선대의 일을 후대에게 묻느냐는 논리로 발톱을 세웠다. 그런 그들의 논리는 분명 비인간적인 그 무엇이었다. 그래서다. 자국 배우에게 “이건 선대의 잘못이니, 억울하겠다”라고 다독이면서, 일본에겐 “선대의 잘못을 인정하라”고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사실 이건 억울하고 억울하지 않고의 문제가 아니다. 사안에 인권이라는 것이 끼어있다면, 그것은 논의되어야 하고 아프게 쓰러져 간 누군가는 분명 사죄를 받아야 한다. 그래야 또 다음으로 나아갈 수 있다.

강동원은 자기관리가 철저한 배우다. 일을 대하는데 대충은 없으며 타협도 없었다. 그래서 그는 늘 당당해보였다. 그런 그가 이번 사안을 시간에 맡겨 흘려보내지 않기를 바란다. 또 그러지 않으리라 생각한다.

정시우 기자 siwoorain@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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